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 (194) 썸네일형 리스트형 벨기에 2 : 브뤼헤의 가을 풍차 10월말과 11월초, 이즈음은 오스트리아 공휴일이 두 번이나 있고, 각급 학교에선 짧은 가을방학에 해당되는 시기다. 브뤼헤를 다녀오기로 한 10월 마지막 일요일인 오늘은 유럽 서머타임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1시간을 벌고 일어난 아침 하늘은 다행히 맑은 편이다. 여름 아닌 계절에 여행을 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바로 날씨다. 여름에야 대체로 일기가 좋은 편이고 비가 내리더라도 짧게 소나기처럼 내리는데 비해, 봄이나 가을 특히 가을에 쏘다닐 땐 흐리고 을씨년스러우며 비가 내리는 경우도 많다. 7시, 일찍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객실이 많은 호텔이라 그런지 이미 식당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자리 잡기도 쉽지 않은데, 하이톤으로 여기저기서 들리는 친숙한 언어. 한국어가 심히 부.. 비자와 경찰 벨기에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늘상 1년마다 연장하는 비자 때문에 가족 셋이 모두 아침 일찍 관청으로 향했다. 일찍부터 움직인 덕에 다행히 비자 담당경찰관의 근무실엔 아무도 방문하지 않은 터였다. 똑똑. 큰밥돌이 밖에서 노크를 하니 인상 더티한 경찰이 나와서는, 복도에서 5분 기다리란다. 흠, 저 얼굴은 재작년이나 작년이나 또 지금이나 변함없이 찌그러져있군. 그런데, 기다리라던 5분이 지났음은 물론 10분,15분이 흘러도 더티한 얼굴은 복도로 나올 줄 모른다. 뭐냐고, 제 시간은 금이고 우리 시간은 개떡이냐고. 다시 노크를 하니 자기가 들어오랄 때 들어오란다. 그로부터 10분, 씰룩거리는 표정으로 담당경찰이 우릴 부른다. 준비해 간 여러 서류를 뚫어져라 살펴 훑어보고 다른 곳에 전화해서 확인도 하더니,.. 벨기에 1 :브뤼셀로 날다 늘 갈 곳을 떠올리고 떠날 곳을 정한 다음엔, 여행에 관련한 이런저런 예약을 미리미리 챙겨하는 내게, 언젠가 작은밥돌이 걱정 어린 눈길로 내뱉었다. "목숨을 걸어요, 목숨을...." 이번에도 목숨의 반은 하늘에 걸어두고 3개월 전에 예약한- 못 가면 비행기값 홀라당 날아가니까-저비용 항공기를 탄다. 유럽에서 몇 년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저비용항공은 예약이 빠를수록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이 저렴하다. 그러나 이번 항공기 출발 시간이 깜깜한 새벽 6시 50분, 늦어도 4시 40분엔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출발 전날 취침 전, 휴대폰 알람을 맞춰놓은 것은 물론 집에 있는 자명종 시계도 머리맡에 총 출동시켜 두어야했다. 휴대폰 알람소리에 화틀짝 놀라 일어나니 새벽 2시40분이다. 우리의 아침 양식인.. 체코 : 트레비츠를 위하여 더할 수 없이 푸른 하늘이 핑계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이트의 체코 편을 찾아 좀더 먼 '올로모우츠'는 뒤로 미루고 '트레비츠'란 이름의 생소한 곳으로 간다. 넓은 트레비츠의 중심 광장을 지나멀지 않은, 프로코피오 교회에 다다른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혼합된 세계유산이라는데, 그 앞에 부착된 투어 안내와는 달리 입구는 굳게 잠겨있다 . 다시 광장으로 왔다. 유명 여행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격에 맛있는 점심을 먹은 다음 성당에 딸린 탑을 올려다본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상인데, 묘하게 아름답다. 그 교회 내부에 발을 들여놓자 기도하던 어느 할머니가 손짓하며 우릴 부른다. 이름 모를 좁은 강을 건너 역시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라는 유태인 지구로 눈을 돌린다. 