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호수는 잘츠 카머구트에만 있는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바람 소리가 센 파도 같다.
비엔나에서 멀지 않는 곳, 헝가리 국경 근처에도 큰 호수가 있다 한다.
내륙인 오스트리아에 오면서부터 물기에 많이 목말라했다.
석회 가득한 도나우강빛은 한강 물빛과 달라서 기대를 걷었고,
잘츠 호수는 거리가 멀어 가까이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다니.
역사적인 발견을 한 듯한 심정으로 이른 오후 길을 나섰다.
노이지들러 호수.
지도 따라 이정표 따라 집에서 1시간반 만에 찾아 차를 세웠다.
햇살이 따가워도 바람은 여전하다.
멀리 호수가 보인다.
그 끝을 알아볼 수 없는 걸 보니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인가보다.
그런데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 색깔이 조금 이상하다.
다다가 보니 물이 뿌옇다못해 황톳빛이다.
잘츠 호수색까지는 욕심내지 않았지만 이런 빛깔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물을 보니 가슴이 펴졌다.
한번 두번 자꾸 쳐다보니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물이 주는 여유로움에 속을 숨길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들어 돌아보니 호수 주변은 어느 휴양지 느낌이다.
잠시 야외 카페에 앉았다.
저편에 호숫가 공원이 보인다. 저기나 한번 가 볼까.
차에 갔던 남편이 돗자리를 들고 공원 앞으로 왔다.
멀리서 볼 때보다 사람들이 많다.
썬탠하는 사람들,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기호가 수영복 없는 아쉬움을 말한다.
널찍한 그늘을 골라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머리 위 나뭇가지들이 바람 따라 흔들린다.
바람은 그림자도 뒷모습도 없이 나를 지나고
그 내음 쫓아 나도 바람이 된다.
끝내 물빛은 마음에 담을 수 없었지만 근사한 휴식 공간을 찾았다.
기호의 바람대로, 다음 나들이 때는 수영복과 김밥을 잊지 말아야겠다.
돌아오는 거리 모퉁이엔 여전히 바람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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