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 (194) 썸네일형 리스트형 헝가리 : 부다페스트와 함께한 토요일 올 3월엔 꼭 부다페스트에 가려 했었다. 몇 해 전 겨울, 잠시 들렀던 부다페스트는 시리도록 추웠던 기억밖에 없어, 내겐 늘 춥고 고단한 도시였다. 지리적으론 비엔나와 가까웠지만 그 고단한 기억 때문에 부다페스트는 여행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리곤 했다. 그랬던 부다페스트를 드디어 새봄맞이 첫 여행지로 정했는데, 3월 주말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그래서 내린 결론. 3월엔 신들도 우리가 부다페스트 가는 것을 막는구나. 이런 곡절 끝에 예정했던 이틀 대신 당일치기로 부다페스트를 훑기로 했다. 4월, 그리고 토요일. 빈에서 부다페스트까지는 240km 거리.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헝가리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30분 이상을 허비하고 나니 기운이 빠졌다.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이나 이탈리아 쪽으론 국경 통.. 아이들의 전시회 4월 26일 목요일. 작은밥돌이 10주 동안 정성 들여 준비한 exhibition 발표회가 있는 날. 5학년 학부모들은 교내 극장으로 모여들고 영어 짧은 엄마 혼자는 절대 안 된다는 작은밥돌의 신신당부 따라 큰밥돌도 시간 쪼개 일찍 퇴근한 날이다. 오후 6시. 학년부장교사의 간단한 인삿말이 끝난 후 연구하고 취재하고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만든 아이들의 보고서 발표와 드라마 공연, 필름 상영이 이어진다.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는 웃음들은 끊이지 않고. 금연, 지구 온난화, 에이즈, 동물 사냥, 식품, 고대 문화, 광고, 빈의 명소 등 2-4명이 조를 지어 조사하고 연구한 주제와 소재가 참으로 다양하다. 조별로 정성껏 만든 자료 앞에서 손님들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하는 동심들. 작은밥돌 조에서 만든 'junk .. 그리스 7 : 에게 해를 두고 산토리니의 마지막 아침, 알람을 맞춰놓지도 않았어도 눈이 먼저 뜨인다. 깊은 속에서부터 아쉬움이 꿈틀대고 있었던 게다. 시장기가 도는지 작은밥돌이 일찍부터 시키지도 않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고는 식탁 위에 접시와 포크, 스푼을 날라다 놓는다. 그 사이 나는 계란을 삶으며, 짐을 챙겼다. 토요일인 어제처럼 오늘도 아침부터 피라 중심가가 북적인다. 오가며 자주 보던 타베르나에선 아침부터 고기를 통째로 굽고 있고, 오픈 시간을 써놓지도 않은 절벽 쪽 카페들은 일제히 일찍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이 바다, 마지막 보는 이 에게 해. 꿈길 같이 푸른 아침 기운이 우리를 감싼다. 푸른 에게해를 닮은 타베르나에도, 붉은 노을 닮은 와인 상점에도 산토리니의 빛깔이 선명히 쏟아지고 있다... 그리스 6 : 산토리니의 태양마차 어제 이아 마을에서 제대로 못 본 석양이 못내 아쉬웠나 보다. 내일 아침 일출이라도 보리라 다짐했으니. 숙소에서 동쪽 바다 끝이 보이니 기대도 했건만 어찌된 일인지 산토리니의 태양은 요리조리 우리를 피해가기만 한다. 오늘 아침 일출 역시 구름에 가려 보이는 듯 마는 듯. 그냥 바다나 보러 가자~ 여행지에선 부지런한 새가 모이를 더 빨리 찾고 또 멀리, 높이 날 수 있다. 너무도 지당하신 이 말씀 따라 렌터카를 떠매고 얼른 까마리 해변으로 날아갔다. 까마리는 산토리니가 화산섬이라는 근거를 보이려는 듯 검은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바다로, 무르익지 않은 봄이고 게다가 이른 아침이라 바다는 한없이 한적하고 고요하다. 긴 나뭇가지를 끌고 다니는 한 녀석-작은밥돌-과 낚시꾼들이 아니었다면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 그리스 5 : 이아의 노을 낮에도 그다지 포근한 기후는 아니지만, 밤에는 섬이라 그런지 체감 기온이 뚝 떨어진다. 히터를 켜놓긴 했어도 밤새 때아닌 추위와 전투를 치르고 난 아침, 멀리 동쪽 바다의 하늘엔 구름이 잔뜩 뭉쳐있다. 전날 오후, 호텔에서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아침 식사가 어떻게 생겼을까나. 