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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동유럽 이야기

체코 : 깊은 최면, 체스키크룸로프

마음이 휘날렸던 건 잠시일 뿐이었는데,

아직도 '체스키크룸로프'라는 최면에 빠져있는지.

 

한인성당 소풍에 끼어 '체스키크룸로프'로 간 9월 초.

체코의 자그마한 마을, 체스키크룸로프는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박한 곳이다.

크룸로프 성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중세 15-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와 르네상스 양식이다. 

 

크룸로프 성

그들 위를 군림하던, 또 그들의 깃발이기도 했던 영주의 성인 크룸로프 성.

물가엔 그곳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초가을답게 높푸른 하늘~

젊고 절도 있는 귀족이 향 좋은 차를 마시던 성 안 창가에도

연붉은빛 꽃송이는 유유히 피어있다.

 

성에서 내려보이는 아름다운 중세 마을.

성과 마을을 분리하는 듯하면서도 둘러싸고 흐르는 블타바강~

운하보다 더 좁은 저 물들을 강이라 부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

 

 크룸로프 성의 정원 끝에도 공식처럼 트리톤의 물줄기가 솟구치고

마을 주변을 환호처럼 흐르는 좁은 강 줄기는 마을과 성을 아릿하게 이어준다.

 

성에서 마을로 닿아있는 경사진 골목길,

모퉁이를 돌면 금세 중세를 살던 맑은 젊은이가 나올 것만 같은데...

 

성과 마을을 이어주는 나무 다리,

그리고 누군가 걸터앉아 올드팝을 불렀을 것만 같은 오래된 발코니~

 

걸어도 걸어도 자꾸만 만나는 중세의 표정들.

중앙 광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선남선녀도 우리를 반긴다.

 

바랜 빛깔로 중세를 지키는 가을날의 광장,

야외 카페에선 담소에 사랑이 곁들여진다.

 

건물 벽면의 정성스러운 그림, 상점 앞의 꽃 장식,

지금이 지나면 이 모두가 한 점 꿈으로 남을 것을.

 

내 삶의 창을 닦아줄, 

따스하고 애틋한 꿈으로 남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