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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7. 25 (금) 후 : 몽마르트르의 풍차

# Blanche 역의 물랭루즈

 

세익스피어앤컴퍼니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4번선 Saint-Michel역에서 몽마르트르 부근의 여러 역 중 우리의 목적지인 

2번선 Blanche역으로 가기 위해선 Barbes Rochechouart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환승 전, 4번선이 지나는 동역과 북역에선 다른 역보다 훨씬 많은 수의 흑인이 지하철 객차에 오른다.

 

몽마르트르 Moulin Rouge
9년 전에 들렀던 비어가든

Blanche역 앞엔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유명한 물랭루즈가 자리하고 있다.

9년 전에도 물랭루즈 앞을 오락가락했었는데, 이번에도 저 빨간 풍차를 안 보면 안 될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대단한 유적이나 랜드마크도 아니고, 또 사무치는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랭루즈 앞을 지나 본격적인 몽마르트르 기행에 나서자마자 초록을 띤 낯익은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아하하, 기억을 더듬어보니 9년 전에 야외테이블에 앉아 저녁식사와 함께 맥주를 마셨던 곳이다.

아직도 그대로네, 반갑다 반가워. 테이블도 그대로이고 분위기도 그때 그대로다.

 

영화 '아멜리아'에 나온 카페 데 뒤 물랭

# 카페 데 뒤 물랭과 물랭 드 라 갈레트

 

물랭루즈 옆옆 골목의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영화 '아멜리아'에서 주인공이 일했던 카페 데 뒤 물랭 나타나준다.

그런데, 몽마르트르에 있는 가게 이름에 왜 이리 Moulin-풍차-이 많이 들어가지. 갑자기 살짝 궁금해진다.

그러나, 그 궁금증보다 급한 고난이 있었으니 점심식사다. 밥을 먹겠다는 일념과 함께 우리의 눈으로 들어와 준 중국식당.

요리를 선택하여 무게에 따라 값을 매기는 식당의 음식 맛이 꽤 괜찮다.

볶음밥에 튜브고추장까지 뿌려 먹으니 금상첨화.

 

물랭 드 라 갈레트

몽마르트르의 하늘은 맑고, 그 청명한 하늘 아래 언덕길 끝에는 물랭 드 라 갈레트가 자리하고 있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춤'의 소재가 된 곳으로, 예전엔 야외무도회장으로 인기가 높았다.

지금은 풍차가 있는 아름다운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춤', 1876년, 오르세미술관 (인터넷펌)

아, 근데, 소설 속 주인공을 형상화한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조형물이 보이지 않는다.

도상으로는 있어야 하는 위치에 실제론 아무 것도 없으니 어쩐담. 참 독특한 조형물인데.

나혼자라면 좀더 찾아보련만, 혈기왕성한 녀석이 있으니 그만하고, 사크레쾨르 성당 쪽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테르트르 광장 방향으로 가던 도중에 만난 귀요미 강아지들~ 여행객을 맞아주는 기특한 녀석들이다.

 

몽마르트르

#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르

 

몽마르트르의 골목골목은 여전히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레스토랑 외관과 소품에도 개성이 묻어나고, 작은 갤러리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에도 예술이 묻어난다.

우리 녀석은 선물가게에서 선배에게 줄, 몽마르트르와는 전혀 관련없는 에펠탑 인형을 고르고는 즐거워한다.

 

몽마르트르
몽마르트르
몽마르트르

골목 끝자락에는 테르트르 광장이 자리하고 있고, 광장을 한바퀴 돌아걸으면 사크레쾨르 성당이 상아빛을 내며 서 있다.

2005년 8월의 첫 파리는 살짝 서늘했기에 그땐 성당 앞에 서서 긴소매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었다.

하늘과 구름과 성당의 조화가 그때처럼 여전히 화사하고 상쾌하다.

 

사크레쾨르 성당
사크레쾨르 성당

# 파리에서 처음 헤매다

 

더워더워.성당 앞에서 시원한 얼음물을 사들고는, 사람들 틈을 가로질러 아베스역 쪽으로 내려갈 궁리를 한다.

아베스 역 앞에 있는 사랑해벽을 보는 것이 몽마르트르에서의 마지막 일정이다.

나름대로 방향을 제대로 잡아서 경사진 길을 내려왔는데, 아베스역은 커녕 그어떤 메트로 역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몽마르트르에서는 완전하게 헤맨 거야.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마르셀 에메의 동명소설이자 주인공)도 못 찾고 사랑해벽도 못 찾았어.

한참을 걷다가 나타난 메트로역은 Barbes Rochechouart역, 전혀 엉뚱한 곳으로 많이도 걸었다.

그냥 호텔로 가자.  4시반, 근처 프랑프리에 들렀다가 호텔 객실로 들어가니 온몸 기운이 빠진다.

 

파리 순례에 힘쓴 하루가 고단했는지, 자다가 졸다가 8시반이 돼서야 저녁을 챙긴다.

베르시빌라주 옆 프랑스피자 레스토랑엔 1664맥주의 향기가 오래도록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