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도록 이어지던 작은밥돌의 부활절 방학이 드디어 끝났다.
집보다는 학교가 즐겁다며, 열흘 만에 등교하는 오늘, 룰루랄라 신나게 교문에 들어선다.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니 잔소리만 무한대로 증가하는 방학이, 내게도 녀석에게도 고문일 수밖에 없었나 보다.
지난 주, 아래층 사는 인도아짐네는 방학과 휴가를 맞아 1주일간 프랑스인지 스위스인지로 부러운 여행을 떠나버렸고.
뭐, 그집은 그집이고, 우리도 나름대로 알맹이 있게 보내기 위해 미리 합의하에 방학 계획을 세웠었다.
오전엔 공부를 하고 오후엔 빈 탐험을 하기로 분명 약속을 했었는데, 막상 방학이 되니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텨댄다.
요한슈트라우스가 살던 집에도 안 간다, 훈더트바써하우스에도 안 간다더니 프라터 공원은 흔쾌히 앞장을 선다.
프라터 공원은 드넓은 대지에 다양한 놀이 기구와 휴식 시설이 갖춰져 있는 비엔나의 대표 놀이공원이다.
영화 '비포선라이즈'와 '제3의 사나이'의 무대가 되기도 한 이곳엔 많은 식당들도 자리하고 있는데, 놀이 기구를
타는 데만 비용이 들 뿐 입장은 무료다.
평일엔 처음 걸어보는 공원, 사람들로 늘 북적이던 주말과는 달리 너무나 한가롭고 조용하다.
뭐 좀 타볼까나 했더니 아무 것도 타지 않겠다는 작은밥돌. 이유를 물으니 그냥, 이란다.
네가 엄마 배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널 낳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럼 그냥 계속 엄마 뱃속에 있겠죠.
그건 100 퍼센트 그럴 리가 없어.
아뇨. 50 센트는 맞거든요.
엄마, 뽀뽀와 키스의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뭔데?
뽀뽀는 그냥 하는 것이고, 키스는 몸을 막 비비면서 하는 거래요.
푸하하하~
엄마, 원수막 있잖아요.
엥? 원수? 원수막?
그거 여름에 밭에서 수박 먹는 데요.
원두막? 아니, 얘가얘가~
장난꾸러기표 만 10살짜리 뇌 구조가 재미있다.
공원 구경하고 말 안 되는 대화도 하면서 신나게 깔깔거린다. 콜라 한 잔으로도 내내 즐거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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