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 (194) 썸네일형 리스트형 겨울, 그문덴 13세기에 세워진 Ort 성. 1876년 소유권을 넘겨받은 토스카나 공작 아들인 살바토르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식을 올린 후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독일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 겨울 숙소를 찾아 우릴 끝도 없이 헤매게 한 곳, 밤을 지낸 기쁨과 보람을 아침 호수와 함께 안겨준 곳. 스페인 1 : 가우디의 도시 1988년 9월, 캠퍼스엔 서울 올림픽 자원봉사요원의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열전을 마무리하는 날, 마지막을 장식하며 장내에 지속적으로 울리는 소리는 낯선 지명인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였다. 서울올림픽 폐막식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지명, 1992년 올림픽 개최지인 바르셀로나로 크리스마스 연휴에 기대어 떠난다. 12월 23일, 비행기 출발 시각은 8시 40분. 지난 벨기에행 항공기가 6시 50분 출발이었던 것에 비하면 양반이다. 7시에 도착한 공항은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잔뜩 와글와글거린다. 항공 체크인을 한 다음, 공항 내의 빵집에 들러 아침 위장을 든든히 채우고 곧 탑승을 했다. 작은 항공기는 승객들로 채워지고 건너편 자리의 아이들 및 아저씨와 일행으로 보이는 한.. 헨젤과 그레텔 '헨젤과 그랬대' 인터넷으로 우리나라 인기 프로그램을 보던 중, 시청자가 보낸 재미난 별명 중 탁월한 단어들의 조합이 흘러나왔다. 헨젤과? 뭘 그랬대? 누가? '헨젤과 그레텔'의 기막힌 변형이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가 Staatoper 아닌 Volksoper에서 상연된다고 한다. 연말엔 일도 없이 꼼지락대느라 예약 시기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그래서 새해 첫날부터 폭스오퍼 홈페이지를 찾았으나, 국립 오페라극장과는 달리 독일어로만 된 예약 과정을 세세히 알기엔 우리의 독일어가 너무나 가련하고 단출했다. 겨우 예약을 마친 공연의 좌석은 구석탱이, 그것마저도 몇 자리 남아있지 않았다. 1월 6일, 이르지 않은 오후. 늘 승용차를 세우던 왕궁 주차장에 역시나 차를 재워두고, 트램을.. 새해에는 다시 못 올 마지막 밤부터 새해 늦새벽까지 하늘의 끝없는 불꽃 행렬들은 새 희망과 새 설렘을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낯익은 우리가 앉은 탁자 위에도 사랑과 환희가 출렁였지요. 맑고 고운 잔에 새 꿈을 부으며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빌었습니다. 지금 마음에서 너울거리는 이 자그마한 소망이 또 한 해를 보낼 즈음엔 빛나는 현실이 되기를 소원했습니다. 아름다운 새해,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벨베데레 벨베데레 궁전으로는 해마다 나들이를 했었지만 늘 정원에만 머물렀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내부 공사 중이라 미술관에 입장하지 못했고, 작년에 서울서 날아온 손님들과 방문했을 때엔 푸른 하늘과 정원으로 충분했기에 미술관 내부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18세기초 건축된 벨베데레 궁전은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져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상궁은 19-20세기 회화관이고 하궁에선 바로크 미술품 전시와 함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벨베데레의 넓지 않은 앞뜰에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시장이 펼쳐져 있다. 공기 따라 흐르는 글뤼바인 향이 달콤하다. 오늘 벨베데레의 관람 포인트는 상궁에 전시된 '키스'를 비롯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들과 파격의 극치인 에곤 쉴레의 그림, 그리고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하궁에 걸려있는 빈센.. 거리에서 '그 도시요, 볼 거 하나도 없어요.', '거긴 유럽이 아니예요. 위험하니 가지 마세요.' 유럽여행 카페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초보 회원이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도시에 대한 정보가 적거나 여행 루트에 고민이 생겼을때 어렵게 꺼낸 질문에, 여행 경험자인 다른 회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볼 것 없어요'라고. 다른 대륙에 비해 유럽은 나라별로, 도시별로 또 시대별로 문화와 예술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로마에서는 고대를 느끼고, 파리에선 박물관과 미술관에 취하고 런던에선 역사와 뮤지컬에 빠질 수 있다. 문제는 누구나 손꼽는 아주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 곳을 들를 때의 마음가짐이다. 그곳이 가진 특색과 문화, 삶을 살피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 곳인가를 따진다. 사진으로 잘.. 벨기에 4 : 플란더스의 개 빈에서부터 확인한 일기예보가 절대 맞지 않길 바랐지만 눈뜨자마자 바라본 아침 하늘에선 비가 흩뿌리고 있다. 7시, 식당은 어제와는 달리 차분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올라왔을 때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빈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저녁 8시. 이 아침, 호텔 체크아웃 전에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직 둘러보지 못한 브뤼셀 쏘다니기. 가늘게 또 이따끔 세차게 뿌려대는 빗속을, 우산을 받쳐들고 그제 어제와는 조금 다른 루트로 브뤼셀을 둘러보기로 했다. 비가 내리니 지저분한 거리-브뤼셀은 그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꽤 지저분하다-가 정화되는 느낌이긴 하다. 호텔을 나온지 얼마 안 되어, 우산 사이로 또 새로운 만화 벽화가 보인다. 지금껏 만화에 특별한 애착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뜻하지 않게 발견되는 브뤼.. 벨기에 3 : 겐트를 걷는 즐거움 브뤼헤 역으로 가는 버스는 조금 전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린다. 멀지 않은 곳에 운하가 보이는 거리도 지나고, 마르크트 광장 옆도 스치고, 낙엽 날리는 수도원 앞길도 살짝 비춰준다. 브뤼헤역에 도착하자마자 겐트 성피터스역으로 출발하는 열차 시각을 확인하니 출발까지 15분이나 남아있다. 그때 화장실에 가겠다는 작은밥돌, 급했는지 기차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내 말을 밀어낸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간지 10분이 흘러도 이 녀석이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차를 못 탈 가능성은 높았기에, 난 안절부절 남자 화장실 앞을 기웃거렸다. 바로 그순간 이글거리는 내 눈에 확 띈 세면대 앞의 작은밥돌, 여유까지 부리며 손을 씻고 있다. 뛰엇~! 플랫폼을 향해 셋이 전 속력으로 뛰면서도 잔소리를.. 이전 1 2 3 4 5 6 7 8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