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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8월 28일 (일) : 구시가, 흐리고 한때 비

자정 넘어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빈이 서울보다 7시간 느리니 시차 부적응은 당연지사.

어제 마무리짓지 못한 핸드폰의 핫스팟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하늘 흐린 아침 6시.

인천공항으로부터 공수해온 도넛을 커피와 함께 먹으며, 그립고 그리웠던 빈에서의 첫 아침을 열었다. 

 

숙소 밖 정경

오늘은 일요일. 일반 마트가 오픈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 우유 등을 사야 하는데, 다행히 휴일에도 문을 여는 체인형 마트가 있다.

여행객이 많이 오가는 중앙역, 서역, 프라터슈턴역, 구시가 1-2곳에 영업하는 곳이 있다.

 

숙소에서 가까운 서역의 크지 않은 BILLA에 들어서니 계산원도 보안요원도 딱딱한 얼굴이다.

빈의 기차역 중에서 취약한 지역이라 경계 태세인 건지. 암튼 몇 가지만 구입하고는 그곳을 후딱 빠져나왔다.

 

U4 Meidling Hauptstrasse역

BILLA에서 구입한 것들을 숙소에 들여놓고 오전 9시 20분, 구시가로 향한다.

이 숙소의 장점은 지하철 초역세권이라는 점이다. U4 -지하철 4호선- Meidling Hauptstr.역까지 도보 2분이면 충분한 거리.

게다가 칼스플라츠역까진 U4로 7분밖에 안 걸리고 쉔브룬역까지는 달랑 1정거장이니 최고의 위치다.

 

세체시온
카페 뮤제움

 U4를 타고 Karlsplatz에 내려 19세기말 분리파 화가들의 성전인 세체시온 앞에 섰다. 

'시대엔 예술을, 예술엔 자유를' 갈망했던 그들의 아지트이자 남편이 좋아하는 카페 뮤제움도 여전히 세체시온 근처를 지키고 있다.

 

국립오페라하우스
캐른트너 거리

건너편으론 국립오페라하우스가 자리하고 있고, 그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여행자들도 많이 찾고 빈 시민들도 자주 찾는,

오늘은 아주 한적한 캐른트너 거리다.

흐린 빈 하늘, 내륙인 이곳엔 여전히 온갖 전선이 공중에 부양하여 공기 중의 습기를 이어주고 있다.

 

카푸치너 묘지
노이어마크트

합스부르크왕가의 무덤인 카푸치너 묘지를 스치고 야외에서 커피 한 잔 할까 하며 다다른 노이어마크트.

카페 Oberlaa의 야외 자리에 앉을 수 없을 만치 갑자기 세찬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나만 들고온 우산으로 두 몸을 가릴 수 없어서 보수공사 중인 건물 아래서 빈 시민들과 함께 한참동안 비를 피했다.

비가 그치고, 슈테판 성당과 그라벤 거리를 지나며 감회에 빠질 겨를도 없이 요통-여행 전 요통으로 고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슈테판 성당
그라벤 거리

우리 여기 쉬러 왔잖아. 몸도 마음도 모두 말야.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하고 낮잠을 잔 후 늦은 점심을 먹고는 다시 낮잠(?)에 빠졌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마음 가는 대로 살기'지만, 오늘 한 게 별로 없는데도 체력이 완전 방전됐으니 어찌한다지. 

 

은퇴자인 우리는 그동안 참으로 부실해졌다.

그 깊고 무시무시한 세월이 우리의 육체와 영혼에 상흔을 새겼으니 왜 아니겠어.

우린 현답을 듣고자 치유를 하고자 긴 시간을 기다려 다시 빈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 이젠 튼실하고 가벼울 일만 남았다. 바로 내일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