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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2004 여름 기억

2004. 7. 29. 목 (잘츠카머구트에서)

몬트제

맑고 푸른 날이다. 어제보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K씨네는 숙소 주위 초원에서 두 아가와 함께 쉬기로 했고 J
엄마도 어제부터 있던 멀미 증세로 하루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우리는 J아빠, J와 함께, 원래 계획했던 잘츠부르크 투어 대신 쾌청한 날씨를 빌미(?)삼아 잘츠카머구트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잘츠캄머구트는
알프스 빙하가 녹아 흘러 이루어진 자연 호수 지대다.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몬트제였다.
'제(See)'란 독일어로 호수를 뜻한다.

이곳엔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결혼식 배경이 된 성당이 있는데 영화를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파스텔톤의 예쁜 거리와 예쁜 호수 그리고 호수에서 불어오는 쾌적한 바람이 인상적이다.

 

몬트제

상트볼프강의 성당은 성당 내부의 유서 깊은 성화와 낡은 의자로, 성당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기호는 다리가 아팠던지 낡은 의자를 보자마자 얼른 재빠르게 뛰어가 앉는다.
영화 같이 아름다운 거리와 드넓은 호수 또한 마음에 폭 각인되어 있다.

여름 휴가철이라서 가는 곳마다 주차 공간엔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데,
차 한 대 들어갈까말까한 공간에

일렬주차를 하는 J아빠 실력에 찬사를 보냈더니, 아니란다. 그때부터 J아빠의 벤츠 예찬론이 이어진다.

20년된 낡은 벤츠지만 공학적인 면, 주차의 편리성, 사고시 대처력 등 다른 차에 비해 매우 월등하다는 결론을 낸다.

그 다음은 산. 유료도로를 타고 1100m 이상 올라가니 알프스의 한 자락이 나타난다.

방목하는 소떼들을 보며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었는데, 식사값은 간단하지 않다.


산길을 다시 내려와 도착한 곳은 고사우제.
형용할 수 없는 비경을 자랑하는 호수다.
호수를 싸안은 산과 절벽들이 앞으로 쏟아질 듯 병풍을 이루고 있다.

카메라에도 담을 수 없는 절묘한 풍경에 취해 호수를 끼고 안쪽으로 걸어가는데, 벽안의 남자가 아는 체를 한다.
그는 한국 친구가 있다는 말을 하며 '만나서 반가워요'를 서툴게 내뱉는다.

괜찮다며 사양하는 우리에게 기어코 단체 사진 한 장을 찍어준 후에야 가던 길을 간다.
 

다음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얼음 동굴이었다.
마지막 관람이 임박했다는 말에 얼른 입장권을 구입한 후 제법 속도가 빠른 케이블카를 탔다.

그랬더니 웬일. 거기서부터 비탈진산길을 또다시 10분 이상 걸어야 했다. 그야말로 등산이다.


얼음 동굴 앞, 잠시 후 동굴문이 열리고 가이드가 보였다.
관람객들의 차림새를 살펴보니 거의 긴 소매옷과 긴바지 차림.

동굴 안은 기온이 영하가 아닌데도 거대한 얼음 조각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추워지고, 짧은 소매의 남편과 J아빠-기호에게 잠시 점퍼기증-는
물론, 맨발에 7부 바지를 입은 나도

40분 동안 추위와 싸워야 했다. 세월이 가도 결코 잊을 수 없을 장면으로 기억되리라.
시장해진 배를 케이블카 앞 간이식당에서 피자바게트로 살짝 채우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할슈타트로 향했다.

 

할슈타트

할슈타트는 소금광산의 암염을 채굴하던 사람들이 살던 마을로, 약 4500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나무로 지어져 바위산 높은 곳까지 자리해 있던 아름다운 집들과
마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림 같은 호수.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감동 자체였다.

숙소로 돌아오니 두 아기가 종일 즐거웠던 표정이다.

숙소와 초원에서 모두들 잘 놀고 잘 쉬었다는 남아있던 자들의 말을 믿기로 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마감했다.
침대 위 흰 시트가 오늘따라 더욱 평화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