식빵과 조각 케이크, 버터와 잼 그리고 오렌지 주스가 예쁜 바구니에 담겨있다. 식빵을 토스트기에 굽고 어제 저녁에 산 계란을 삶고, 역시 계란과 함께 구입한 우유에 콘프레이크까지 푸짐하다. 여행시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체험은 그 나라 텔레비전 시청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유람선 침몰사고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당연히 말은 전혀 알 수가 없고 '산토리니'라는 단어만 들린다. 나중에 남편이 호텔직원에게 물어보니 사고난 배는 1,500여명을.. 그리스 4 : 꿈꾸는 산토리니 어젯밤, 타베르나에서 연주와 공연에만 취했던 게 아니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뱃속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게다가 큰밥돌은 어젯밤에 못한 샤워를 하겠다며 캐리어백을 뒤적거리는데, 입을 런닝이 없단다. 이번엔 여행 가방을 싸면서 옷은 각자 챙기기로 하고는 확인을 안 했더니 런닝을 빠뜨리는 사달이 나버린 것이다. 편히 입을 바지도 안 가져왔더만. 업무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믿는 구석이 있는지 집에선 한번씩 사고를 친다. 오늘은 산토리니로 이동하는 날인데 트레이닝 바지나 런닝을 살 시간이나 있을지. 아무튼 이래저래 속은 부대꼈지만,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갔다. 별 셋 호텔치곤 조식이 잘 나오는 편인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이럴 땐 콩나물 해장국이 최곤데 말이다. 체크아웃 후 나온 아테네 거리 햇살.. 그리스 3 : 아테네, 네게 취한 오후 플라카 레스토랑에서 음식들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니 아크로폴리스를 향하는 걸음은 더욱 경쾌하다.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정확히 확인한 노선대로 다가가니 아크로폴리스 입구가 눈 앞에 있다. 155m 높이의 석회암 산에 자리한 아테네의 상징 아크로폴리스는 고대에 올림포스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옛날엔 함부로 오를 수 없었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도 역시 18세 이하는 무료 입장인데, 아크로폴리스 입장권에 다른 유적지의 입장권이 함께 포함되어있어 끼워팔기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고학 박물관처럼 이곳 아크로폴리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은 기원전 4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무대와 관람석은 파괴되었던 것을 새로 지은-복원 아닌- 흔적이 지.. 그리스 2 : 신을 빚은 도시 아침식사 하러 식당으로 내려가기 전, 베란다에 나가보니 뿌연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어제 아침에 확인한 일기예보에선 '4일 오늘 맑음, 5일 내일 흐림'이었는데... 식당 창 밖으론 단체여행객을 실은 관광버스가 출발할 준비를 하고, 식당 내부엔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식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를 이것저것 골라놓고 커피를 두 잔째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 두 남자 중 하나가 우리에게 시간을 묻는다. 작은밥돌이 웃으며 친절히 말해준다. 8시라네~ 아테네 여행의 첫번째 하이라이트는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으로,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씩씩하게 걷는 도중, 굽 높은 구두 때문에 호텔을 나오자마자 발바닥이 말썽이다. 마침 아침 일찍 문 연 구두 가게가 있다. 굽 낮고 편한 구두를 사서 신고, 신.. 이전 1 ··· 5 6 7 8 9 10 11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