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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8월 27일 (토) : 빈으로 가는 시간

인천공항

떠나는 새벽, 예정대로라면 첫 공항버스를 타야 했다.

그러나 어젯밤 11시경 LOT폴란드 항공사로부터 지연 출발을 통보 받았고, 그보다 앞서 flightaware를 통해 인지한 바르샤바발 인천행

항공기의 늦은 출발이, 인천에서도 지연 출발로 이어질 것은 당연했기에 우리가 꼭두새벽을 가장 먼저 열 필요는 없었다.

 

간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졸면서 도착한 2터미널.

3년 반 전에 탑승했던  LOT는 지각생이 아니었으나 오늘은 명성(?)대로 3시간 20분이나 지연 출발 예정이란다.

공항은 생각보다 꽤 북적였지만 셀프체크인을 이미 마치고 다다른 LOT 체크인카운터는 한산했다.

 

아시아나비즈니스 라운지
탑승구 앞

이번엔  큰 캐리어 2개는 수화물로 보내고 작은 캐리어 1개는 기내로 들고 들어가기로 했다.

어제 저녁 flightaware에서 비행 상황을 보고는 캐리어 실종(?)의 불상사를 대비해서 기내용 캐리어를 추가로 챙기기로 했던 거다.

물론 위생용품과 우리가 1달동안 먹을, 또 지인에게 전해줄 한국식품들로 인해 짐이 좀 많기도 했지만 말이다.

 

조용한 아시아나라운지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지연 출발의 대가로 주어진 밀쿠폰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미 위장을 대충 채웠으니 쿠폰으로 던킨에서 간식거리 도넛을, 베스킨라빈스에서는 소품을 구입했다.

탑승 시각, Gate 33 앞엔 승객이 그득하다. 코로나19가 더이상 힘을 못 쓰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LOT폴란드항공 비즈니스클래스
첫 기내식 중 전식

3년 반만에 다시 탑승한 LOT비즈니스클래스. 4-5 자리가 비어있다.
그런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세월의 두세 배 이상으로 기내가 낡았다.

우리에겐 기초 한국어가 가능한 승무원이 배정되었고 첫 식사로 비프와 누들을 골랐다. 나쁘지 않은 맛.

 

영화 '킹메이커'
두번째 기내식

식후엔 간밤의 짧은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바로 잠들었는데, 1시간 넘게 계속되는 심한 난기류 때문에 이내 강제 기상.

영화 '킹메이커'를 감상하면서 내용에 공감하고 연기력에 감동했다.

도착 2시간 전, 한 쟁반에 음식 전체가 세팅된 두번째 기내식은 연어. 맛에 대한 기록도 기억도 없는 걸 보니 평범했나 보다.

 

바르샤바공항 LOT비즈니스 라운지
바르샤바 공항

늦은 출발이었으나 바르샤바에는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다.

3시간 이상 연착시엔 모든 승객들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이 생기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선 늦더라도 3시간 이내여야 한다.

입국심사 중, 바르샤바행 기내에서 우리 뒷자석에 앉았던 부부는 연결편인 밀라노행 항공기가 조금 전에 출발했다고 속상해 한다.

 

빈으로 가는 항공기가 처음 비행 예정으론 5시간, 연착 기준 시각으로도 2시간 이상 남았기에 우린 비즈니스라운지에 들었다.

오후 6시반, 탑승구로 가는 길. LOT 트랜스퍼센터 앞에 항공기 재배정을 받기 위해 한국인들이 긴 줄을 늘어서 있다.

항공 경유시 대기시간은 대체로 2~3시간이기에  3시간 가량 연착시 원래 환승 항공기엔 거의 탑승하지 못한다.

우리처럼 5시간 환승 대기는 특이하고 드문 경우다.

 

바르샤바에서 빈까지 하는 항공기는 오스트리아항공기다.

오스트리아항공도 LOT폴란드항공처럼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라 아시아나마일리지로 항공권 발권이 가능했다.

LOT+LOT 발권이 불가능했기에 대기시간 긴 LOT+오스트리안의 조합으로 발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결과적으론 복잡하지 않고

편안한 상황이 되었다.

 

오스트리아항공 기내
오스트리아항공 비즈니스클래스(유럽내) 기내식

유럽 내 이동 항공기엔 비즈니스석은 별도로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앞의 몇 열을 비즈니스석으로 삼아 3-3 배열 항공기는 가운데 좌석을 블록으로 비워두고, 2-2 배열인 경우는 2좌석 중 1좌석을 비워 준다.

이번 항공기는 2-2 배열. 옆 좌석이 비어 혼자다. 비행 시간이 짧으니 뭐 어찌됐든 상관없다.

 

출발 시각이 지났으나 항공기는 이륙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인천발 LOT의 연착으로 인해 이미 바르샤바를 출발한 비엔나행 LOT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한 승객들이 항공편을 변경 받아

1-2명씩 연이어 탑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이륙을 하고 또 기내식이 나오고, 옅은 어둠에 싸인 오후 8시 40분, 항공기는 빈 슈베하트 공항에 착륙했다.

 

빈 중앙역(하웁트반호프)

기차를 타고 빈 중앙역에 도착하여 다시 지하철로 다다른 숙소 앞 지하철역.

어둠은 깊어졌고 비 또한 내리고 있었으나 도보 3분도 안 걸리는 숙소까지 우리는 단번에 당도했다.

아담한 아파트에 짐을 다 풀어서 정리하고 나니 자정이다.

 

우리에겐 고향과 다름없는 빈.

얘, 정말 오랜만이야, 한 달 동안 기쁘게 잘 지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