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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9월 9일 (월) : 집으로 가는 시간

체인빵집 Ströck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뜬 아침, 잔뜩 흐린 하늘에선 비가 뿌리고 있다.

오전 7시 20분, 아침식사용 빵을 구입하러 내가 좋아하는 빵집 Ströck슈트뢱으로 간다.

아침형 인간이 많은 오스트리아에서는 체인 빵집이든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이든 일반적으로 오전 6시면 문을 연다.

 

Ströck

슈트뢱 앞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녀석이 매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빵집 안에는 대기 손님이 꽤 있다.

아침에 먹을 양만 필요했기에 긴 치즈빵-Käsestangerl-과 검은 넛츠빵만 구입하였는데 우유, 오렌지주스, 크림치즈, 잼과 함께 먹는

빵은 정말 맛있다. 늘 그랬듯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다.

 

집 정리를 하고 짐을 꾸려 캐리어만 남겨둔 채 오전 10시 20분, 체크아웃을 했다.

종이류와 일반쓰레기는 숙소 뒤편에, 플라스틱과 캔은 거리에 마련된 장소에 분리배출한 다음 구시가로 이동했다.

 

Konditorei Oberlaa
Oberlaa
Oberlaa의 Melange

짐 없이 작은 우산을 받쳐들고 걷는, 비 내리는 거리가 참 운치 있다.

슈테판플라츠역에 내려, 3개층에 걸쳐있는 Konditorei-제과점-Oberlaa의 위층 창가에 앉아 따뜻한 멜랑쉬Melange를 주문했다.

 

Konditorei Oberlaa

그런데, 아차차 여기 멜랑쉬는 우유 거품까지 모두 커피머신으로 내리기에 별로인데, 순간 깜빡했다.

체인 카페 중에선 멜랑쉬는 수제거품 올려주는 Aida가 낫고 Oberlaa에선 아인슈패너Einspaenner가 낫다.

우린 편안한 시간을 보냈고, 친절하고 핸섬한 서버에게 셈을 치른 다음 11시반, Oberlaa를 나왔다. 

 

Neuer Markt, Donnerbrunnen (1739)
Neuer Markt 어느 건물의 헤르메스
캐른트너 안쪽 Annagasse : 버거킹

오벌라 근처 노이어마크트Neuer Markt 중앙에 자리한 Donnerbrunnen도너의 샘이 젖어있다.

이곳 역시 '비포선라이즈'의 배경이었다고 하는데, 도너의 샘-분수- 원본은 빈 뮤지엄에 깔끔한 모양새로 전시되어 있다.

 

비 내리는 아침, 구시가 트램 투어를 해 볼까. 

캐른트너를 걸어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2번 트램에 올랐고 슈베덴플라츠에 내려 1번 트램을 타면 다시 오페라하우스다.

궂은 날씨 탓에 투어는 30분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되었고, 구시가 버거킹에 들러 간단한 점심 요기를 했다.

 

빈 Schwechat공항
오스트리아항공 라운지

짐을 가져가기 위해 돌아온 숙소, 캐리어는 오후 2시까지 보관해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공동출입문이 열리지 않는다.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남편이 호스트와 통화를 한 후 키패드의 비밀번호을 누르니 그제서야 출입문이 열렸다. 

아무도 없이 청소도구만 흐트러져있는 숙소에서 캐리어를 챙겨, 여전히 약한 비가 내리고 있는 바깥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100m쯤 떨어진 정류장에서 77A 버스에 올랐고 Rennweg에서 내려 슈베하트공항까지 가는 티켓을 구입했다.

우린 오늘까지 이용 가능한 빈 교통카드가 있기에 빈의 마지막 역인 'Kaiserebersdorf부터 공항까지'의 티켓만 발권하면 된다.

Rennweg역에서 탄 S7 열차에는 승객이 정말 많았는데, 공항으로 가는 도중 검표원이 등장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대한항공 체크인카운터는 아직 미오픈, 의자에서 30분을 기다렸고 오픈한 후 금세 탑승권을 받았다.

 

오스트리아항공 라운지

2009년 빈에서 귀국할 때는 KAL라운지가 있었는데, 요즘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승객은 오스트리안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항공 라운지는 음식은 괜찮았으나 규모가 작고 복잡해서 쾌적한 편은 아니었다.

 

KE938 (B777-300) 10H,10J

예정보다 10분 늦은 오후 6시 10분부터 시작한 탑승, 출국 때와는 달리 프레스티지석 40%쯤이 빈 좌석이다.

탑승 직후엔 기내가 이상하리만큼 더웠으나 이에 대한 안내 방송이 있었고 출발 무렵엔 다행히 기내가 시원해졌다.

빗방울이 그친 빈 공항, 이제 이륙한다. 우리 타향병의 근원 도시, 그래서 곧 다시 올, 빈 잠시 안녕.

 

탄산수와 에피타이저
전식 : 훈제연어 샐러드
저녁식사 본식 : 북엇국은 촬영 직후 제공

이륙 후 40~50분이 지나자 저녁식사가 제공되었다.

귀국편 기내에선 속 편한 한식을 골랐고, 에피타이저로 마늘크림치즈를 곁들인 가지 요리가, 전식으로는 훈제연어샐러드가 서빙되었다.

본식인 비빔밥과 북엇국 등에 이어 후식인 치즈, 과일, 아이스크림, 커피까지 모두 부대끼지 않고 편안했으며 맛있었다.

 

저녁 후식

늘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항공 승무원들-특히 프레스티지석-의 미소는 강인하다.

국적기 승무원의 엄청난 미소에 길들여지면 외항사나 타국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갑갑할 수도 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시청한 후엔 밤잠을 청했으나, 숙면하지 못하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뒤척였다.

 

 

9월 10일 화요일서울 오전 9시.

이번엔 내가 라면을 요청하여 남편에게 덜어주었는데, 역시 하늘에서 먹는 라면은 형언할 수 없는 최고의 맛이다.

 

아침식사 : 내가 고른 죽
아침식사 : 남편이 고른 스크램블
아침 후식

오전 10시가 넘어 제공된 아침식사로 나는 죽을, 남편은 스크램블에그를 선택했다.

대체로 별다를 것 없이 평범했으나 남편이 나눠준 크루아상은 정말 환상적이었고 후식으로 서빙된 과일도 맛있었다.

잔잔한 감동을 준 영화 '도그데이즈'를 끝으로 오후 12시반, 항공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영화 '도그데이즈'

아직 여름 한가운데 있는 서울, 최고 기온이 무려 34도인 날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를 맞아주는 두 생명체가 너무나 반갑고 기쁘고 고맙다.

오래도록 건강히,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되기를 손 모아 마음 모아 세상 모든 사랑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