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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남유럽 이야기

스페인 1 : Hola, 마드리드

우리의 여름 여행을 기뻐해주는 듯 쾌청한 하늘이다.

공항버스로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반, 스페인 항공사인 이베리아 항공의 체크인데스크엔 여행객이 바글바글하다.

긴 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국적을 가늠하는 것도 재미나는 일, 스페인 사람인 듯한 얼굴도 많이 보인다.

 

빈 슈베하트 공항

짧지 않은 기다림을 지나 12시반, 항공기가 이륙한다.

행여나 하는 의심은 했었지만, 이베리아 항공은 저가항공도 아니면서 기내에서 무료 제공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작은밥돌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채, 물을 포함한 음료수와 빵도 모두 유료 판매되고 있었다.

 

김밥 제대로 먹어주시고 눈 좀 붙이려는데 이건 또 뭐람, 낡은 비행기가 엄청나게 흔들린다.

기류 이상이라는데, 상하로 휘청거리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도 모르게 낮은 탄성이 계속된다.

그때 이어지는 작은밥돌의 한마디, '비행기 처음 타세요?'.

 

기내 승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마드리드 공항의 4S터미널이다.

여기서 호텔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 2터미널까진 공항 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식료품이 들어있는 캐리어를 컨베이어벨트에서 찾아들고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나갔다.

 

후끈후끈, 말로만 듣던 6월 말의 스페인 날씨가 완전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근데, 호텔 버스는 왜 안 오냐고. 

매시 30분마다 있다는 버스는 시간을 훨씬 넘겨도 나타날 줄 모르고, 큰밥돌이 호텔에 전활 걸어 다시 문의하니

다음 시간대를 알려준다. 에고야, 그냥 지하철 타고 가는 게 낫겠어.

 

마드리드 지하철

크고 작은 캐리어 두 개를 끈 채 지하철을 갈아타고 또 갈아탄 후, 마드리드 외곽의 호텔 근처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방향을 잡아 호텔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외곽이라 지도엔 나와있지도 않고, 애매한 호텔 약도론 어림도 없었다.

그나마 지하철 역 벽에 부착된 주변 지도를 훑어봐도 감이 안 잡힌다. 이럴 땐 물어보는 게 최고.

 

나이 지긋한 역무원에게 호텔 이름이 적힌 프린트를 들이대며 물어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페인어만 쏟아놓는다.

그덕에 더더욱 넋나간 우리. 역무원 아저씨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우릴 이끌고 역 앞 버스 정류장으로 움직인다.

정류장에 안내된 버스 번호를 짚어가며 열심히 설명하더니 버스가 오자 운전기사에게 우릴 부탁하는 듯한 말과 몸짓을 한다. 

아저씨, 진짜로 그라시아스~

 

버스로 2-3 정거장쯤 갔을까. 눈 앞에 바로 호텔이 보인다.

운전기사는 길 건너는 위치까지 알려주는 친절함을 과시한다. 에고야, 이렇게 먼 줄 알았으면 다른 데로 정할 걸.

부엌과 가격에 홀려 이리로 정했더니만. 리셉션에서 체크인은 또 왜 이리 오래 걸린담.

 

그래도 우리나라 콘도미니엄 같은 대규모 호텔이 참 깔끔하다.

객실도 넓고 깨끗하니 올 때 고생한 것쯤은 용서하지 뭐~

공항에서 1시간, 호텔까지 오는데 1시간 20분, 호텔 리셉션에서 20분을 써버리고 나니 7시가 돼간다.

국경 넘어오느라 힘들었으니 오늘은 그냥 축구나 보며 쉬자는 의견에 만장일치를 본다.

 

맛있는 라면을 끓여먹고 숙소 근처의 마트에 들렀다.

과일, 맥주, 과자, 빵을 사들고 오며 바라본 버스정류장 전광판의 시각과 온도는 오후 8시30분, 31도다.

 

스페인 텔레비전에선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열리는 UEFA 유로 2008대회의 8강전 중계가 시작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연장 끝에 네덜란드를 3 :1로 넘어섰다.

축구와 함께 시작된 마드리드의 첫날, 느낌 괜찮다. Hola, 마드리드. 

 

 

< 2008. 6. 21. 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