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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비 오는 날의 미술사 박물관

미술사 박물관

전날 잠을 설쳤기 때문일까. 몸을 일으키기 힘든 일요일 아침이다.하늘을 보니 맑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늦은 아침을 먹으며 오늘 스케줄을 얘기하는데, 하나는 도나우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사 박물관이다.

날씨와 주차난을 핑계 삼아 도나우를 제외시키려니 기호가 약한(?) 반발을 한다.

 

비엔나 가는 길.

구불거리는 시골 도로에 세찬 비가 쏟아지는데, 자동 세차장에 들어온 것 같다며 재미있어하는 기호. 

역시 아이들의 정서와 사고는 어른과는 다르다.

시골을 벗어나 더 가다보니 비엔나쪽 고속도로에는 비가 떨어지지 않는다. 역시 좋은 곳에 살아야 한다니까.

왕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 둘을 집어들었다. 100m도 못 가서 다시 비가 내린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700여년간 유럽에 군림했던 합스부르크왕가가 수집한 7000여점의 회화와 40만여점의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해

건립한 미술관이다.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을 중심으로 자연사 박물관과 마주하고 있으며 외관은 자연사 박물관과 흡사하다.

입구에 들어서 오르는 대리석 계단부터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으니 내부 장식 자체도 뛰어난 예술 작품이다.

 

먼저 2층으로 갔다. 눈부신 장식과 함께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회화에는 문외한이라 산책하듯 쳐다보며 지난다.

기호는 그림엔 재미가 없는지 전시실 곳곳에 놓여있는 그리스신화 조각상들만 유심히 살피다가 소파에 앉아버린다.

비로 인해 습도 높은 실내가 후텁지근하다.
 

브뤼겔

비 오는 날이라 관람객이 많다. 특히 일본인 단체 관람객이 눈에 많이 띤다.

몇 개의 전시실을 거치자 익숙한 화가들의 이름이 나온다. 루벤스와 렘브란트다.

바로크 미술의 대가인 루벤스는 감각적이고 밝은 색채와 웅대한 구도가 특징이라고 한다.

두 개의 전시실을 채운 루벤스의 작품은 크기에서부터 다른 작품을 압도한다.

역시 바로크 화가인 렘브란트 몇몇 그림은 전시실 어두운 한쪽에, 찾기 어려운 얌전한 모습으로 걸려 있다.

 

루벤스
렘브란트

불쾌 지수 높은 실내에서 인내가 극에 달했나 보다. 그림은 외면한 채 의자에만 앉아있는 기호.

그제야 기호가 좋아하는 아래층 전시실로 갔다. 이집트 유물 전시관에 들어가니 금세 얼굴빛이 밝아진다. 

스핑크스와 고대 이집트 문자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이런 조각품들이 좋다나 뭐라나.

더 큰 기대를 안고 발길 놓은 그리스로마시대 전시관. 보수 공사 중인지 휴관이다.

 

미하엘라하우스

박물관을 나와 걷는 비 그친 비엔나 거리. 야외 레스토랑의 맥주 향이 젖은 도로 위로 퍼진다.

향기로운 유혹을 향해 손 흔들며 걸음을 옮긴다. 시골 도로에도 젖은 들꽃 향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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