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창 밖 남의집 정원 위로 바다인 양 갈매기가 소란스럽게 날아다니고 있다.
4월 아침 대기는 상당히 쌀쌀하고, 실내는 습기 없이 꽤 건조하다.
어제-한식-와는 달리 빵과 수프, 치즈, 샐러드, 커피 등으로 아침 식단을 마무리한 후 8시 반, 길을 나선다.
외관이 푸르디푸른 알마스 성당을 지나고 내부가 푸르른 상벤투역을 지나면 어제처럼 마주치는 도우루강.
오늘은 복층 아치교인 동루이스 다리의 2층을 걸어 도우루강을 건너가기로 했다.
85m 높이의 아찔한 상층엔 자동차-하층으로 통행-는 지날 수 없고 지하철(?) 선로와 보행자를 위한 인도만 마련되어 있다.
400m 길이의 다리 위에서 보는, 그리고 상층부 다리를 건너 빌라노바가이아 지역에서 보이는 도우루강이 정말 아름답다.
자연과 건축물과 구조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경화 같은 정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동루이스 다리 상층을 건너면 바로 모후공원 메트로역이다.
모후공원에서 보는 도우루강도 예쁘지만, 역시 최고의 전망은 더 높은 곳에 자리한 세라두필라드 수도원이 선사해 준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어를 뒤로 한 채 동루이스 다리 2층을 건너 다시 상벤투역 근처다.
많이 걸었으니 잠시 쉬어갈까. Fabrica da Nata 상벤투에 앉았다.
Nata와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오, 여기 커피 정말 맛있는데.
포르투갈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진하고 향이 좋았으며 거의 다 아주 훌륭했다.
넓지 않은 실내, 옆 테이블에 앉았던 두 여인-한국인인듯-이 삼성이라 쓰인 검은 에코백을 두고 나간 듯했는데, 우리 것이냐고 직원이 묻는다.
뜨거워진 햇살 아래 거리의 자동차들은 어제처럼 오늘도 과속을 하고 자동차마다 심한 매연을 토해내고 있다.
일방통행 도로가 많은 포르투에서 현지인인지 관광객인지 모를 보행자들은 교통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들은 걸어가는 보행자 사이를 요리조리 곡예를 하며 속도감 있게 달리고 있다.
아침을 일찍 연 덕에, 예정했던 레스토랑-오픈시각까지 많이 남음.-은 내일로 미루고 초밥 뷔페에 가기로 했다.
맛있지는 않은 초밥과 맛난 누들과 다양한 튀김 등 가성비 괜찮은 식당이어서인지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
후딱 두세 접시를 해치운 후, 작은 공원을 지나고 또 많은 거리를 지나 숙소로 들었다.
숙소에서 쉬는 동안에도 거실에서 보이는 우리집 정원과 뒷집 정원을,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며 힘차게 날고 있다.
한번쯤은 보아야 할 도우루강 노을과 야경을 만나기로 한다.
높은 곳에 오르기를 즐기지 않고 야경 역시 관심 없는 편이지만, 도우루강 야경을 빼먹으면 기억될 것이 너무 적은 여행지가 될까봐 말이다.
사실 포르투는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아니 처음부터 우리의 관심과 흥미에 부합되지 않는 도시였다.
오후 6시, 숙소 근처 볼량역에서 모후공원까지 지하철로 움직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일몰 맞을 준비를 하는 모후공원 대신 낮에도 최고 전망을 보여준 세라두필라드 수도원으로 향했다.
수도원은 물론 동루이스 다리 위도 인산인해. 공원 근처 카페에선 리드미컬한 음악이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도우루강 서쪽에선 축제 같은 저녁 노을이 지고 있다.
그리고 붉은 해가 사라진 강변을 채우기 시작하는 점등 행렬.
노을빛 남겨진 밤 하늘과 별빛 같은 불빛들은 도우루강과 어우러져 최고의 야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표류 > 2023 포르투·리스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8일 (토) : 히베이라와 가이아 사이 (0) | 2023.07.18 |
---|---|
4월 7일 (금) : 포르투 속 포르투 (0) | 2023.07.14 |
4월 5일 (수) : 아줄레주 그리고 도우루강 (0) | 2023.06.12 |
4월 4일 (화) : 포르투의 첫날 (0) | 2023.05.01 |
4월 3일 (월) : 깊은 밤을 날아서 (0) | 2023.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