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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10월 5일 (목) : 일강 따라 거닐기

숙소 앞 거리

우리 숙소에는 침실과 거실에 침대와 소파베드가 있는데, 숙소의 거실 창문 외벽엔 조도 높은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침실 커튼과는 달리 거실 블라인드는 그 불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빛에 예민한 경우 거실 소파베드에서

잠을 청하는 건 어려울 듯하다. 위치와 가성비는 더할나위없이 탁월하지만, 디테일한 면에서 좀 부족한 아파트다.

 

아침 8시에 들여놓는 된장찌개와 에그스크램블은 매우 탁월하다.

돌려놓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빨래건조대에 잘 널어두고 9시 40분, 스트라부르 탐색에 나선다.

 

스트라스부르대성당
일강

오늘 오전 일정은 특별히 정해놓은 것이 없으니 마음 가는 대로 그저 가기만 된다.

첫 발길은 스트라스부르대성당. 어제 오후와는 달리 한적한 성당 뒤편에 한국어를 장착한 꼬마기차가 잠시 정차 중이다.

 

로한궁전과 미술관

길 따라 일강 따라 걷다보면 새 광장을 만나고 새 궁전을 만나고 새로운 다리도 만난다.

어제는 시야에 닿지 않았던 도시 곳곳이 선물처럼 예쁘게 또 멋스럽게 펼쳐진다.

시선 가는 대로, 시간에 매이지 않는 지금이 진짜 여행의 시간인 것이다.

 

스트라스부르 역사박물관
일강

10월의 평일 오전, 북적이지 않은 한가로움이 참 좋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까지 알자스의 주도였는데, 역사적인 이유로 독일의 특성도 지니고 있어 흥미롭다.  

또, 유서 깊은 건축물이나 고풍스러운 박물관이 일강 주변에 많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 앞을 지나며 외관을 보는 것도 즐겁다. 

 

일강
프티트 프랑스

가을꽃이 장식된 다리를 건너고 오랜 세월 동안 강변을 지키고 있는 그림 같은 나무 터널도 지났다.

이렇게 도시를 걷고 산책하고 또 지나다보면 프티트 프랑스에 다다른다. 스트라스부르에서 한국어가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이다.

 

프티트 프랑스
프티트 프랑스 : 메종데타뇌르

프티트 프랑스의 목골가옥 중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메종데타뇌르 Maison des Tanneurs다.

1572년에 지은 이 집은 가죽 가공에 필수적인 물가-강 옆-에 있으며 가죽 건조에 유리한 개방형 지붕을 지니고 있다.

또한, 마차길이 확보되어야 하는 0층보다 그 위층부터는 길 쪽으로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하여 건립하였다.

 

오전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다 그제 들렀던 Norma에서 요거트 4개와 크루아상, 뺑오쇼콜라를 구입했다.

숙소 앞 Norma는 지금까지 가본 여행지 마트 중 정리와 청소 상태가 최악이었으나 그제 산 요거트는 진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뇨끼를 넣어 끓인 라면과 어제 담근 깍두기는 훌륭한 점심식사가 돼 주었다.

 

오후 늦게 다시 나가기 전까지 그저 편히 휴식하려 했으나 긴 시간동안 낮잠에 빠졌나 보다.

오전 산책은 몸을 고단히게 하였고 어젯밤 사태는 마음을 부대끼게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대성당 주변
대성당 주변
일강

흐린 오후 4시 40분, 다시 도시의 거리로 나간다.

정해진 목적지는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으로, 여기서 이른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오전에 본 곳과는 또다른 거리를 눈에 담으면서 거닐고 있는 몸과 마음은, 고단함이 다 물러간 듯 상쾌하다.

 

플랑베

오후 5시를 살짝 넘긴 시각인데도 식당 앞 야외 좌석이 거의 만석이다.

실외 자리의 담배 연기를 피해 차분한 실내로 들어가서 알자스 전통음식인 플랑베와 수제 맥주를 주문했다.

오, 여기 괜찮다. 해피아워 주문이라 저렴한 가격, 친절한 서버,  맛있는 맥주와 플랑베 모두 다 만족스러웠다.

 

기분 좋게 귀가하던 오후 6시반, 갑자기 낭시 아파트 호스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샤워부스 배수 문제로 연락했는데, 우리가 숙박했을 때도 배수가 안되었는지 배수구에 뭔가를 빠뜨린 건 아닌지 물어왔다.

지난 주 우리가 그곳에 머물 땐 배수에 큰 문제가 없었고 물건을 빠뜨리는 실수 따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는 답장을 보냈다.

참나, 프랑스 아파트랑 우리랑 뭐 이리 안 맞아 삐걱거리는 건지, 프랑스 이 동네, 대체 왜 이래.

 

숙소에 들어온 시각은 6시 40분.

6시반에 오겠다고 한 스트라스부르 숙소 호스트는 약속보다 20분 늦게 고급진 샴페인을 안고 방문하였고, 그는 40분간 간단한

공사(?)를 열심히 한 후 돌아갔다.

 

프티트 프랑스
프티트 프랑스
숙소 앞

오후 8시가 넘어서, 우린 숙소 코앞 프티트 프랑스를 1시간 동안 걷고 또 걸었다.

낮 못지 않게 조명 켜진 밤도 너무나 아름다운 프티트 프랑스에 엄청난 한국어들이 울려퍼지고 있다.

치즈와 브레첼이 샴페인의 맛과 향을 더욱 잘 돋워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