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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8월 31일 (수) : 쉔브룬에서 노닐다

드디어 한국 입국시 코로나19 음성확인서-PCR 또는 Antigen 검사를 통한-  제출 의무가 폐지되었다.

여행 시작 무렵인 며칠 전에도 그런 여론이 감지되어서 9월 중순이면 폐지되지 않을까 예상은 했으나, 이게 웬일,

오늘 발표하고 당장 3일 후인 9월 3일부터 양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폐지된다.

 

2022년 8월 기준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국가는 달랑 한국, 일본, 중국 뿐이다.

제로코로나(?)를 지향하는 중국을 제외하곤 한국과 일본만 남은 상황인데, 일본이 정책 폐지를 발표하자 외로이 남은 한국이 따라서

-정부 수준하고는 ㅉㅉ-  음성확인서 제출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보다 더 빨리 시행하는 것으로 말이다.

 

감기가 그렇듯 코로나19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감염된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코로나19 감염을 개인 탓으로 몰았고, 대부분의 나라가 문을 활짝 연 시점에도 해외 빗장을 채웠다.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즉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었다.

자국민이 여행이건 출장이건 타국에서 감염병에 걸리면 아프든 쓰러지든 무조건 귀국하지 말라는 거다.

그러나 감염자 통계나 추이를 보면 이 정책이 얼마나 면피용이고 전시 행정인지 알 수 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이면 급히 항공 일정을 변경-양성 결과지로 10일 후 탑승 가능 또는 재검사하여 음성이면 탑승 가능-

해야 하고, 당장 숙소를 추가로 예약해야 하니 그 비용이 엄청나다.

상황이 이러니 아시아 일부 국가에선 가짜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여행 카페나 모임에선 음성 잘 나오는 검사소를 공유한다.

게다가 각국 코로나19 검사소의 방문객은 대부분 한국인이고 유럽 어느 보험사는 코로나19 보험에 한국인만 가입을 금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마저 벌어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19 감염자와 함께 탑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귀국시 음성확인서 제출은 당연한 것이라 한다.

그러면 출국시는 물론 한국을 경유해서 다른 나라로 가는 탑승객도 똑같이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마땅하다.

최종 목적지가 인천인 경우의 여행자만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암튼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 폐지로, 비상시를 대비하여 추가 예약해 둔 귀국행 마일리지항공권과 예비숙소 예약을 취소했다.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없어졌지만, 우린 대중교통-빈의 마스크 착용 의무-은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했고 실외에서도

사람 많은 곳에선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썼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매번 콜드마스크를 뿌렸다.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하니까.

사실 빈에서도 마트나 미술관 등의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쉔브룬 정문
쉔브룬 궁전 정면

오늘은 걸어서 쉔브룬 궁전에 가기로 한다.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

3일 전에 구입한 72시간 교통권은 유효기간이 끝났고, 오늘 미리 구입할 한 달짜리 교통권은 1일인 내일부터 유효하다.

여행 1주일 전쯤 Wienerlinien(빈교통국)사이트에서 확인했을 때 교통권이 그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간권은 펀칭한 시각부터, 1주일권은 월요일부터 다음 월요일 오전9시까지, 1개월권은 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그런데 9월 중순쯤 우연히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8월 23일부터 교통권의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공지가 있다.

원래 있던 종이 교통권-역 창구나 발매기 구입. 타인 양도 가능-은 그대로 있고, 추가로 7일권과 31일권이 생겼다.

새로 생긴 두 가지 교통권은 Wienerlinien앱으로 구입하여 본인이 지정한 날짜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핸드폰 소지자인 본인만 사용 가능하고 양도는 불가하다. 

https://www.wienerlinien.at/zeitkarten

 

쉔브룬 궁전 후면 야외테라스에서 바라본 글로리에테
쉔브룬 궁전 후면

쉔브룬에 도착한 시각은 8시 40분. 거의 아무도 없다.

예전엔 쉔브룬 앞 도로에 단체여행객을 태운 버스들이 수없이 늘어서 있었는데, 조금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코로나19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진 건지 정차된 버스가 한 대도 없다. 

 

쉔브룬 정원

정원이 보이는 궁전 뒷면으로 가서 아무도 없는 야외 테라스에 올랐다. 

쉔브룬 궁전에 셀 수 없이 많이 왔지만 이렇게 조용한 쉔브룬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정원을 가로질러 그 끝의 포세이돈 분수를 지나서 전승기념비인 글로리에테까지 천천히 걸어가 본다.

아침이라 아직 오르지 않은 기온 덕분에 기울기 낮은 언덕길 오르기가 힘들지 않다.

 

글로리에테
글로리에테 카페 야외좌석
멜랑쉬와 글로리에테 토르테

글로리에테 카페 실내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오늘 같은 날엔 실내보다는 야외가 나을 터. 야외 좌석엔 두어 팀이 커피를 마시며 또는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우린 멜랑쉬와 이곳의 시그니처인 글로리에테 토르테를 주문했다. 쉔브룬 옐로우빛을 띤 토르테가 예쁘고 맛있다.

 

로마 유적처럼 만든 건축물
쉔브룬 정원
쉔브룬 정원

테라스에 올라서고, 글로리에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정원의 조형물들과 분수들을 쓰다듬으며 쉔브룬을 느낀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은 빈 시민과 여행자들의 화려한 쉼터이자 즐거운 놀이터다.

3시간 가까이 쉔브룬에서 쉬고 놀고 있을 즈음, 빈 시민들의 자취가 늘고 있다.

 

쉔브룬 궁전 다른 입구

정오 무렵 다시 숙소다.

아침에 작동시켜 둔 세탁기 겸 건조기는 세탁만 되어있을 뿐 다른 기능은 작동하지 않은 채 멈춰있다.

2번 더 건조 시도를 해보았으나 되지 않아 후딱 포기하고 빨랫줄-서울서 가져온 줄. 이곳엔 건조대 없음.-에 빨래를 널었다. 

 

샘표 잔치국수를 먹으며 내일 일정을 의논한다.

이번 여행 중 유일하게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한 날이 내일이니까.

오후 3시, 동네 산책에 나섰는데 흐린 하늘 아래 온 동네가 여기저기 공사 중이다. 

 

BILLA

귀가하는 길, BILLA에 들러 내일 기차에서 마실 음료를 구입했다.

BILLA 앞 강아지 줄을 고정시켜 매어두는 자리 곁에 실물 크기의 강아지 사진이 붙어있다.

볼 때마다 진짜 강아지인 줄 알고 매번 놀랐다. 요즘 잠만 잔다는 12살 우리 집 요키가 유난히 그리운 날.

 

내일은 잘츠엘 간다.

새벽에 움직여야 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