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로 돌아온지 며칠이나 지났건만,
신통찮은 체력으로 비실거리기만 하던 날들.
토요일 오후, 비엔나 남서쪽의 셈머링 스키장으로 답사를 간다.
잔뜩 찌푸린 하늘, 고속도로 위의 차량은 드문드문 보일 뿐.
한 시간을 달려 셈머링과 마주치자 온 세상을 무섭게 휘감는 희뿌연 안개~
무시무시하게 쌓여있는 눈더미들에 다시 놀라고
이미 내린 눈들로는 부족한지 또 쏟아지는 눈발.
레스토랑도, 스키 대여점도 하얀 세상 속에 이마만 내민다.
스키장 입구엔 눈을 헤치고 스키장으로 향하는 스키어들이 보이고
안내판 앞 장난꾸러기는 눈뭉치에 홀려있는데~
리프트와 곤돌라에 올라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 눈에 슬로프는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 속 허연 불빛 아래
곡예를 하는듯 드러났다 사라지고 다시또 나타나는 스키어들에만
아슬아슬 마음을 졸인다.
슬로프도 제대로 발견할 수 없었던 답사를 마친 후 돌아서는 발끝엔
가는 눈발은 여전히 이어지고,
셈머링을 나서자
그곳을 싸안던 겨울빛 안개는 거짓말처럼 걷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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