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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더하기 : 우피치의 그리스신화

르네상스 회화의 최고 컬렉션들 속에서 그리스 신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알려진 거장들의 작품에 주로 눈을 두다보니, 그리고 보아야 할 그림이 너무 많다보니 

성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신화 소재 작품들은 스치듯 볼 수밖에 없었다.

버거운 체력으로, 우피치 미술관에서 겨우 만난 그리스신화를 살펴본다.

 

 

아폴론(왼쪽)과 디오니소스(오른쪽), 2C

천상의 엄친아인 태양신 아폴론은 음악의 신, 예언의 신, 의술의 신이다.

나무를 타고올라 아폴론의 왼팔을 향하는 뱀은 예지력과 의술을 의미하며 

의술의 계보는 아스클레피오스로 이어진다.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인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는 부활의 상징이다.

헤라의 계략으로 인간 세멜레는 불타 사라지고

세멜레 태중의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허벅지 속에서 열 달을 채워 세상으로 나온다.

죽다 살아난, 아슬아슬한 출생 과정 때문인지, 디오니소스의 삶은 늘 위태위태하다.

 

 

해마를 탄 갈라테이아, 2C

갈라테이아는 해신 네레우스의 딸들인 네레이데스 중 하나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는 갈라테이아를 사랑했으나 그녀의 눈길이 젊고 아름다운 아키스를 향하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폴리페모스는 커다란 바위를 들어올려 아키스에게 던져버린다.

 

 

산드로 보티첼리, 팔라스와 켄타로스, 1482~1485

내 생각에, 우피치의 메인 화가는 보티첼리다.

연결된 A11, A12방에는 '비너스의 탄생'과 '봄' 이외에도 보티첼리의 여러 회화가 걸려있다.

 

아테나-팔라스-가 무지를 의미하는 켄타로스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는 이 그림은

'이성이 본능을 제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1479년 교황과 손을 잡고 피렌체와의 전쟁을 선포한

나폴리와의 협상에 성공하여 전쟁을 피하게 된 자신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가 주문하였다.

그림 속 산은 베수비오이고 바다에 떠있는 한 척의 배는 로렌초가 나폴리에 방문한 것을 뜻한다.

팔라스는 로렌초를, 켄타로스는 당시 피렌체를 공격하려했던 교황 식스토4를 가리킨다.

 

 

스카르셀리노, 파리스의 심판, 1590

'파리스의 심판'은 회화나 조각으로 가장 많이 표현된 그리스신화의 소재 중 하나다.

파리스는 권력자나 전쟁 영웅이 되기보다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을 택하고

황금 사과는 거품에서 탄생한 아프로디테의 차지가 된다.

거품 같은 이 사랑은 트로이아 전쟁 속으로 휘몰아친다.

 

 

틴토레토, 레다와 백조, 1550

더할 수 없이 부도덕한 제우스는 백조로 변신하여 아름다운 레다에게 접근한다.

틴토레토는 낮은 채도와 아찔한 구도 속에서 은근슬쩍 빛나는 백조를 그려냈다.

 

 

프란체스코 멜치, 레다와 백조, 1506~1507

프란체스코 멜치가 그린 '레다와 백조'에서 레다는 두 개의 알을 낳는다.

한 알에서는 디오스쿠로이-제우스의 아들들-라 불리는 카스트로와 플뤼데우케스가,

다른 한 알에서는 클뤼타임네스트라와 트로이아 전쟁의 불씨가 되는 헬레네가 나온다.

 

 

베로네세,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가 에로스와 함께 안테로스를 제우스에게 보냄, 1560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는 에로스와 함께 제우스에게 다가가서

안테로스-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에 대한 축복을 구하고 있다.

두 신의 시선은 제우스를 상징하는 독수리가 아닌 더 위쪽을 향하고 있다.

 

 

알렉산드로 알로리,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1570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껌딱지아들 에로스.

날개 달린 에로스는 신화 속에서 늘 어린 아이로 표현되지만

프시케와의 에피소드에서는 늠름하고 멋진 청년으로 형상화된다.

 

 

야코포 주키, 은의 시대, 1576 / 아코포 주키, 헤라클라스 뮤즈와 올림포스 신들, 1576

크지 않은 그림에 세상과 올림포스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생생하다.

칼과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왼쪽 그림-이 쌩쌩하던 때,

금金에는 못 미쳐도 '은銀의 시대'라 이름 붙일 정도는 되었나보다, 심히 부럽게시리.

 

 

귀도 레니, 젊은 디오니소스, 1651

포도와 포도잎으로 만든 머리관을 쓴 술의 신 디오니소스.

도자기 주전자에서 따라낸 듯한 화이트와인을 받쳐들고 짓는 미소로 미루어

분명 아직 음주 전이다.

곧 너저분한 광란이 찾아올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