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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로젠부르크에서 노닐다

이맘 때의 우리나라처럼 오스트리아도 우기인가보다.

하루도 빼지 않고 계속되는 비다.

나들이에 비처럼 미운 불청객은 없다.

그래도 늦게라도 마음을 꾸려 떠나는 일요일 오후~

 

지난번 기호 소풍지였던 로젠부르크로 간다.

검은 하늘과 쏟는 비 때문인지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1시간 30분이 지나면서 로젠부르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높지 않은 산마루에 자리잡은 로젠부르크는

1290년에 건립하여 17세기까지 사용되었던 영주의 성으로,

넓은 대지와 푸르른 정원이 먼저 눈에 와 닿는다.

 

입장하자마자 마침 하루 두 번 진행되는 매 곡예시간이란다

몸길이가 170-180cm는 될법한 거대한 매 두 마리가

조련사의 손짓에 따라 멋진 날개짓을 한다.

 

살아있는 매

이어지는 성 내부 관람.

 지난 번에 보았던 크로이첸슈타인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성주의 초상화와 가구, ㅁ무기, 동물박제품과 수집품 등이 박물관처럼 진열되어 있다.

이미 관람 경험이 있는 기호가 보는 것마다 먼저 아는 신호를 보낸다.

 

줄기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비가 내린다.

정원 중앙엔 음악회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안내 책자를 보니 이곳에선 7월 주말마다 음악회가 있다.

비가 오는 중에도 정장을 한 사람들이 콘서트 관람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성에서 내려다본 전망

낮은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로맨틱 도로다.

적당히 울창한 숲과 끊김없이 흐르는 물, 낡은 돌담이 어우러진 로젠부르크.

깜빡 취한 낮잠 속에서 잘 생긴 귀족의 손을 잡고 성에서 노닐다 온 느낌이라 할까.

비처럼 꿈처럼, 잠시 피었다 지는 처연한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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