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거실 창문을 여니 역시나 갈매기들이 비행 중이다.
이젠 저 녀석들과 아주 친숙해졌다. 마치 우리와 함께 하는 반려조 같기도 하고 우릴 지켜주는 순찰조 같기도 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세탁기를 돌려놓은 후 어제는 들르지 않았던 콘티넨테로 향한다.
여행지에서 마트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데, 우리가 꼽는 최고의 마트는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큰 마트다.
선호하지 않는 마트는 여행객들 대상의 점포로, 대체로 기차역 근처나 관광지 한복판, 여행자 숙소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런 곳은 현지인 대상 마트보다 물품이 다양하지 않거나 품질이 떨어지기도 하고 품목이 한정적이거나 가격이 비싸다.
포르투갈 마트에서 신기했던 건 판매하는 생수가 5L나 7L 짜리도 있다는 것이다.
5L 짜리를 구입하려다가 남편의 만류-너무 무겁지-로 포기했는데, 저 무거운 생수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이 가끔 있었다.
필요한 식료품을 챙긴 다음 숙소로 돌아가서, 세탁이 끝난 일체형 세탁건조기의 건조 버튼을 작동시켰다.
점심식사 장소 말고는 정해놓은 일정이 없는 날.
산타카타리나 거리를 지나 발길 닿는 대로 가다보면 어제에 이어 아줄레주로 감싼 산투일드폰수 성당을 마주한다.
멀리서 볼 땐 소박하면서도 예쁜 외관의 건축물이었으나 가까이서 살펴본 성당은 관리가 제대로 안된 모습이었다.
슬쩍 들여다본 성당 내부는 협소했고, 어찌보면 초라하기까지 한 내부엘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포르투는 물론 이후 리스본에서도 대부분의 성당이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베리아 반도의 성당들이 대체로 그런 건지, 여러 번 가본 스페인도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 성당이 많았다.
혹여 역사, 건축, 예술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해도 성당은 성당인 것이다.
기도하고 소원을 비는 마음엔 적어도 타산적인 상술이 개입해서는 안된다.
로마 성베드로, 피렌체 두오모, 베네치아 산자카리아, 빈 슈테판, 잘츠부르크 대성당 다 무료입장이다.
포르투 거리를 걷다보면 폐업한 상점이나 비어있는 점포가 꽤 보인다.
여행객은 많이 늘었으나 길고 깊었던 코시국을 견디어내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산타카타리나 거리도 포함된 빈 상점들 앞엔 노숙자의 살림살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처럼 널브러져 있다.
우린 LP와 CD를 비롯하여 각종 잡화를 진열해놓은 상점을 만나고, 아기돼지 통구이를 판매대에 올려놓은 슬픈 마트도 들렀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어제 가려다가 미룬 식당에 오픈런을 하는데 우리 말고도 1층에만 3팀이나 더 입장했다.
사실 이곳은 구글에 한국인들의 후기가 아주 많은 식당이다. 일명 한국인 맛집.
우린 여행지에서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은 가능하면 피하는 편이다.
한국인 관광객의 입에 맞추어 그곳만의 개성과 고유함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년을 생활한 비엔나에서 한국인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립스오브비엔나와 살름브로이를, 빈 시민들은 찾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을 찾은 이유는 가성비 있게 문어 요리를 먹기 위해서다.
포르투 마트에서 판매하는 문어는 아주 저렴한데, 관광지 식당에서는 유난히 문어 요리가 비쌌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관광지 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포르투갈은 국민소득 대비 더욱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포르투나 리스본에서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엘 가보면 관광지 물가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
아무튼 메인 요리로 문어 요리와 파스타를 주문하고 음료와 후식을 골랐다.
뛰어난 맛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으나 음식이나 분위기는 대체로 무난하고 괜찮았다.
그리고 이 시간만의 심각한 문제, 옆 테이블의 20대 한국인 남녀 특히 여자가 너무나 시끄러웠다.
어제오늘 한인민박에서 만난 사이 같은데, 주변 사람들-우리 말고는 다 백인-에 대한 배려없이 둘만 있는 공간이라 착각하며
어찌나 계속 큰 목소리-난청인가-로 떠들어대는지 방해가 되었음은 물론 내가 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금요일 오후, 인파 넘치는 산타카타리나 거리를 지나 숙소에 들어서니 실내도 후끈하고 건조기도 후끈하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쏘다녔으니 휴식할 시간이다.
늦은 오후, 다시 산타카타리나 거리를 지나 포르투 시청사와 그 주변을 산책하듯 걷는다.
실제 맨눈으로 보면 사진보다 더 소소하고 소박한 포르투에서 시청사 주변은 이곳이 유럽 도시임을 일깨워준다.
매일 언덕길을 오르내리고, 어젠 도우루강변을 2번-저녁엔 지하철 왕복- 다녀온 이유일까. 아니 나이 탓일까.
자고 일어나면 누그러져야 할 다리와 발의 통증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와인 잔과 맥주 잔을 기울이는 저녁식사 시간, 별안간 경보음이 들린다.
무슨 소리지, 어디서 나는 걸까. 곧 그치겠지.
뒷집 마당에서 울리는 소음은 끝을 모른 채 이어지고 있었다.
'표류 > 2023 포르투·리스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9일 (일) : 포르투의 휴일 (0) | 2023.07.19 |
---|---|
4월 8일 (토) : 히베이라와 가이아 사이 (0) | 2023.07.18 |
4월 6일 (목) : 동루이스 다리 너머 (0) | 2023.07.14 |
4월 5일 (수) : 아줄레주 그리고 도우루강 (0) | 2023.06.12 |
4월 4일 (화) : 포르투의 첫날 (0) | 2023.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