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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4월 4일 (목) : 베네치아로 날다

또 가니, 이번엔 어디 가. 

어디긴 또 유럽 어느 동네지. 우리의 행선지는 늘 한결같다.

 

큰녀석에게 작은녀석-강아지-를 맡기고 떠나는 걸음이 아주 가볍다.

올 2-3월에 수없이 반복-예년보다 자주-되던 루프트한자의 파업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고, flightradar24로 확인한 바 기체 결함으로 인한

결항이나 지연 없이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한 LH712은 인천공항을 향해 순항 중이었다.

 

아시아나 비즈니스라운지
아시아나 비즈니스라운지

이른 아침 공항버스에 올랐고 출근시간에 맞물린 올림픽도로는 정체되었으며 인천공항 1터미널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온라인체크인-비즈니스석 탑승 땐 하지 않음-을 미리 하지 않고 비즈니스클래스 카운터에서 10분 만에 수속을 완료하였으나

보안검색대엔 여행 성수기처럼 엄청난 인파가 기다리고 있다.

 

여러 번 와 본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라운지는 조용하고 차분하여 휴식을 취하기엔 최적이다.

음식은 기대할 바가 못되지만 우리가 라운지에 들르는 목적이 먹기 위해서만은 아니니 죽, 컵라면, 커피만으로도 충분하다.

라운지 밖에선 국악이 연주되고 있었는데, '아리랑'은 딱 좋았으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Let it be'는 국악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747-8 루프트한자 비즈니스클래스(아래층)
747-8 루프트한자 비즈니스클래스(아래층)

탑승 시각에 딱 맞춰 탑승구에 다다랐고 미니 2층 항공기인 747-8기에 바로 탑승을 시작했다. 

우리 좌석은 아래층 5K와 5H였는데 출국할 때는 2-2-2배열의 아래층에, 귀국시엔 비즈니스석만 있는 위층에 좌석 지정을 했다.

탑승하자마자 제공되는 웰컴드링크. 남편은 오렌지주스를, 난 스파클링와인을 선택했다.

아래층 비즈니스석은 달랑 한두 자리만 비어있는 듯, 거의 만석이다.

 

웰컴드링크

원래 출발시각인 12시 25분을 살짝 넘겨 게이트를 떠난 LH713기.

좌석마다 이불과 베개, 포장된 작은패드-깔개-가 구비되어 있고 기내 슬리퍼와 500ml짜리 물도 준비되어 있다.

포르셰 디자인이라 쓰인 작은 파우치 안엔 친환경 칫솔 치약, 록시땅 립밤, 록시땅 핸드크림, 수면양말, 헤드폰 커버 등이 들어있다.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날 무렵 음료가 서빙되었다. 남편은 레드와인을, 난 벡스 맥주를 골랐다.

 

첫번째 기내식 : 전식
첫번째 기내식 : 메인

서울 시각으로 오후 2시가 조금 지나면서 식사가 제공되었다.

전식인 새우와 관자는 맛있었고 빵은 평범했으며 메인으로 선택한 도미는 맛도 간도 많이 심심했다.

위장은 이미 넘칠만큼 가득찼으나 후식인 토르테와 추가 제공된 초콜릿을 마다하진 않았다. 오, 초콜릿 퀄리티가 굿.

 

첫번째 기내식 : 후식

루프트한자의 기내 엔터테인먼트엔 한국 영화는 5-6편, 한국어 더빙 영화는 40-50편이 있다.

식사 전부터 보던 '범죄도시3'를 시청하고 난 뒤 40분쯤 낮잠을 잤을까. 잠에서 깬 후에도 알 수 없는 나른함 때문에 한참을 누워 있었다.

 

역시 13시간 비행은 정말 길디 길다.

갤리에서 들고온 바나나, 로아커 웨하스와 함께한 '위대한 개츠비'. 한국어 더빙 영화는 참으로 낯설다.

 

범죄도시3
두번째 기내식 : 메인

프푸 도착 3시간 전, 항공기는 이스탄불을 지나고 있고 졸음이 밀려와 다시 누웠으나 잠이 들진 못했다.

루프트한자 747-8기 비즈니스석의 가장 큰 문제점인 폭 좁은 발 공간으로 인해 남편의 발이 내 공간을 넘나들기도 했다.

 

착륙 1시간반 전인 프랑크푸르트 시각 오후 5시, 두번째 기내식을 제공한다.

간이 살짝 센 불고기는 지나치게 평범했고, 내가 직접 고른 Schwarzbrot-검은빵-은 아주 맛있었다.

오후 6시 50분, 프랑크푸르트 공항 1터미널의 활주로는 이미 푹 젖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프푸공항 루프트한자 비즈니스라운지

EU로 들어왔으니 보안검색대를 지나서, 아직도 거의 유일하게 질문-EU 중 독일만-을 날려대는 입국심사대에 잠시 섰다.

베네치아행 항공기 출발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여러 LH 라운지 중 탑승구와 가장 가까운 라운지에 들었는데 공간에 비해 밀도가 높다.

위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요거트만 먹고 조금 쉰 다음 오래지 않아 탑승구로 갔으나 아이 참나, 25분 지연 출발이란다.

더 이상 육신을 속일 수 없는 나이, 고단한 중년은 졸음과 고단함으로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 

 

프푸 공항
베네치아행 LH 기내식

30분 넘게 지연 출발한 LH332기는 그만큼 늦게 베네치아 공항에 착륙했고 Priority 표식 붙은, 비 젖은 캐리어는 금세 손에 들어왔다.

우리는, 남편 캐리어에 끼어있는 의문의 종이 쪽을 빗물 때문에 우연히 들러붙은 것이라 여겨버리고, 서둘러 ACTV버스에 올랐는데

갑자기 캐리어가 휘청인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아까 그 종이는 캐리어 파손 고지였다.

버스 안에서 잠시 고민했으나 이미 면세구역을 벗어났고 밤 11시가 넘었으니 우선 숙소로 가고, 이후 방법을 찾기로 했다.

바퀴 위쪽이 금이 가서 깨진 캐리어는 큰 바퀴 덕분인지 아주 잘 굴러가니 그나마 다행인가.

 

버스가 멈춘 베네치아 로마 광장에서 우린 운하 따라 650m를 걸어서 어렵지 않게 숙소에 이르렀다.

1주일 동안 머물 짐을 푼 후 우린 바로 루프트한자 홈피에서 캐리어 파손과 관련된 리포트를 열심히 작성했다. 

나는 1년도 안되어, 남편은 5년 만에 날아온 베네치아. 고단한 첫 밤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