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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8월 29일 (월) : Café Dommayer 이야기

스파

새벽 3시반에 눈을 뜨고 6시에 아침식사-메뉴는 무려 쇠고기장터국, 김치볶음, 멸치볶음-를 한다.

시차 적응이 안 되니 강제로 새벽형 인간, 아침형 인간이 돼 버렸다. 물론 평소에도 우린 저녁형 인간은 아니다. 

평일 아침 7시반 전후면 영업을 시작하고 저녁 8시 이전에 문을 닫는 빈의 마트는 아침형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편리하다.

8시도 되기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SPAR엘 다녀오고 또 HOFER에서도 장보기를 마치니 이제 '빈 살이'가 실감이 난다.

 

호퍼
호퍼에서

빈에서 머무는 첫번째 아파트는 1년 이상 외관 공사 -와보니 빈 곳곳이 온통 공사- 중이다.

예약을 한 5개월 전엔 공사 중인 사실을 몰랐고, 여행 1-2개월 전에 알게 되었지만 취소하지는 않았다.

빈에 도착하는 시각이 한밤이라, 이동이 편하고 단번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의 숙소를 원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숙소 예약 전에 먼저 예약한 숙소를 취소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예약 당시엔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었기에 빈 공항을 오가는 교통이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랐다.

 

9시 45분, 숙소 나설 준비를 하는 중 초인종이 울렸다.

청하지 않은 이 방문객은 시 관계자. 집 안을 살펴보며 공사 관련하여 불편사항이 없는지 물어본 후 바로 나간다.

우리는 U4로 히칭까지 이동한 후 다시 트램을 타고 돔마이어가쎄 Dommayergasse에 내렸다.

 

카페 돔마이어

오늘 아침 행선지는 Café Dommayer,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초연을 한 곳이다.

하늘이 환상적으로 예쁜 날이라 카페 앞쪽 야외 좌석에 앉았다.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아들들, 특히 자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장남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장남을 은행가로 성공시키기 위해 뒷바라지를 했고, 요한은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여 최상위권의 학교 성적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한은 아버지 몰래 어머니의 후원으로 음악 공부를 하고 있었고 19세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악단'을 설립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여 빈의 모든 공연장에서 장남의 공연을 막았다.

결국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무도장 '돔마이어'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 사실 돔마이어의 초대 음악감독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였다. 

요한은 돔마이어의 주인과 당시 음악감독에게 사정하였고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압력에도 그들은 요한에게 공연 기회를 주었다.

공연은 성공이었다. 탁월했고 화제성 또한 대단했으며 이후 요한 슈트라우스2세 악단은 돔마이어에서 정기적으로 연주를 하게 된다.

 

아인슈패너
아펠슈트루델

남편은 멜랑쉬, 나는 아인슈패너 그리고 아펠슈트루델(사과파이)도 하나 주문했다.

빈에서는 전통적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물도 함께 준다. 입 안을 깨끗이 하고 커피를 음미하라는 뜻이다.

커피도 좋았지만 Apfelstrudel이 방금 만든 것처럼 신선하고 맛있다. 

화장실을 다녀오다보니 카페 내부도 근사하지만 건물 뒤쪽 정원 좌석이 정말 좋았다. 다음엔 정원 자리로 기약.

 

그라벤 거리
콜마크트

빈의 늦여름답지 않게 덥기까지 한, 맑고 푸르른 오늘. 어제에 이어 구시가로 향한다.

여행 성수기는 지난 듯한데 어딜 가든 꽤 여행객이 많다.

 

Palais Ferstel 중 일부, 카페 첸트랄

슈테판플라츠역에 내려 흐름대로 그라벤 거리, 콜마크트, 헤렌가쎄, 왕궁 앞을 이어 걸었다.

빈의 유명 카페 중 하나인 첸트랄 Central이 입점해 있는 Palais Ferstel 내부가 참으로 근사하다.

첸트랄을 닮은 천장과 기둥은 물론 아름다운 분수와 멋진 통로까지, 눈과 발이 즐겁다.

 

Palais Ferstel
Palais Ferstel

신왕궁 앞 링에서 트램으로 칼스플라츠에서 움직인 후 U4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왕궁을 더 우아하게, 미술사박물관을 더 웅장하게, 거리를 더 빛나게 만드는 건 하늘 덕분. 오늘은 정말 하늘이 다 했다. 

 

신왕궁
미술사박물관

코로나19 관련하여 많은 것들이 해제-확진자 격리도 8월 1일 해제-된 오스트리아지만,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만은 의무 규정이 있다.

특히 빈은 약국, 병원, 요양원 뿐 아니라 대중교통 내에서도 반드시 FFP2(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마스크 착용에 익숙하지 않은 빈 시민들이 지하철이나 트램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모습은 늘상 흔하다.

우리도 그들처럼 대중교통을 탈출한 야외에선 마스크를 훌훌 벗어버렸다. 

 

빌라
납작복숭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장 가까운 마트 BILLA에 들러 감자샐러드, 포도, 원두커피를 구입했다. 종일 마트엘 다니네.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아침에 구입한 당도 높은 납작복숭아까지 먹고 나니 잠이 쏟아진다. 하는수없다, 자야 한다.

 

밤에 돼서야 눈이 떠지고 이젠 맥주 타임이다.

오타크링거 맥주, 뉘른베르거 흰 소시지, 감자샐러드까지 펼쳐놓고 보니 그리워했던 정경이다.

자, 오늘 잘 마시고 내일부턴 꼭 늦게 기상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