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들면서 매서워진 일요일,
전날과는 달리 비엔나 중심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늘 서성이고 지나치기만 했던 그곳엘 추위도 피할 겸 들어가 보기로 했다.
빈 오페라극장은 파리 오페라극장, 밀라노 스칼라극장과 함께 유럽 3대 오페라극장 중 하나로,
1869년 궁정오페라극장으로 개관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오페라극장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던 것을 1955년에 재건한 것이다.
7,8월을 제외한 거의 매일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있으며
극장 내부투어는 하루 2-4번 진행되는데,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로 안내 받을 수 있다.
간혹 내부투어가 없는 날도 있다.
대기 줄에서 한참을 기다려, 제 시간을 넘겨 나타난 영어가이드를 따른다.
입구에서 힐끗거리며 쳐다보던 모습보다는 화려하긴 했지만,
공연과 관객이 없는 시각이기 때문이라 해도
흐릿한 조명만으로 버티는 실내가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보이는 정면에 흰색으로 부조된 두 인물은 오페라극장 건축가.
벽면과 기둥의 부조와 곳곳에 놓인 조각상들도 곱고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거울로 반짝이는 이곳은 응접실이라고 한다.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하고, VIP 손님이 차를 마시기도 하는 곳.
오스트리아 음악가들을 부조해 놓은 기념실엔 하이든과 모차르트도 보이고,
공연에 필요한 무대 의상들이 모여있는 곳엔 반짝이는 원색 의상이 많다.
의상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공연 모습 또한 무척 이채롭다.
드디어 오페라 무대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지오반니'공연이 있는 날이라 무대에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객석 천장 한가운데 매달린 조명은 호화로움의 극치를 드러낸다.
바깥에서 볼 때보다는 크지 않은 무대와 객석이다.
빈 오페라극장의 객석 수는 1709석.
공연마다 좌석마다 가격이 다른데, 30-50유로 정도부터 254유로까지 다양하다.
몇 자리 안 되지만 10유로짜리 티켓도 있고, 또 입석권도 있다고 한다.
오페라 가사를 알려주는 친절한 자막기가 좌석마다 설치되어 있다.
무대와 객석 사이 아래편에 자리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 장소다.
오페라 공연도 좋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도 그에 못지 않게 근사할 듯하다.
무대 뒤의 세트와 장치들.
공연마다 각기 다른 세트가 동원되는데, 바닥에 설치된 레일로 그 위치를 바꾸어 세트들을 나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 남지 않은 공연을 위해 땀내며 작업 중~
아, 왠지 모를 뿌듯함과 두둥실 들뜨는 마음이다.
클래식 음악만 들어도 눈꺼풀이 내려앉고
방송에서 잠깐 스친 오페라에도 손사래를 치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빈을 뜨기 전에 오페라 한 편 쯤 감상하는 것이 빈에 대한 예의라는 걸 알아차렸다.
가까운 미래에 꼭 오페라하우스 객석에 앉아볼까 한다.
'탐사('04~08) > 오스트리아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툴렉 스키장에서 (0) | 2006.02.13 |
---|---|
오페라와 모차르트 카페 (0) | 2006.01.25 |
안개 속의 셈머링 (0) | 2006.01.09 |
빈의 겨울 거리 (0) | 2005.12.09 |
시청사광장 크리스마스마켓 (0) | 2005.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