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택시다.
버스는 기다리면 오지만, 택시는 반드시 자기가 잡아야 하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엔 더 기다려진다.
또, 내릴 때는 반드시 탄 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타고 온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합승은 불법이다.
- 가져온 글 -
(합승은 불법, 맞네요.)
어제 오후, 저녁을 먹기 위해 베란다에 전기그릴을 펴는 순간, 난데없이 경찰 둘이 집 대문을 밀고 들어왔다.
여행 떠난 아래층 집에 용무가 있나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고개를 내밀었더니, 2층 우리집을 향해 무어라 내뱉는다.
마당으로 내려간 큰밥돌에게 던진 경찰의 첫 질문. "당신 총 있쓰?"
사연인즉, 어른 둘이 베란다에 있을 때 작은밥돌이 거실 창문으로 뒷집 마당 나무를 겨냥해서 장난감 권총을 발사했다 한다.
물론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리한 것인데 마침 그집 마당에 아저씨가 있었던 것.
동양 아이의 장난에 아저씨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작은밥돌은 잠수 모드. 그리고 시치미 뚝.
그래서 경찰에 신고가 들어왔단다.
동양 아이의 장난감 총에 자기가 맞았으니 가서 주의 주라고 . 법정엔 안 세울 터이니 걱정은 붙들어매라고.
경찰은 사과와 다짐을 받고 엄중 주의도 주고 이름도 적은 다음 유유히 돌아갔다.
직후, 작은밥돌의 장난감 총이 폐기 처분된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갖가지 예를 끌어들여 일장 훈계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직접 아이와 그 부모에게 항의하는 게 보통인데, 경찰까지 부르다니.
물론 작은밥돌 사건이 자그마한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장난감 총알이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까.
총을 사준 것도, 안전교육에 더 치밀하지 못했다는 것도 잘못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인데, 우리 집엘 찾아와 강한 항의를 먼저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우리랑은 정서가 확연히 다르다. 피해 주지 않는 대신 피해도 입지 않겠다는 철저한 개인주의다.
마침 방문한 주인 할머니-아랍인- 얘기, 남의 집 정원이나 창문도 오랫동안 쳐다보지 말란다. 사생활 침해란다.
남의 나라에서 살다보니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하나하나가 다 공부고 곡예다.
어제도, 위험스러웠지만 특별한 과정 하나를 겪고 또 넘었다.
뒷집 아저씨에게도 사랑은 택시였을까요.
피부색 다른 사람에겐 잡아주지도 잡혀주지도 않을...
오늘까지도 벤 자국이 선명합니다.
오래도록 게으름과 귀차니즘에 묻혀 있었습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밥 숟가락 입에 넣는 것도 귀찮더라구요.
이 참을 수 없는 게으름 털어버리려
내일(6.27) 오후에 여행 떠납니다.
재미난 이야기 담뿍 안고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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