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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2004 여름 기억

2004. 7. 31. 토 (아터제 수영장에서)

 

여헹 기간 내내 고맙게도 날씨가 너무나 맑다.

바람 한점 없이 따끈한 날이다. 주먹밥 도시락과 컵라면을 챙겨 예정대로 아터제 수영장으로 간다.
출발 전 J네 가족의 불같은 마찰이 있었지만 오래 끌지 않고 대충 수습이 되었다. 


기호와 J가 어제도 왔던 아터제 수영장엔 1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토요일이라 주차장이 포화 상태다.

겨우겨우 차를 세우고 보니 오후시간 입장에 가족 단위라서 입장료가 무척 저렴하다.

주차장에 이어 수영장도 만원, 입구에서부터 파라솔과 비치 의자를 3개씩이나 끌고 들어왔는데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유아풀 근처에 파라솔을 고정시키는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이 자기네 자리를 조금씩 내어준다. 역시 선진 국민.

자리 정돈을 하고서 바라본 아터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큰 호수다. 보일듯말듯 먼 저편 수평선만이 하늘과 호수를 나눠준다
.

수영장은 천연호숫가 주변에 두세 개의 풀을 만들어 자연과 인공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인공적으로 만든

풀뿐만 아니라 호숫가 깊지 않은 곳에서도 수영이 허용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두 아가도 물가에 온 것이 즐거운가 보다.
수영복이 없다는 J엄마, J아빠만 제외하고는 모두 수영복 차림이다.


수영장을 둘러보니 거리에서 흔히 보았던 무시무시한 비만 체형들이 많다.

그런데 신기한 건 영화에서나 볼법한 헤비급 체형을 지닌 사람들도 전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나같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내 곁을 스쳤던 한 여자는 족히 150kg은 될듯한 몸이였지만, 그녀 역시 비키니 차림이었다.

엄청나게 재미있어하는 기호를 따라 미끄럼틀을 타며 놀다보니 점심 때가 이미 지나있다. 

컵라면과 소세지,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고 비치 의자에 누워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기호는 어제 수영한 것만으론 부족한지 내내 물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제 키를 넘는 140cm 풀도 제법 잘 헤엄쳐 건넌다. 역시 수영 배운 보람이 있다.
바로 앞에서 놀던 두 아가는 몇번이나 시야를 벗어나며 부모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데, 제자식은 부모 눈에 제일 먼저

띄게 마련인지 K씨가 다 찾아낸다.

숙소로 돌아온 시각은 7시반. 기호와 J는 구릿빛으로 변했고, 두 아가도 피곤한지 일찍 잠자리에 든다.
4박 5일이면 긴 여정이라 여겼는데, 벌써 휴가의 마지막 밤이 지고 있다.

아쉬운 마음을 맥주-준비해온 건 다 바닥나고, 1층 레스토랑에서 구입한-로 달래본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떠오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