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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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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화) : 아름답고 푸른 로비니 우리의 소울푸드인 비빔밥과 된장찌개로 속을 든든히 챙긴 아침, 하늘이 잔뜩 흐리다.커피와 요거트까지 잘 거두어먹은 후 10시반, 루프트한자에서 보내온 이메일-캐리어 파손 관련-에 답장을 했다.'감빵생활'을 시청하고, 서울를 지키는 아들 그리고 친구들과 안부를 주고 받으며 오전 내내 계속 널브러져 있다.점심 식전에 푸딩과 빵을, 점심 본식(?)으로 육개장칼국수에 흑미밥까지 먹고 나서야 일정을 시작한다. 오후 2시, 흐린 하늘이 조금씩 개기 시작한다.구시가와 그곳에서 보이는 아드리아해가 오늘 1차 산책 코스다.일요일엔 문을 닫았던 바다 둘레길의 샵들이 저마다 개성 어린 꾸밈새와 디스플레이를 보여준다. 맨 바다도 좋고, 잔뜩 장식한 틈새가 주는 바다도 좋다. 이젠 완전히 쨍하고 햇살 가득 맑아진 날씨.1시간을..
4월 15일 (월) : 고대도시 풀라 갈매기 소리 울려퍼지는 맑은 아침이다. 9시 20분, 숙소를 나서 로비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마침 딱 휴게시간이란다.창구 앞에 줄을 서서 잠시 기다렸고 다시 오픈한 9시 45분, 가장 먼저 풀라 가는 버스 티켓을 발권했다.왕복으로 티켓을 구입했더니 25% 정도 할인됐고, 오늘 안에 풀라를 언제든 오갈 수 있는 승차권이라고 한다. 10시에 출발한 풀라행 버스 안에 승객이 그득하다.로비니에서 이스트라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풀라 가는 길, 하잘것없고 밋밋한 들판만 잇따르고 있다.10시 45분, 로비니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풀라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로비니처럼 이스트라주에 속한 Pula는 기원전 2세기, 로마에 정복되었던 터라 고대로마 유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풀라 버스터미널에서 원형경기장-아레..
4월 14일 (일) : 아드리아해 유람기 일요일 오전 7시, 잠에서 깨자마자 옷만 후딱 챙겨입고 바다로 향한다.오늘도 맑고 푸른 날. 이른 아침이라 거리는 인적 없이 그저 고요 자체다. 적막감만 흐르는, 이제는 완전 익숙해진 길을 천천히 걸으니 마음이 평온하다. 아침부터 서두른 이유는 일출 드러나는 맑은 날에만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절경 때문이다.아침 해에 싸인 로비니 구시가 그리고 그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는 잔잔한 바다, 눈앞에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다.꿈처럼 몽롱하게 구시가와 바다와 그 주변까지 황금빛으로 물드는 풍경이라니, 이 모습 보러 나오길 정말 잘했다. 30분간의 짧은 산책을 마친 후 주어진 아침 메뉴는 즉석된장국과 완벽하게 맛있는 대구조림이다. 식후엔 베네치아 라이브 유튜브를 보면서 베네치아의 기억을 떠올리고 곧 ..
4월 13일 (토) : 로비니의 노을 6시반에 눈뜬 아침, 오늘도 푸르게 맑다.카레와 미역국으로 식사를 하고 9시, 상쾌하고 가뿐하게 로비니 산책을 나선다. 어제도 슬쩍 지나쳤던 시장을 오늘도 그저 스쳐지난다. 아침이라 다들 오픈 상태이고 손님은 많지 않다.가격표 없는 물품에 대해 가격을 묻거나 흥정하며 부대끼는 걸 즐겨하지 않는 난, 시장보다 마트가 편하다.그러다보니 로비니 시장도 거의 매일 그 곁을 지나갔지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로비니 뷰포인트는 시장 부근이자 과거 섬이었던 지역의 동북 방향 바닷가 포구다.갈매기 녀석들이 부지런한 날갯짓을 하는 이곳에서 로비니 하면 떠오르는 대표 광경을 만났다. 오, 바랜 파스텔톤 집들이 솟아오른 종탑을 감싸안은 정경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같다. 섬 같은 구시가, 발비스 안으로 들어선다. ..
