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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10월 8일 (일) : 우리가 그린 도시

숙소 맞은편

몽실몽실한 구름이 하늘을 장식하는 아침이다. 어쩌면 이리도 그린 듯 예쁠까.

오늘 작정한 곳은 소소한 한두 군데. 그저 마음 닿는 대로 기분 닿는 대로 다녀볼까 한다.

8시반, 카레에 올리브와 깍두기를 챙기고 커피와 레몬타르트와 요거트까지, 아침부터 아주 잘 먹고 다니는 여행이다.   

 

일강

10시 20분, 움직이기엔 아직 이른 시간일까. 정말 사방이 조용한 일요일 오전이다.

이상 기온에 휘청이던 나뭇잎은 이제야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고 일강의 백조들은 고요함을 즐기며 노닐고 있다.

시민들 또는 여행객들은 강가 벤치에서 옅은 햇살을 받으며 가을날의 평온을 만끽하고 있다.

 

법원
La maison egyptienne 가는 길
La maison egyptienne 앞 거리

소소한 오전 일정은 La maison égyptienne-이집티안하우스-이다.

구시가에서 일강 너머 북쪽으로 향하면 특색 있는 거리가 나오는데, 그 중 시선을 확 잡는 집이 이집티안하우스다.

나이 지긋한 백인단체 여행객만이 그 앞에서 머물고 있을 뿐,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La maison egyptienne (Egyptian House)
La maison egyptienne (Egyptian House)
La maison egyptienne (Egyptian House)

1905년에 지은 이 건축물엔 당시 일시적으로 대세였던 아르누보 양식과 독특한 오리엔탈리즘의 결합이 나타난다.

0층 공동 출입문 위엔 색다른 문양과 부조를 새겼고 그 위편엔 고대 이집트 미술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인체 및 꽃과 새를 그렸다.

곡선을 강조하고 대상을 형상화한 검은색 발코니 난간은 아르누보 자체다.

 

Palais du Rhin
Palais du Rhin

이집티안하우스에서 일강 쪽으로 가다가 뜻하지 않게 Palais du Rhin 랭 궁전을 만났다.

19세기말 알자스지방이 독일령이었을 때 황제와 황실 가족이 거주했던 공간이라 하는데, 외관이 상당히 수수하다.

현재 관공서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듯 프랑스국기가 좌우로 펄럭이고 있다. 

 

Fontaine de Janus 야누스 분수
오페라극장
오페라극장 앞 광장

일강의 다리를 건너서 정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수로 모양의 양편에 야누스 청동 얼굴이 조형된 야누스 분수를 마주하고, 소박한 오페라극장도 대면했다.

오페라극장 앞 광장에선 회화, 소조, 조각 작품 등을 전시 판매하는 미술 장터가 한창이다.

 

인구 27만명인 스트라스부르의 중심지가 넓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참 이상도 하다.

프티트프랑스처럼 매일같이 보는 명소도 있으나 전날까진 못 본 처음 걷는 거리가 매일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길고긴 일강 주변 또한 각각의 장소마다 신선한 광경과 정취를 보여주니 날마다 새삼스러운 스트라스부르다.

 

5km 걷기 행사의 출발 종착점이 클레베 광장이었나 보다.

광장엔 천막 아래 나머지 이벤트가 진행 중이고, 행사에 참여했던 분홍티셔츠 입은 사람들은 시내 곳곳으로 퍼졌다. 

10월 중순을 향하는 일요일 정오, 점점 더워져 기온을 확인하니 무려 26도. 쉬어줘야 할 시간이다.

 

클레베 광장

점심 메뉴는 버터와 잼을 바른 바게트 그리고 비비고김치만두다.

쏘다닌 오전이 살짝 고단했음이 분명하다. 무조건 누워서 쉬어야 했으니까.

오후 3시, 어디선가 기압 낮은 음악소리가 들린다. 트인 광장 아닌, 좁은 골목길 버스킹은 소음이 될 수 있다.

4시, 이제는 다시 밖으로 나가봐도 될 것 같다.

 

신학교 내부 : 도서판매전
16세기 르네상스 건축물(호텔)
일강

늘 그랬듯 오후에도 거리를 슬슬 돌아다녀본다.

신학교에선 주말동안 도서판매전을 열고, 16세기에 지은 르네상스양식 호텔은 정결하기 그지없다.

일강은 무궁무진한 풍경을 자아내고, 종일 맑고 더운 덕분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반소매 민소매가 흔하다.

 

2번째 방문하는, 강변에서 가까운 레스토랑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야외 좌석은 이미 만석이고 실내에도 손님이 꽤 있었는데 우린 딱 좋은 실내 구석 자리를 차지했다.

친절한 여자서버가 주문을 받으며 '안녕하세요'라 인사하고 우린 수제맥주와 슈크루트플랑베, 풍기플랑베를 주문했다.

 

독일 영향이 강한 알자스의 전통식인 슈크루트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사우어크라우트-새콤하게 절인 양배추-라 부른다.

지역에 따라 슈크루트든 사우어크라우트든 맛 차이가 있는데 우리에겐 오스트리아 것이 잘 맞다. 익숙함의 소산이다.

이 식당 슈크루트플랑베 위에 놓인 촉촉함이 덜한 슈크루트는 우리 입맛엔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일강의 유람선

6시 20분, 레스토랑을 나와 일강 다리를 건너 구시가로 간다. 

해 짧아진 가을, 그렇지만 스트라스부르대성당을 밝히는 불빛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우린 밤 불빛이나 야경엔 관심이 없으나 저녁 7시 무렵, 대성당 외관에 약한 점등이 시작되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대성당 앞 광장
스트라스부르대성당
숙소 앞 거리

잠잠했던 요통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잘 휴식하고 약 기운을 조금 빌린 다음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아질 터. 먼저 푹 취침했다.

음, 내일은 알자스 박물관에 갈 예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