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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안개 속의 셈머링

비엔나로 돌아온지 며칠이나 지났건만, 

신통찮은 체력으로 비실거리기만 하던 날들.

 

토요일 오후, 비엔나 남서쪽의 셈머링 스키장으로 답사를 간다.

잔뜩 찌푸린 하늘, 고속도로 위의 차량은 드문드문 보일 뿐.

한 시간을 달려 셈머링과 마주치자 온 세상을 무섭게 휘감는 희뿌연 안개~

 

무시무시하게 쌓여있는 눈더미들에 다시 놀라고

이미 내린 눈들로는 부족한지 또 쏟아지는 눈발. 

레스토랑도, 스키 대여점도 하얀 세상 속에 이마만 내민다.

 

스키장 입구엔 눈을 헤치고 스키장으로 향하는 스키어들이 보이고

안내판 앞 장난꾸러기는 눈뭉치에 홀려있는데~

 

리프트와 곤돌라에 올라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 눈에 슬로프는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 속 허연 불빛 아래 

곡예를 하는듯 드러났다 사라지고 다시또 나타나는 스키어들에만 

아슬아슬 마음을 졸인다.

 

슬로프도 제대로 발견할 수 없었던 답사를 마친 후 돌아서는 발끝엔

가는 눈발은 여전히 이어지고,

셈머링을 나서자

그곳을 싸안던 겨울빛 안개는 거짓말처럼 걷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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