4월 12일 (금) : 성 에우페미아 이야기 너무너무 오고 싶었던 로비니에서의 푸르디푸른 첫 아침이다. 편안한 숙면을 취하고 7시에 기상했으니 유럽 시각 적응 완료다.곡물빵과 치즈, 계란프라이와 버터호박구이, 주스, 커피, 요거트, 푸딩을 식탁에 올려 알찬 아침식사를 했다. 오전 9시반, 온통 공사판이라 어수선한 시계탑 앞 광장을 스쳐 발비스아치로 향한다.1679년에 세워진 발비스아치 자리는 예전에 섬이었던 지역 초입으로, 맨 위엔 베네치아 수호성인 날개달린사자-산마르코-가 부조되어 있고,아치 바로 위엔 독특하게도 터번 두른 이슬람인-로비니는 이슬람이나 투르크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음-이 장식되어 있다.  로비니의 시작은 7세기로 볼 수 있고 당시 비잔틴 통치하에 있었다고 한다.10세기부터 12세기까지는 독립적인 자치 정부가 있었으나 13세기부터는..
4월 11일 (목) : 로비니 가는 버스 오늘은 베네치아에서 크로아티아 로비니로 이동하는 날이다.캐리어 들고 움직여야 하는 날에 비가 내리면 고단하고 곤란한데, 어제와는 달리 날이 좋아서 다행이다.북엇국과 깻잎, 감자조림으로 든든히 한식을 챙겨먹고 커피와 사과까지 먹은 후 금세 짐을 꾸렸다.  8시 50분, 맑고 따뜻한 아침을 맞으면서 '주먹의 다리'를 건너면 오래지 않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얼굴이 걸린 산바르나바 성당이 있다.산바르나바 성당에선 르네상스형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발명품-다빈치 코덱스대로 만든-들이 상설인지 특별전인지 전시 중이라 한다. 오늘 아침 산책의 종착지인 아카데미아 다리는 가장 아름다운 대운하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그리고, 목재 다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교에 나무를 덧댄 구조로, 유려한 아치와 난간 형태가 ..
4월 10일 (수) : 도르소두로 성당 순례 여전히 살짝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고 이른 아침식사를 한 후 커피와 후식까지 잘 먹어주었다.온 동네에 성당 종소리 울려퍼지는 8시, 우린 잠시 유튜브에 집중했다. 음, 오늘은 대한민국 선거일이니까. 오늘 일정은 뭐 특별한 건 없다. 발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동네 구경을 할 예정이다.9시 10분, 숙소를 나서서 먼저 들른 곳은 숙소에서 최단 거리 성당인 산타마리아데이카르미니-산타마리아델카르멜-성당이다.여긴 어제 이미 눈인사를 나눈 멋진 곳인데, 어제는 몰랐던 꼭 봐야 할 그림이 있어서 다시 찾아왔다. 카르미니 성당에 들어서면 신랑과 측랑을 나누는 열주가 있고, 열주 위쪽과 측랑 채플엔 카톨릭 성화가 가득하다.특히 측랑 채플엔 틴토레토, 로렌초 로토, 치마 디 콘넬리아노의 16세기 그림들이 선물처럼 ..
4월 9일 (화) : 카르미니에서 산타루치아까지 정신없이 놀다보니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여행 6일째다.여전히 뒤척이고 몽롱한 아침, 즉석미역국과 짜장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9시, 숙소 앞 광장으로 나왔다.산타마르게리타 광장 한쪽에 위치한 잡화점에서 폭 넓은 테이프를 구입했는데, 여행 첫날 깨져버린 캐리어 테이핑을 위한 것이다. 모닝커피를 마시러 간 곳은 숙소 근처 '주먹의 다리' 앞에 자리한 Majer.내부와 외부에, 서서 마실 Bar 공간만 있는 빵집 Majer에서 주문한 카푸치노를 받아 나와 바깥쪽 바 위에 올려놓았다.여행하면서 서서 마셔보는 커피-테이크아웃 말고-는 처음인 듯한데, 거리엔 지나가는 여행객들과 학생들이 참 많다. 살짝 흐린 아침, 산타마르게리타광장의 끄트머리를 지나면 좁은 길목에 스콜라그란데 데이 카르미니가 있다.명칭으로 추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