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 서성이는 일요일 늦은 아침.
떠날 곳을 몇 군데 펼쳐놓고는 마지막에 고른 곳이 빈에서 200km 거리의 린츠다.
린츠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져만 가던 빗발이 린츠에 이르러서는 사라지는 기이함.
도나우강변에 자리잡은 넓고넓은 중앙 광장엔 전쟁과 페스트의 종식을 감사하기 위해
1723년에 세운 삼위일체 기념비가 먼저 띈다.
광장 곁엔 브루크너가 1856년부터 12년간 오르간 연주자로 있었던 대성당도 보이고,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1783년 베토벤이 제8번 교향곡인 '린츠'를 작곡한 집도 드러난다.
이제 가야 할 곳은 마우타우젠.
린츠에서 15분 거리의 낯익지 않은 지명이다.
역사의 아픈 흔적이 그대로 있는 곳, 마우타우젠 유태인 강제수용소다.
이곳은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합병되던 1938년에 만들어진 수용소로,
많이 알려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먼저 지어졌다.
지금은 당시 모습 중 일부만 남아있는데, 가까운 곳에 히틀러의 고향이 있다고 한다.
그들의 방, 세면실, 화장실이 고통과 함께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이름만으로도 섬뜩하고 가슴 아픈 강제 집행소.
가스실과 소각로를 보는 순간 심장이 얼어버리는 것 같은데...
죄없이 사라져간 영혼들, 채석장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그들
당시의 참혹한 사진 앞에 가슴만 미어진다.
수용소 건물이 있던 빈터엔 쓸쓸한 바람만 불어오고,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독일에 분노하던 작은밥돌이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다.
아프게 날아가버린 아리따운 생명들이여.
겹겹으로 그들의 자유를 막던 감시 망루, 높다란 이중 담장, 고압선에
서늘해져만 가는 가슴자리.
만행의 흔적 앞에 공기는 스산하기만 한데
이제는 안식해야 할 슬픈 영혼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