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서둘렀다.
3일 간의 여행에 필요한 옷가지나 식품은 물론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야 했기에 출근하고 등교하는 여느 아침 못지 않다.
자동차로 독일 남부를 향해 떠난다. 며칠 사이 쌀쌀해진 기온, 그래도 다행히 햇살은 맑다.
잘츠 근처 휴게소에 잠시 들른 후 얼른 뮌헨을 품에 맞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내달린다.
잘츠를 지난지 오래지 않아 국경이 보인다. 국경이라도 국가명이 적힌 이정표만 보일 뿐 더이상은 아무 것도 없다.
체코나 헝가리 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예약한 숙소를 찾느라 뮌헨 시내를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안착. 콘도 형식의 숙소가 깔끔하다.
조금 수다스러운 관리인 아주머니의 안내와 설명을 들은 다음, 밖으로 나왔다. 어느 새 오후 3시가 넘어있다.
트램을 타고 도착한 마리엔 광장은 뮌헨 시가지 중심부에 자리해 있다.
광장은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유럽 어딜가나 제일 많이 보이는 성당이 먼저 우리의 발길을 잡는다.
아차차, 독일은 16세기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개신교와 카톨릭 신자 비율이 비슷하댔지. 그럼 저것은 어느 쪽이지.
1488년에 세워진 뮌헨 최대의 성당인 성모 교회다.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보던 화려한 성당과는 좀 다른 분위기이다.
성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현재 교황의 사진과 설명이 있는데, 1977년부터 1982년까지 교황이 머물렀던 곳이라 한다.
또, 성당 내부 한쪽엔 독특하고 웅장한 바이에른 왕인 루드비히 2세의 묘표가 자리하고 있다.
광장 주변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펼쳐내는 거리의 악사~
귀 익은 교향곡에 이어 '캐논'이 흐르자 유심히 듣던 기호가 반가운 얼굴로 아는체를 한다.
뮌헨 거리 곳곳의 귀엽고 예쁜 사자상, 기호는 사자에 홀려 정신이 없다.
'I love Munich'이란 문구와 함께 다양한 사자 형상을 한 채 여행객과 시민을 반긴다.
광장 주변을 산책하듯 다니다가 다시 광장 중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처럼 인형 시계의 춤을 보기 위해 시청사 앞에는 좀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고개를 들고 있다.
5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사람 크기의 인형들이 스토리 있는 춤을 춘다.
마리엔에서 지하철로 움직여 뮌헨 예술과 유행의 거리인 슈바빙에 이르렀다.
어린 시절, 열광하던 작가의 에세이에서 익힌 친근한 거리명 앞에서 마음이 자꾸 설렌다.
가을이 차다. 한산한 슈바빙 거리엔 활기 대신 무겁고 스산한 공기만이 날아다닌다.
슈바빙 거리에서 이어진 아름답고 거대한 영국식 정원에 이르자 어둠이 먼저 와 있다.
물든 나무도, 호수도, 맑은 개울도 어두운 안개만이 감싼다.
되돌아온 마리엔 광장 근처의 호프브로이.
호프브로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홀로, 1층에만 7,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 싸여 줄 서서 천천히 입장했지만 소란함과 탁함에 멈칫,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근사한 흑맥주를 가슴에 들여놓고 돌아오는 저녁, 아직도 늦가을 안개는 바람따라 여기저기 밤을 일렁거린다.
( 2005.10. 29.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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