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하늘은 오늘도 매우 맑고 해는 이미 중천이다.
오늘 하이델베르크를 떠나면 이틀 동안은 한식과는 안녕이니 밥에 미역국과 카레, 김, 샐러드를 곁들인 조식을 차린다.
조식 후, 리셉션에서 매일 푸짐히 제공되는 크루아상을 가지러 간 남편이 크루아상 아닌 샌드위치를 들고 왔다.
우와, 이거 후식으로 먹기엔 너무 제대로 된 샌드위친데, 콜마르 가는 버스 안에서 먹어야겠어.
8시 반, 서울에서 뜻밖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와 잠시 정신을 쏙 빼놓는다. 우리 작품인 자유로운 영혼이여~
문자메시지를 해결하고 나니 남편은 갑자기 여행책자를 들고는 벼락치기로 콜마르 공부를 시작한다.
뭘 벌써 하신대, 콜마르 가는 버스 안에서 해도 충분한 거 아닌가아.
10시 반, 이제 하이델베르크를 떠나야 할 시각, 체크아웃을 하고 5번 트램에 오른다.
하이델베르크역 주변은 매우 한적했고, 프랑크푸르트를 떠날 때와는 달리 출발시각에 앞서 108번 Flix 버스가 도착했다.
한국인 모녀도 버스에 오르고, 씩씩하게 기사에게 질문하는 중1 쯤 된 듯한 여자 아이와 그 아빠로 보이는 한국인도 승차한다.
우린 두 개의 캐리어를 짐칸에 올렸고, 난 와이어락으로 두 캐리어의 손잡이를 얼른 연결하여 묶었다.
플릭스 버스의 단점 중 하나가 짐칸에 짐을 실을 때 짐표를 주지 않고, 짐을 꺼낼 때도 승객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장거리 노선이고 지나는 도시마다 정차하다보니 운전기사나 직원이 세세하게 짐 관리를 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기에 플릭스 버스에서 캐리어를 분실했다는 글이 여행 카페에 간혹 포스팅되는데, 염려증(?) 환자인 내가 그 대책으로
선택한 방법은 와이어락이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콜마르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리고 두 도시 사이에 여러 차례 정차하기에,
분실 방지하기 위해 두 캐리어를 이어주는 와이어락은 필수였다.
버스는 정확히 11시 20분에 출발했고 독일 국경도시 Kehl에 이르자 운전기사가 교체된다.
콜마르 전 정류장인 스트라스부르에 이르자 한국인들을 비롯한 많은 승객들이 내리고 또 승차한다.
스트라스부르는 아들과 여행했던 2014년 여름에 2박 머물렀던 도시로, 이번 여행에서 스트라스부르에 숙소를 두고
콜마르로 당일치기를 하는 여정-남편은 스트라스부르에 안 가봤으니-도 고려했지만, 결국 콜마르에 머물기로 했다.
여행 일정은 우리 뜻대로, 우리 마음 가는 대로니까.
기사가 길이 익숙치 않은지 콜마르역 앞 좁은 도로에서 차를 돌리고 후진하며 잠시 불안에 빠지게 하더니 스트라스부르에서 30분 후,
예정보다 15분 늦게 콜마르에 도착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아침에 들고온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오, 괜찮은 맛.
Mercure Colmar Centre Champ De Mars 호텔은 이름처럼 상드막스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어 전망 좋고 쾌적하다.
외관이 지나치게 평범하고 객실 인테리어가 살짝 올드하며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다.
콜마르역에서도, 구시가-프티트 베니스-에서도 모두 도보 5분 거리니 최상의 위치다.
우리처럼 여행하면서 휴식하러 숙소에 들락거리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위치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작은 도시 콜마르는 독일 국경 근처 스트라스부르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령을 오갔으며 16~17세기엔 포도를 생산하고 피혁을 제조하였고, 무역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친절하게 새겨진 이정표를 따라가면 16세기 알자스 전통 가옥의 집합지이자 작은 운하인 프티트 베니스에 다다른다.
스트라스부르의 프티트 프랑스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지만, 프티트 프랑스처럼 프티트 베니스에도 유람선이 다닌다.
스트라스부르보다 훨씬 화사한 색감의 건물들이, 가옥들이 우리 앞으로 밀려든다.
다 골목마다 중목을 덧댄 파스텔빛은 스트라스부르보다 훨씬 더 동화적이다.
스트라스부르에 갔을 땐 그곳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무대인 줄 알았는데, 콜마르는 애니메이션 속 배경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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