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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루프트한자 비즈니스클래스

2024년 4월, 3주간의 여행을 함께한 항공은 루프트한자다.

루프트한자 일반석은 2017년과 2018년 여름에 경험해 보았고, 이번엔 여행 5개월 전 발권한 비즈니스클래스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루프트한자 파업 이슈는 연초부터 우리를 걱정시키고 짜증스럽게 했다.

예전엔 여름철에만 루프트한자를 이용했던 터라 루프트한자 파업 이슈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그러하듯 유럽 대부분 국가의 임금 협상과 파업은 1/4분기에 집중되어 있는데, 독일의 항공과 기차 등의 파업은

타 유럽 국가보다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 협상과 파업은 법으로 정해져 있기에 노조원들에겐 물론 당연한 권리다.

그렇지만 2024년 연초, 루프트한자 직원들의 파업 강도는 예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항공사와 노동 조합들-직종별 노조-의 협상은 몇 달째 결렬되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전년에 최대 이익을 올린 회사에 대해

강력한 보상 및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지상직, 기술직, 승무원들은 동시 파업 아닌 직군별로 순환 파업으로 대응했다.

 

파업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면 그 피해는 모두 탑승객의 몫이다. 

운항 취소 직후 변경된 항공편이 이메일이나 앱을 통해 안내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홈피 챗봇를 통하거나 본사 또는 한국지사로

통화하여 대체 항공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엄청나게 골치아프고 짜증스럽고 고단하다.

또한 여행 시작 전부터 일정이 뒤틀려 버리니 그 분노는 언급한 필요가 없을 듯.

 

이 와중에 항공사 아닌 공항 직원들의 파업으로 운항 취소가 되기도 하고 기체 결함으로 인천~프푸 간 비행이 운항 취소 되거나

지연 출발하는 경우-신기하게도 인천~뮌헨 운항은 연착이 훨씬 적음. 기종 다른 이유일까-마저 잦아졌다.

3월에도 유럽여행 카페엔 루프트한자의 결항과 관련된 글들이 날마다 수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했던 고민과 같은, 루프트한자를 취소하고 다른 항공권을 구입해야 하는지 망설이는 글들도 많았다.

어느 날부터 매일 나는 습관처럼 'Lufthansa Strike'를 구글링하고 있었다. 참나,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취소할 수도, 타 항공권으로 갈아탈 수-탑승일 가까워지니 최소 500만원-도 없이 시간은 마냥 흐르고 있었다.

루프트한자 예약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던 3월 말, 드디어 노조 직군별로 협상 타결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노조들의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진 협상 결과였다. 그런데, 항공사는 직원 파업으로 몇 달동안 수천 억의 손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중재팀이 개입되긴 했으나 어차피 거의 다 수용할 요구사항을 왜 돈,신뢰-항공사 신뢰 바닥, LOT보다 더-와 바꾼 건지 알 수가 없다.

암튼, 여전히 지연 출발과 연착이 잦았으나 항공사 파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행을 즐길 준비만 하면 되니 다행이었다.

 

 

아시아나라운지
LH713 (B747-8)

4월 3일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LH712 항공기는 인천공항에 정시 도착했고 LH713 역시 인천에서 4월 4일, 정시 출발했다.

루프트한자는 아시아나와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라 인천공항에선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했는데, 여러 번 와본 곳이기에

익숙하고 편안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음식은 부실한 편이지만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우리에겐 괜찮았다.

 

 

작은패드와 슬리퍼
아래층 비즈니스석 2-2-2배열
LH713 웰컴드링크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운항하는 LH713의 기재는 B747-8이다.

그전엔 747-4, 4월부터는 Upper Deck 있는 747-8로 운행하고 있어서 우린 출국시엔 아래층으로, 귀국시엔 위층으로 좌석 지정을 했다.

루프트한자 747-8기의 비즈니스클래스는 타 기종보다 훨씬 많은 80석이고 퍼스트클래스도 8석이 있다.

