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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그들의 귀잠터, 중앙묘지

일요일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늦잠에 폭 빠져 해맞이를 안 해도 되니.

요 며칠, 새벽과 밤을 열고 닫는 시각이 아무래도 내 몸엔 무리였나 보다. 오후에야 몸을 편다.

작년 여름, 자국을 날려보냈던 비엔나 중앙 묘지가 오늘의 산책터다.

기호 덕에, 필름 카메라로 열심히 만들었던 흔적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곳.

집에서 20분, 금세 담장 길게 늘어선, 드넓은 그 앞이다.

 

중앙묘지 성당

여기도 단풍이 곱다.

작년 여름의 싱그러움 대신 원숙한 가을 아름다움이 한창이다.

중앙 묘지는 1894년, 빈 시내에 흩어져 있던 5곳의 묘지를 한데 모아 조성한 곳으로, 묘지라기보다는 평온한 공원 같다.

유명한 음악가와 저명 인사들, 그리고 오래된 빈 시민들이 귀잠에 여념 없다. 

 

왼쪽부터 베토벤과 모차르트(가묘-기념비), 그리고 슈베르트
모차르트
베토벤

지난 번처럼, 함께 모여 잠든 음악가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다들 유명 음악가 주변에서만 맴돌 뿐, 다른 누군가의 자취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니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 지는 햇살을 가득 받아내고 있다.

 

요한슈트라우스와 브람스

성당으로 향했다. 전과는 달리 성당은 잠겨 있었다.

입구 손잡이를 붙들고 들여다 본 내부는 예전 그대로다.

성당에서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하려니 오른편 울타리 너머 노란 나뭇잎들이 너무나 눈부시다.

 

오래지 않은 시간을 머물러서인지 내려지는 빛살 때문인지 돌아가는 마음이 자꾸 아쉽다.

정문 앞 주차장으로 가는 길, 어디선가 긴 바람이 불어오고 걷는 발끝따라 나뭇잎들은 고개를 내민다.

가을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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