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행 항공기의 출발 시각은 늦은 오후인 6시. 오랜만의 긴 여행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들썩거린다.
큰밥돌이 출근한 사이, 집에 남은 우리 둘은 6일 간의 이탈리아 여행에 필요한 짐을 챙기고 저녁으로 먹을 유부초밥과
과일, 음료까지 가방 한 구석에 채워 넣으니 준비 완료.
집에서 비엔나 공항까지는 승용차로 30분 거리. 5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한 공항은 늘 그렇듯 한가하다.
금세 수속을 마치고 우리가 탑승한 항공기는 유럽 저비용 항공. 4개월 전에 재빨리 예약했기에 상상할 수 없이 저렴하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처럼 지정 좌석 없이 아무데나 앉아가는, 이 항공기만의 재미있는 황당함~
남서쪽으로 1시간 반을 날아 다다른 고대 유적 도시 로마. 첫 인상은 재작년의 베니스처럼 후끈하고 소란스럽다.
공항에서 테르미니역으로 가는 기차 내부도 정신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작은밥돌의 즐거운 두 마디~
아, 정말 시차 적응 안 되네. 근데 엄마, 아까 그 비행기에 화장실 없죠?...
테르미니역에 도착하니 9시가 가깝다. 서머타임 덕분에 빛은 아직 살아있다.
역의 규모도 크지만 그 안을 오가는 사람들 숫자 또한 만만치 않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한담.
지도가 있어도 길 찾기가 쉽지 않은데, 택시를 타겠느냐며 말을 건네는 어느 택시 기사.
예약한 호텔이 있는 거리 이름을 대니 친절하게도 도보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멀지 않은 거리라도 땀돌이인 두 밥돌의 이마와 등에는 이미 물기가 흐르고 있다.
눈앞 반가운 호텔은 35도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히 쓰다듬어 준다.
고온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일의 계획을 머릿속에 환히 그리며 로마의 첫 밤은 가고 있다.
< 2006. 6.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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