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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프롤로그 : 우리의 염원

2022년 늦여름,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조금씩 꼬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2년 반 넘는 팬데믹 기간동안 처음 반 년은 휴직을 했고 그로부터 1년 반은 다시 출퇴근을 했으며,

그 이후엔 그토록 염원하던 무위도식의 세계로 진입했다.

 

퇴직이 확정된 후, 애타게 간절했던 그곳으로 향하고자 항공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닫아두었던 문을 봄부터 활짝 열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우리가 출발하던 즈음, 남의 나라에서도 두 팔로 감싸 환영하는 우리를,

-심지어 그곳에서는 발병하더라도 격리조차 폐지된 상황-

아직까지 고국에선 선별 아니 감별해서 국민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타국에서의 발병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마스크 150개, 안티젠 테스트기 14개와 코 스프레이, 인후 스프레이, 체온계, 영양제 등

여행을 가는 건지 병원 입원하러 가는 건지 모를 만큼의 위생용품을 캐리어에 넣었다.

또, 현지에서 발병하여 예정된 귀국행 항공기에 탑승 못할 상황을 대비해서

귀국행 항공권을 추가로 발권했고 무료취소 가능한 에어비앤비 숙소도 예약해 두었다.

 

이제, 황폐하고 소진되었던 마음을 다잡고 떠난다.

몇 해 동안의 출렁임을 다 잊을 듯이, 무위도식 세계로의 진입을 자축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