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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쉔브룬 가는 길

다시 차에 올랐다. 약간 흐려가던 날이 반짝이려고 한다. 또 비엔나 시내 지도를 펼쳐야 한다.

물론 직접 운전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공간지각력과 운동 신경이 둔한 내게 지도 보기는 참 재미없는 일이다.

 

신나게도 오늘은, 한 치의 오류 없이 지도에 그려진 길 그대로 쉔브룬까지 달렸다.

쉔브룬은 프랑스 왕비 마리앙트와네트 어머니인 마리아테레지아의 궁전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이다.

1713년에 건축되었고, 현재와 같은 화려한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18세기 마리아테레지아 시대라고 한다.

1441실 중 45실만 공개되고 있는데, 베르사유보다는 작지만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베르사유 못지 않다.

정원 끝 언덕 위에는 전승기념비인 글로리에테가 있다.

 

쉔브룬 궁전과 정원

그런데, 오늘 오후 행선지는 쉔브룬 궁전이 아니다.

지난 겨울, 요즘 같은 아름다운 정원도 볼 수 없었고 쉔브룬 내부는 이미 경험했다.

글로리에테가 있는 언덕에 오르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이제 드디어 쉔브룬 동물원으로 간다.

 

쉔브룬 동물원은 2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으로 쉔브룬 정원 반대쪽이 그 자리다.

그런데 가도가도 보이지 않는 동물원.

궁전에서부터 15분을 걸어서야 입구가 나오는데, 입장도 하기 전에 벌써 지치려 한다.

 
쉔브룬궁전에서 동물원 가는 길

입장권을 받아 동물원에 들어가니, 기호 세상이다. 관람 공간이나 조경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사방에 펼쳐진 동물들을 샅샅이 보느라 기호는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사자, 기린, 하마, 물개, 펭귄부터 산양, 개미핥기, 구렁이까지 하나라도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 듯 유심히 살핀다.

동물원 한쪽엔 승마장이 있는데, 마침 승마 체험 시간이다.

말에 오른 기호가 무척 즐거워하며 말발굽 소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든다. 

 
쉔브룬 동물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도나우강 다리를 건너 비엔나 외곽으로 달린다.

아침부터 내내, 특히 동물원에서만 세 시간 이상 혹사한 다리와 발바닥이 저려온다.

늘 쫑알거리는 기호도 고단한가보다. 고요하다.  오늘 어땠어? 진짜 재미있었어요.

기호의 장래 희망에는 아마도 동물이 들어있을 것 같다. 어리고 행복한 얼굴에 낮은 미소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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