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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남유럽 이야기

그리스 2 : 신을 빚은 도시

아침식사 하러 식당으로 내려가기 전, 베란다에 나가보니 뿌연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어제 아침에 확인한 일기예보에선 '4일 오늘 맑음, 5일 내일 흐림'이었는데...  

식당 창 밖으론 단체여행객을 실은 관광버스가 출발할 준비를 하고, 식당 내부엔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식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를 이것저것 골라놓고 커피를 두 잔째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 두 남자 중 하나가 우리에게 시간을 묻는다.

작은밥돌이 웃으며 친절히 말해준다. 8시라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박물관 앞 광장

아테네 여행의 첫번째 하이라이트는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으로,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씩씩하게 걷는 도중, 굽 높은 구두 때문에 호텔을 나오자마자 발바닥이 말썽이다.

침 아침 일찍 문 연 구두 가게가 있다. 굽 낮고 편한 구두를 사서 신고, 신나게 걸어가니 천국이다.

 

코 앞에, 그리스 신전에 있을 법한 기둥이 정렬된 건물이 등장했다.

박물관 앞 광장에는 고고학이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퍼포먼스 하는 듯한 동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18세 이하는 무료, EU국가 학생은 반값, 일반 입장료는 7유로.

  

아가멤논 황금마스크
미노타우르스 황금 두상
아스클레피오스

트로이 전쟁의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가 첫 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직접 보기 전엔 두꺼운 마스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마구 구겨질 것만 같다.

크레타 왕인 미노스의 아들인 미노타우르스의 황금빛 두상은 빛나면 빛날수록 애처롭고.

아폴론의 아들, 히포크라테스 스승,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엔 예지력과 의술을 상징하는 뱀이 휘감겨 있다.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판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

아름다운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아들 에로스와 반인반수인 '판'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다른 아프로디테 곁을 그녀의 연인 헤르메스가 지키고 있다.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는 사랑의 신 에로스와 훗날 양성공유자가 되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은 부모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신이 되어 올림포스 산으로 승천하는 헤라클레스는 그의 상징인 사자 가죽을 완벽히 두른 채

아테네에 머물고 있고, 고대 그리스어가 새겨진 청동판도 현대 그리스를 서성이고 있다.

'에게 해의 폼페이'라 불리는 아크로티리에서 발견된 벽화엔 봄이 화사히 새겨져 있는데, 청동 포세이돈-혹은 제우스-의

오른팔에 있어야 할 삼지창-혹은 번개-은 행방불명이다.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풍요의 뿔'엔 곡식과 과일이 넘친다.

 

산토리니 섬의 아크로티리 유적지 벽화
포세이돈(혹은 제우스)
풍요의 뿔

고고학 박물관에서 버스를 타고 다다른 신타그마 광장의 국회의사당 앞에선 의장병 교대식 중이다.

그리스 전통 복장을 한, 장대 같은 병사들이 재미있는 동작을 반복하며 교대를 하고 있는데, 의장병들의 발 동작이

어찌나 재미나고 우스운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국회의사당

어제도 잠시 들렀던 구시가인 플라카 지구.

좁은 골목골목이 상하좌우로 갈래갈래 연결되어 있어 어디가 어딘지 알기 어렵다.

갖가지 쇼핑을 위한 다양한 가게들과 기념품점 그리고 오래된 레스토랑들이 골목골목을 메우고 있다.

 

플라카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길을 찾다 보니 점심 때가 지나버려서, 눈앞에 걸리는 어느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다.

가만 보니 하늘 빛깔이 심상치 않다.

 

 

< 2007. 4.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