아래층 비즈니스석은 2-2-2 배열로 48석이고, 좌석엔 베개, 이불, 깔개로 사용하는 작은 패드, 슬리퍼, 500ml 물이 준비되어 있다.

 

 

LH713(인천-프푸) 어메니티

루프트한자 비즈니스클래스에서 제공되는 어메니티는 실용 그 자체다.

출국시엔 작은 파우치에 록시땅 핸드크림과 립밤, 친환경 1회용 칫솔치약, 수면양말, 헤드폰 커버가 전부였고, 귀국시엔 여행용 주머니로

적당할법한 큰 파우치 안에 5ml 록시땅 크림 2개, 칫솔치약, 수면양말, 헤드폰 커버가 들어있다.

1회용 가그린이나 이어플러그, 안대는 화장실에 비치되어 있으니 필요시에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귀국시엔 수면용 잠옷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네이비색 상의를 제공한다.

 

기내 영화는 한국영화가 5-6편, 한국어 더빙된 외국영화는 50편 정도 있었고 최신영화가 별로 없었으나 10시간 넘는 비행에서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기에 괜찮았다. 이번에도 출국할 때 2편, 귀국시엔 기내 영화 1편 보았다. 

 

 

출국편 : 첫번째 기내식 중 전식
출국편 : 첫번째 기내식 중 선택한 후식
귀국편 : 첫번째 기내식 중 메인

기내식은 출국시에 도미요리와 불고기, 귀국시엔 비빔밥과 에그스크램블을 선택했다.

도미는 내 입에 싱거웠고 불고기는 간이 센 편이었으며 비빔밥의 재료는 괜찮았으나 고추장은 단맛이 살짝 부족했다.

대체로 전식과 후식은 맛있었고, 귀국편-프푸 출발-의 빵도 좋았으며 식사 후에 제공하는 초콜릿의 퀄리티가 좋았다.

 

 

출국 경유 프랑크푸르트 비즈니스라운지(베네치아행 항공기 탑승전)
귀국시 프랑크푸르트 비즈니스라운지
귀국시 프랑크푸르트 비즈니스라운지

귀국시 이용한 베네치아 비즈니스 라운지는 음식은 단출했으나 차분하고 편안했으며, 출국 경유시와 귀국시 이용한 프랑크푸르트

비즈니스 라운지는 음식이 다양하고 맛있었다. 특히 귀국시에 들른 Z 게이트 쪽 비즈니스라운지는 넓고 쾌적했다. 

 

 

84열
Upper Deck 2-2배열

귀국할 땐 Upper Deck의 84열에 앉았다. 80석의 비즈니스석 중 위층엔 2-2 배열로 32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만석이었다.

84열은 위층 8줄 중 앞에서 4번째 열로, 비상구 뒤쪽 구역의 맨 앞이라 모니터 윗부분 공간이 상당히 넓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서빙할 때 음료와 빵을 놓아두는 자리로 사용하는데, 약간 어수선할 수도 있으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루프트한자 747-8기 비즈니스클래스의 좌석 넓이는 세로폭 64인치, 침대길이 78인치, 가로폭 20인치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좌석을 풀플랫으로 펼쳐 누웠을 때, 모니터 아래쪽에 발 뻗을 공간의 폭이 터무니없이 좁아서 평균 키인 남편도 불편해 했다.

통로 건너편의 키 큰 백인 할아버지-190cm쯤-는 완전히 제대로 눕지 못하고 내내 비스듬히 앉아서 잠을 청했다.

책자 몇 권 꽂아둘 공간을 확보하느라 좁아진 발 놓일 공간은 루프트한자 비즈니스석의 최대 단점이다.

 

루프트한자 비즈니스석을 또 이용할 의향은 별로 많진 않다.

다만 가격적인 메리트가 아주 크다면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파업 이슈가 득실거리는 1~4월엔 어떤 메리트가 있더라도 탑승 예약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