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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빈의 겨울 거리

오후 5시, 겨울의 짧은 해가 자취를 지운지 이미 오래~

빈 중심가인 링 안쪽 거리에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장식하는 불빛들이 터져나온다.

 

오페라 극장에서 가장 번화가인 케른트너 거리로 가는 길~

야외 상점들의 정수리에도, 오페라 앞 호텔에도 따스한 빛들이 공기를 적신다.

 

케른트너 거리의 호화로운 색채에 취해버린 사람들~

거리마다 공휴일을 맞은 즐거운 표정들이 넘쳐난다.

 

케른트너 옆 그라벤 거리엔

하늘에 매달린 화려한 조명등의 행렬과 그 사이로 보이는 페스트 기념탑.

만만찮은 무게를 몇 안 되는 전선으로 어찌 견디어내는지 신비로울 정도다.

 

그라벤에서 왕궁으로 가는 길, 장막을 친 듯한 호화로운 불빛들의 행진~

카페를 나서는 사람들은 향기로운 표정을 내뿜는다.

 

지나는 사람들을 흡인하는 공연들~

숙련된 악사들의 다채로운 연주도 귓가를 맴돌고

다이나믹한 때론 흐느끼는 듯한 몸짓을 곁들인 잉카풍 음악도 흘러든다.

 

한쪽에선 비누방울에 꿈을 싣는 피에로가 보이고

다른 한쪽엔 고달픈 미소를 날리는 아리따운 여인이 온몸이 저릴 듯 서 있다.

 

야외 카페를 서성이는 사람들의 눈가엔 기쁨 찬 삶이 퍼지고

글뤼바인을 마시는 입가엔 저울질하지 않는 행복이 비친다.

겨울밤 저 하늘에 걸터선 찬란한 빛깔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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