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물렀던 2005년~2009년은 물론 가장 최근에 여행했던 3년 전과 비교해 봐도 빈은 정말 달라졌다.
전보다 거리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빈번해졌고 횡단보도에서 일단정지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꽤 생겨났다.
또 곳곳에 새로운 건물과 새 집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지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존 질서와 체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의 의식이 기존 세대와 많이 달라졌고 특히 다른 EU국가로부터 인구 유입이 많아진 이유라 한다.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그토록 안온하고 평화로운 빈은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듯하다.
아침 기온 14도, 조금 쌀쌀해진 아침이다.
빈에 살던 15년 전의 9월은 서늘한 가을이었는데, 지금은 늦여름.
낮 기온은 계속 25-26도 이상,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가 흔하지 않은 빈에서 긴소매옷을 입기엔 살짝 더운 날씨다.
LOT 온라인 Claim Form을 작성하고, 나흘 후 옮길 두번째 숙소의 온라인체크인 양식을 미리 채웠다.
그리고 10시반, U4를 타고 슈베덴플라츠에서 내려 트램으로 환승하여 도착한 곳은 훈더트바써하우스다.
여행자 넘치는 이곳 역시 많이 와 보았으나 3년 전 빈에 왔을 땐 찾지 않았다.
훈더트바써는 자신만의 개성적 세계관을 지닌 건축가로, 훈더트바써하우스는 1986년에 지은 빈 시영아파트-실제 거주-다.
이 건축물은 벽면이나 창문, 기둥, 계단 등의 각 공간이 동일한 것이 없는, 각기 다른 독특한 형태과 색채를 지니고 있다.
여긴 우리 눈에 보이는 현재의 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온 세계의 빛을 품고 있고, 온 세상의 자연을 지니고 있다.
훈더트바써하우스 앞을 지키고 있는 카페와 기념품점 역시 다르지 않다.
훈더트바써하우스에서 1번 트램을 타고 또 슈베덴플라츠에 도착했다.
금요일 낮인데도 이곳은 물론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아니 실제로 빈 인구가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U4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던 중 특별히 살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인터스파에 잠시 들렀다.
사실 진짜 목적은 그 옆 피자 가게. 평점 좋고 비주얼 좋은 이 이탈리안 피자 레스토랑을 여행 전부터 낙점했었다.
7-8분을 기다려 테이크아웃해 온 이탈리아 피자는 최고의 맛이다.
서울에서 먹으면 늘 2% 아쉬운 이탈리아 피자 맛을 이 이탈리아 피자가 완벽히 채워준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다.
점심식사 후 남편은 낮잠에 빠졌다.
나도 어제의 강행군으로 고단함이 밀려왔지만 오수 대신 마음을 풀어헤치고 편히 널브러진다.
그리고는 서울을 방어하고 있는 아들과 또 친구들과 톡을 주고받았다.
이른 저녁, 독일에서 온 후배를 만나러 남편은 쉔브룬 근처 약속 장소로 가고, 난 Hofer에 들러 납작복숭아를 구입했다.
숙소에 남겨진 나는 유튜브 여행 채널을 시청하며 혼자 근사한 피맥을 즐긴다.
오, 이 피자는 차가워도 맛나고 오븐에 데우면 더 맛있는 걸.
열린 창문으로 흘러드는 밤 기운이 서늘하다.
어느덧 초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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