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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남유럽 이야기

이탈리아 3 : 로마의 휴일

산 피에트로 성당

어제 다리를 너무 혹사시켰나 보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리라 여겼던 몸이 여전히 천근만근이다.

우 하루 돌아다니고 이러니 남은 며칠을 어찌 한담.

 

오늘은 예정대로 바티칸이다.

전 세계 카톨릭의 총본산인 산 피에트로 성당과 이탈리아 미술의 핵심인 바티칸 박물관이 있는 곳.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있어서 덥지 않고 다행히 바람 서늘한 아침이다.

테르미니역으로 나가 바티칸 행 버스에 올랐다. 어제 걸어다녔던 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 피에트로 광장

버스에서 내려 로마 안의 작은 나라 바티칸에 들어서자, 드넓은 광장과 함께 검색대가 사람들을 삼킨다.

그리고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경찰들. 박물관 입장 첫 관문인가 했는데, 그곳은 박물관이 아닌 산 피에트로 성당이었다.

일정이 뒤바뀌었지만 들어왔으니 성당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무슨. 일요일도 아닌데, 성당은 미사 중이다.

그것도 보물들이 가득한 성당 내부 오른편을 완전히 차단한 채. 알고 보니 오늘이 로마만의 휴일이란다.

 

바티칸 박물관 입구

얼른 박물관으로 움직여야 했다.

지런히 담장을 돌아돌아 박물관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건 또 뭔일. 여기도 휴관이다.

휴관 안내 일자를 보니 일요일 아닌 다른 날 휴관인 날은 일 년 해야 고작 며칠 안 되는데, 바로 오늘이 그날.

완벽하게 제대로 걸렸다. 긴긴 담장 다시 돌아서 산 피에트로 성당으로 오는 길이 왜 그리 긴지.

 

바티칸 궁 입구

스위스 근위병이 지키는 바티칸 궁 입구를 잠시 살펴보다가 이내 산 피에트로 광장으로 왔다.

스위스 용병이 로마에 온 지 정확히 500년. 제복 입은 근위병의 자태가 아주 근사하고 멋지다.

성당 앞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니 아직도 미사 중이다. 광장 분수에 기대어 바라본 스크린 속 얼굴은 바로 교황이다. 

 

산 피에트로 성당
산 피에트로 광장

산 피에트로 성당은 120년에 걸쳐 1626년에 완성되었고 베르니니,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이 성당 건축과

조각상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성당 앞 산 피에트로 광장과 분수 역시 베르니니 작품이다.

 

다시 미사 중인 성당으로 들어갔다. 곧 마치려니 하는 기대와 함께.

그리고는 차단하지 않은 내부 왼편 곳곳을 둘러보니 지금껏 보던 성당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이다.

규모도 크고, 내부의 모자이크화, 크고 작은 조각상들, 기둥과 벽 장식의 화려함과 섬세함은 견줄 데가 없다.

 

산 피에트로 성당

3시간 동안 계속된 미사가 12시가 넘어서 끝났다.

차단된 오른편에 있던 교황이 먼저 바깥으로 나가고, 이어 수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이 쏟아진다.

미사도 끝났기에 그 짧은 틈에 오른편 내부로 가려 했으나 관리요원들이 제지를 한다.

바티칸 박물관의 회화도, 그리스신도 못 만났는데, 성당 안의 '피에타'마저 못 보고....

 

성당 안에선 사제들과 신자들, 여행객들과 뒤섞여 처음 기다림보다 밖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워낙에 사람들도 많았지만, 성당 오른편의 바울 조각상 옆 건물 창문에서 교황이 신자들을 향해 말씀 중이었기에,

사람들은 창문의 교황 모습과 대형 스크린만 바라볼 뿐 도대체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덕분에 나도 멀리서나마 교황의 옆 모습을 보았지만 말이다.

 

오전부터 한 일도 없이 지쳐만 간다. 씨마저 뜨거워져 몸도 부글부글, 속상한 마음에 가슴도 부글부글이다.

더구나 빵과 치즈에 지친 위장은 밥으로 달래야 했기에 늦은 점심을 위해 한국 식당을 찾았는데, 분명 빈보다 로마가

물가가 비싸지 않건만 한국 식당 음식값은 빈의 1.5배다.

 

내가 여행지 호텔에서 낮잠을 자다니. 서서 기다리는 일도 걸어 돌아다니는 일 못지 않게 고단하다.

서늘한 바람 맞으며 또 뒹굴뒹굴하기를 1-2시간. 이제 햇살이 기세를 줄였으니 또 나가볼까.

여전히 역 주변은 소란스럽고 지저분하다. 행객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의식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주로 사는 곳이나 공항에도 쓰레기들이 굴러다녔으니, 결코  남의 나라 사람들 탓만은 아닐 것이다.

 

어제 눈여겨두었던 레스토랑이 깔끔하다.

딱딱한 표정을 한 종업원이 날라다주는 피자도, 파스타도 참 맛있다. 

종일 서성였던 로마의 휴일이 지고 있다.

 

 

< 2006. 6.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