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개시한 24시간짜리 잘츠부르크카드를 부지런히 써 줘야 하는 날이다.
7시에 내려간 조식당엔 예상 외로 한국인들이 꽤나 많다.
패키지여행자를 위한 호텔-규모가 작고 역에서 가까워-은 아닐테고, 한국인의 호텔 리뷰도 거의 없었는데, 이상하다.
8시 25분, 길을 나선다. 여행 기간 중 가장 일찍부터 움직인 날이다.
호텔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25번 버스에 올라 9시 10분, 오늘의 첫 일정지인 운터스베르크 앞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로 오른 1776M 운터스베르크의 탁 트인 경관은 너무나 근사했다.
잘츠카머구트는 호수와 산이 어우러져 맑고 아름다운 정경이라 한다면 운터스베르크는 웅장하고 강인한 경관이다.
조금 걸어 움직이다가 꼭대기(?)를 거절-둘만-하고 자리잡은 운터스베르크 야외카페에서 마신 음료는 더욱 근사했다.
다시 25번 버스로 이동한 곳은 운터스베르크로 움직일 때 지나온 헬브룬 궁전이다.
여기가 어디, 무려 2005년, 그러니까 13년 전에 찾았던 곳으로 17세기에 대주교가 세운 여름 궁전이다.
2005년 5월엔 따스했지만, 2018년 여름 헬브룬은 무시무시하게 뜨겁고 따갑다.
운터스베르크는 잘츠부르크카드로 바로 입장할 수 있지만, 헬브룬은 티켓오피스에서 카드를 제시한 후 입장권을 받아야 한다.
모두 가이드투어이고, 안내 화면엔 시간대에 따라 영어 또는 독일어 투어가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12시 10분, 영어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식탁에 앉고 동굴에 들어선다.
가이드가 뿌려주는, 대주교가 선사하는 시원한 물줄기에 여행객들은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
뜨거운 햇살 속, 시원시원한 물 세례는 예전처럼 유쾌하고 신나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헬브룬 물놀이를 마치고 점심식사 장소로 낙점된 곳은 헬브룬 파크카페다.
소시지, 샐러드, 치킨커리, 감자튀김 등과 나란히 한 야외 카페에서 우린 햇살 어린 추억을 또 지었다.
헬브룬을 나온 우리는 어제 잠시 보류했던 슈티글 양조장엘 갈까 했으나 이동 방법이 고단하고 방문객에게 주는 혜택 역시
축소된 걸로 파악되어 그냥 패스하고 호텔에서 중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충전 완료된 4시반, 다시 호텔을 나선다.
휴식이 길어진 이유로, 모차르트 생가와 모차르크 하우스 중 선택해야 해야 했고, 마땅히 모차르트 생가가 선택되었다.
1756년, 게트라이데 거리의 생가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17년간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음, 근데 여기도 덥다. 에어컨은 없고 넓지 않은 공간은 통풍이 안 되어 답답했다. 더위는 모든 것을 삼키는 힘이 있다.
생가 내부엔 모차르트와 가족의 초상화, 모차르트가 사용하던 바이올린, 모차르트가 그린 악보, 모차르트 머리카락 등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걸 자세히 들여다 볼 에너지를 낼 수가 없었다.
이제 120m 언덕 위에 요새로 세워진 호엔잘츠부르크에 올라볼까.
호엔잘츠부르크는 1077년 대주교가 교황 서임권 투쟁에서 독일 남부 황제파와의 대결을 대비하기 위해 지은 요새라 한다.
걸어올라가는 방법도 있으나 혹서기엔 당연히 푸니쿨라를 타야 한다.
산책하듯 둘러본 호엔잘츠부르크는 규모가 큰 요새답게 내부도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호엔잘츠부르크에 처음 방문했던 것은 2004년 오스트리아에 처음 여행 왔던 때인데, 그다지 덥지 않은 덕에 씩씩하게 걸어올랐고
누군가 우리에게 느닷없이(?) 신혼여행 왔냐고 물었던 기억이 남아있을 뿐이다.
호엔잘츠부르크성에서 내려올 땐 qando를 켜고 논베르크 수도원 앞을 지난다.
숙소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려 간단한 저녁식사를 위해 Subway를 선택했는데, 주문이 간단치가 않다.
그러면 어떠하리.인생이 그러하듯 여행도 계획대로만 움직여지지 않고, 어쩌면 그것이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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