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사('04~08)/빈에서 부친 편지

보내는 마음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만, 오스트리아에도 한국인들의 모임이 있다.

송년 모임에 참석할 이유가 있는 큰밥돌을 따라 작은밥돌까지 대동하고

송년회가 열리는 호텔로 들어섰다.

혼자선 안 가겠다고 버티는 통에 예정 없이 갑작스레.

 

아늑한 정문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매직펜으로 쓴 커다란 한글~

".... 두번째 계단을 이용하여 2층으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다른 곳에 들르느라 조금 늦게 입장했더니 애국가가 울리고 있다.

씩씩하게 따라부르는 작은밥돌~

 

300석 넘는 홀을 익숙한 빛깔의 얼굴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간단한 1부 순서를 치르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공연과 여흥과 이벤트가 있는 길고긴 2부~

 

한국인과 결혼한 오스트리아 아저씨가 무대에 올라'

서울서울서울'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애잔하게 부른다.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도 아니건만 가슴이 저리다.

 

이곳에 정착한 지 오래된 60,70대 할매 할배의 이마엔

이국 생활이 준 노고가 훈장처럼 드리워져 있다.

우리처럼 몇년 머물다 떠날, 바람 같은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늦은 일요일 밤, 붉은 와인 잔엔 계속 손이 드나들고

정과 흥을 보듬는 축제는 끝을 잊은 채 긴 겨울 달빛을 지키고 있었다.

 

'탐사('04~08) > 빈에서 부친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들의 속마음  (0) 2007.03.02
쉼표 아닌 쉼표  (0) 2007.01.31
겨울 건너기  (0) 2006.12.13
바보 같은 가을  (0) 2006.10.18
그들의 에덴  (0) 200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