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의 북쪽에 위치한 운터슈팅켄브룬에서 생활한지 2개월이 넘었다.
3월 날씨는 겨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메마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봄이다.
하늘도, 들판도 온통 푸르름이다.
우리 마을 인구는 700여명. 전형적인 농촌이다.
게마인데(지방자치사무소) 직원도 시장 포함하여 달랑 셋.
아이들은 게마인데 앞 정류장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옆마을 학교로 등교하는데,
게마인데에서 사탕 받는 재미가 괜찮은가 보다.
기호도 기를 쓰고 아침 일찍 정류장으로 간다.
그리고 게마인데 옆엔 멋진 중년신사 혼자 지키는 은행이 있다.
우리 집 바로 옆은 성당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85%이상이 카톨릭 신자이고 카톨릭 관련 행사일은 다 공휴일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려대는 종소리가 처음엔 귀에 거슬렸지만 이젠 향연 소리로 들릴 때도 있다.
이 성당엔 92세의 노신부님이 계셨는데, 지난 달 신부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성당 옆에 있는, 신부님이 살던 숙소다.
우리나라의 용은 왕을 상징하며 상서로움을 뜻하지만, 서양에서 용은 악마를 나타낸다.
숙소 앞 벽화가 서양인의 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마을 유일한 슈퍼마켓인 ADEG이다.
110년 전통 체인점이라는데, 마을 ADEG은 할머니를 포함한 가족 3명이 운영하는 소규모다.
점심 땐 3시간 동안이나 문을 닫고 저렴한 편은 아니라서 가끔씩만 이용한다.
아저씨가 직접 만든 마늘 바게트 맛은 정말 일품이다.
우리 마을의 하나 뿐인 식당 피자리아.
잘 생긴 이탈리아 아저씨가 화덕에서 구워내는 피자는 다 감탄하는 맛이다.
이탈리아에서 이 마을 출신 아내를 만났단다.
같은 반도인이라 그런지 우리 한국 사람과 정말로 잘 통한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대 이탈리아 전을 정확히 기억한다.
마을은 다 푸른 들판이다.
기계로 반듯하게 일군 밭에는 정성 들인 농작물들이 키를 높이고 있다.
사람도, 흙도, 공기도 자연 그 자체.
맑은 하늘 사이로 한 줄 구름이 날아오르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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