아까 서성이기만 했던 프로코피.. 이탈리아 5 : 피사 그리고 여름 바다 아침, 이탈리아 텔레비전에선 시에나 팔리오 축제를 연습하는 광경을 생방송으로 비춰준다. 말 경주 장면이 활기차면서도 박진감 넘친다. 오늘도 역시나 맑은 날, 아침식사 후 짐을 모조리 다 챙긴 후 기차역으로 향했다. 자동판매기에서 발권한 승차권을 든 우리 앞에, 산타마리아노벨라역을 출발하여 피사를 경유하는 기차가 미리 멈춰선다. 웬일로 이렇게 기차가 빨리 왔을까나. 사실, 한번도 제시각에 출발하거나 대기하고 있는 이탈리아 기차를 탄 적이 없기에 신기하기까지하다. 뭐, 이렇게 횡재하는 날도 있는 거지. 출발까진 시간이 남아있고 승객도 많지 않아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골라 앉았는데, 우리 뒤쪽에 중국인들이 무리지어 앉는 사태가 일어났다. 시끄러워지리라 각오했지만, 다행히 비교적 조용한 말소리나 차림새를 보니 중.. 이탈리아 4 : 아주 특별한 시에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절실히 느낀 점. 생활 물가와 여행객 대상 물가의 차가 가장 큰 나라가 아마도 이탈리아가 아닐까 한다. 이탈리아 관광지에서의 먹거리나 볼거리, 택시 요금은 그들보다 국민소득 높은 나라의 그 요금들을 훨씬 상회하니까. 한마디로 가는 곳마다 엄청난 바가지 요금이 여행객들을 덮어씌우고 있다는 말씀.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저녁, 3분동안 탄 택시요금이 10.9유로라는 건 정말로 말이 안된다. 여름 해가 짧지 않으니 심각히 부산 떨며 서두를 일이 없긴 했다. 오늘의 알람은 제대로 이쁘게 울려준다. 제시간에 일어나 단장하고 7시반, 아침 식탁으로 갔다. 어제 보았던 노부부만 조용히 소근대며 식사를 하고 있을 뿐 식당은 차분한 편이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사이 한국인인 듯한 젊은 남자 하나가 홀.. 이탈리아 3 : 열정과 열정, 두오모 베키오 다리를 건너 걷다보니, 한손엔 포도를, 다른 한손엔 술잔을 올려든 그리스신화 속 디오니소스가 우릴 바라보고 있다. 적당한 근육과 적당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거리의 주신(酒神)에게서도 르네상스 발상지다운 운치가 느껴진다. 검은 디오니소스를 스친지 오래지 않아 피티 궁전이 등장해 주는데, 정확히 점심시간이다. 일단 피티궁전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서 파스타와 피자로 요기를 하고 다시 피티궁전 앞으로 움직였다. 피티궁전은 15세기, 피렌체의 명문 메디치가에 대항하기 위해 부자상인인 피티가 세우려했으나 완성을 보지 못했고, 그후 결국 메디치가에서 이 건축물을 매입하여 개축을 하였다고 한다. 참말로 인생이란... 궁전 앞의 경사진 광장에 사람들이 비둘기떼와 함께 앉아있다. 우리도 바닥에 엉덩이를 대보는데, 곧 .. 캠프 어제 아침, 학교 일정에 따라 작은밥돌이 잘츠카머구트로 5일간의 캠프를 떠났습니다. 6학년이 되면서 버스로 혼자 다니던 등교길을 오랜만에 셋이 함께 해 봅니다. 이건 무슨 즐거운 행운의 징조인지. 학교에 거의 다다를무렵 앞 BMW승용차의 번호판이 무려 BMW입니다. 아이들은 모여서 담임선생님의 얘기를 들은 후 부모님들 웃음을 모으며 버스에 오릅니다. 울녀석의 동그란 옆통수도 보이네요. 며칠 간의 이별이 아쉬운 듯 버스를 향해 끝없이 손을 흔듭니다. 인종, 민족, 국가를 막론하고 부모의 자식 사랑은 한결같은가 봅니다.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집 안이 텅비어 종일 고요합니다. 이번 캠프엔 휴대전화를 가져갔기에 어제 오후엔 안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녀석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반음 정도 올라가 있었지요. 이.. 이전 1 ··· 3 4 5 6 7 8 9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