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눈이 떠진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처럼 재빨리 호텔 식당으로 내려가니, 식사 준비만 되어 있을 뿐 손님은 아무도 없다.
환상적인 크루아상과 카페오레를 든든히 먹고는 패션의 도시 파리를 느끼기 위해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향했다.
라파예트까진 걷기엔 꽤 멀었지만, 관광지 파리가 아닌 사람 사는 파리를 겪고픈 마음에 골목골목을 걸어보기로 했다.
좁은 거리에 늘어선 과일가게, 옷가게, 정육점, 미용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별반 다르지 않다.
건물마다 길다란 창 하단엔 철제로 만든 검은 난간이 보인다.
파리의 대표 백화점인 라파예트의 내부 장식은 유적을 방불케 했다.
벽의 부조나 천장 장식은 궁전을 연상하게 한다. 열심히 눈요기를 하다보니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가깝다.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와 가방을 꾸렸다. 공항 가는 RER B선은 베르사유 행 C선과는 달리 1층 열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이 옆자리 프랑스 아저씨에게 행선지를 확인하니 공항 직행 열차임을 친절히 알려준다.
먼저 내리는 프랑스 아저씨에게 남편이 영어로 인사를 하는데, 아저씨 입에서 나온 한국말, 안녕히 가세요~
파리 가던 길을 그대로 거슬러 비엔나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내려와 일상이다. 늘 떠올렸던 파리와는 조금 달랐지만, 아름다운 기억을 선사해 준 도시.
번잡하고 흥미로운 거리들, 걷고 또 걷던 센 강의 그리운 다리들, 사람 냄새 돌던 골목의 예쁜 가게들.
지금 내 창엔 몽마르트르 하늘의 맑은 솜빛 구름이 아련히 걸려 있다.
( 2005년 8월 17일 수요일 )
'탐사('04~08) > 서유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2 : 가미쉬 그리고 퓌센 (0) | 2005.11.02 |
---|---|
독일 1 : 뮌헨의 안개 (0) | 2005.11.01 |
프랑스 5 : 베르사유 가는 기차 (0) | 2005.09.04 |
프랑스 4 : 몽마르트르의 구름 (0) | 2005.09.04 |
프랑스 3 : 루브르의 향기 (0) | 2005.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