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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서유럽 이야기

독일 2 : 가미쉬 그리고 퓌센

어제, 도도한 뮌헨 흑맥주에 기선을 줬던 시간도 잠시, 유럽 서머타임이 끝난 오늘 여유 있고 가볍다.

산자락에 놓여진 작은 도시인 가미쉬와 아름다운 퓌센의 성들은 우리를 맞을 채비 중이다.

 

뮌헨에서 120km쯤에 위치한 퓌센으로 가기 전 독일아저씨 프랭키-회사직원-가 손가락 세워 꼽아준 가미쉬엘 가보기로 했다.

늘상 그러하듯 약간의 헤맴 끝에 가미쉬에 도착한 순간, 너무 예쁜 거리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가미쉬

알프스 자락에 펼쳐진 가미쉬 거리는 산마을의 옛 모습 그대로다.

건물 외벽마다 그려진 프레스토화, 깨끗하고 정감 있는 거리, 부서질 듯 바스락대는 낙엽까지 어느 하나

눈길을 모으지 않는 모습이 없다. 마을 자체가 아리따운 수채화다.

 

아쉬운 마음을 가미쉬에 재워둔 채 퓌센으로 간다.

크지도 높지도 않은 산들 사이로 난 평지에 도로는 끝없이 이어진다. 얼마나 갔을까.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을 들고나다가 만난, 산 아래 마을과 천연 골프장. 그 절경에 빠져 차를 멈췄다.

 

오스트리아 골프장

그리고 다다른 퓌센.

예상 시간을 넘겨 퓌센 중심가에 들었고 성이 있는 슈반가우의 주차장에 들어가기까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일요일이라 거리마다 여기저기 사람들과 차들이 넘쳐난다.

퓌센 외곽인 슈반가우에 위치한 바이에른 왕의 성은 둘, 노이슈반슈타인과 호엔슈반가우 중 우린 전자를 택했다.

 

노이슈반슈타인까진 30분 이상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등산거부증이 있는 기호가 햇살까지 받아가며 기분 좋게 앞장선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바이에른왕인 루드비히 2세가 1869년부터 17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지은 성으로, 백조를 좋아했던

왕의 뜻에 따라 성 곳곳에 백조 장식이 있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성에 왕이 살았던 날은 불과 100여일, 이 성을 모델로 월트디즈니 성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노이슈반슈타인

영어 가이드를 따라 입장한다.

그러나, 백조들이 노니는 방들 중 보여지는 방은 단지 대여섯 개뿐, 아름다운 성 내부 곳곳을 찾지 못한 아쉬움이 든다.

넘치는 관람객들을 다 받기 위해 잠시동안만 들여보낸 것인지.

기다린 시간과 다부진 기대에 못 미치는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한편에 노이슈반슈타인 모형이 있다.

 

성에서 바라본 바깥
노이슈반슈타인

산 언덕을 오를 때 보았던 호엔슈반가우 성이 달빛과 가로등에 싸여있다.

오후 5시, 빛은 거의 달아나버린 채 어제 같이 안개만이 연기처럼 피어난다.

 

호엔슈반가우

퓌센에서 뮌헨으로 가는 길은 로맨틱 가도라고 한다.

대도시로 돌아가는 차량들이 도로를 막아, 어둠은 점점 빠르게 다가온다.

로맨틱 가도 주변은 작은 불빛조차 보이지 않으니 그저 마음만 '로맨틱'이 되기로 한다.

 

느리게 달리는 차 안에서 지친 몸을 달래느라 잠들어버린 기호. 늦게 멈춘 뮌헨의 밤은 그래도 근사하기만 하다.

기대에 혹 못 미치더라도 길 떠나 다니는 마음은 늘 기쁨으로 채워져 있다.

마음에 담길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이기에.

 

 

( 2005. 10. 30.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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