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94) 썸네일형 리스트형 세월이 가면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 박인환, '세월이 가면' 중 - 요즘 이곳은 부활절 방학과 휴가입니다. 특별한 일도 없이 그냥 며칠 계속 쏘다니다 보니 방치된 방이 돼버렸네요. 화분 사고 개업식도 가느라 하루, 밥돌들에게 이끌려 한인성당에도 가고 여름 휴가 예약하느라 하루, 그리고 비엔나 근교의 도시 보러 하루. 내내 걸어다니다보니 집에 와선 그냥 뻗어버렸거든요. 어제는 복합적이고 변덕스런 날씨 덕분에 오후 늦게 잠깐 무지개가 떴습니다.(촬영: 큰밥돌^^) 고교시절 눈물나게 좋아하던 '세월이.. 공존의 이유 공존의 이유 12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울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후회하지 않을 정도만 사랑하자 라고. 사랑이란 게 위안보다 상처가 많을 수도 있지. 그렇다고 헤어날 수 있을 만큼만 재단하듯 정확히 머리로만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이라 할 수 없겠지. 그런데, 누군가..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어느 날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에게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다시 내게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는 명령을 내렸다. 좀처럼 그런 글귀가 생각나지 않자,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다. 도움을 청하니 왕자가 답했다. "그 반지에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고 새겨 넣으십시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심했을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입니다." - 중에서 - 일요일에 그라츠를 거닐었습니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목에 활짝 핀 개나리가, 우리 마음을 백만장자로 만들어줍니다. 이 모두가 시간 따라 흘러가겠지만 품었던 봄 가슴만은 .. 봄꿈 어느 깊은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즈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영화 '달콤한 인생' 중 - 며칠 전 거닐었던 도나우 강변, 그곳에도 살짝 봄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차량 없는 도로를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들, 소풍 나온 듯 야외 탁자에서 지저귀는 젊은 아이들. 그들의 환한 낯빛은 봄을 짓고 있었습니다. 맑은 봄 강물처럼 가슴에 꿈 하나 지을 수 있는 봄이라면 행복은 지름길로 오겠지요. 인어공주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추억을 되돌리고 사랑을 다시 퍼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착하기만 한 아버지의 빚 보증이 잘못되어, 대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같은 우체국에 근무하는 나영(전도연). 목욕관리사인 거칠고 우악스러운 엄마(고두심)에게 질려버린 그녀의 유일한 꿈은 며칠 후 떠나게 될 뉴질랜드 연수. 나영에게 부모는 미움의 대상일 뿐, 그녀의 미래에 '가정'이란 없다. 연수 전날, 쉬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아버지가 사라지지만 엄마는 평생 고생만 안겨준 아버지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알고보니 아버지는 중병 환자. 연수 떠나는 항공기 안, 연락을 받은 나영은 아버지가 있을 어느 섬으로 향한다. 대학을 포기할 때 엄마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되뇌면서. '여행은 나중에라도 갈 수 있다. 여행은...' .. 외출 인터넷이 안 된다고 컴을 놀릴 수는 없는 법. 그건 무한기능 컴퓨터를 모독하는 일이니까~ 인터넷이 안 되던 이달 초, 한국 영화 '외출'을 보았다. 작년 연말, 우리나라에 갔을 때 동생이 만들어준 영화 CD중의 하나다. 뭐,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내에게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강원도의 어느 도립병원으로 달려온 무대 조명감독 인수(배용준). 수술실 앞에는 그의 아내와 차에 동승했던 남자의 아내인 서영(손예진)이 망연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경찰서에서 사고 유류품을 챙기던 인수와 서영은 자기들의 아내와 남편이 불륜임을 알아채는데... 아내 디카에서 동영상을 본 인수가 중환자실의 의식 없는 아내를 향해 던지는 말, "너 차라리 죽지 그랬니?" 나 같으면 설령 중환자실에 움직임 없이 누워있다하더라도 그냥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굳이 이겨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견디는 법만 전해주고 가면 될 것을, 부술 수 없는 담벼락엔 네가 떨군 상흔이 여전한데... 봄 봄 걸어가볼까, 달음질해볼까. 돌아보지 말고 돌아서지도 말고. 이미 신화가 돼버린 아니 애당초 신화였을 뿐인, 심해의 냉랭함 견디고 있는 잃었던 사랑 찾아 눌러쥐고 있던 링거를 풀어놓고 가벼이 활활 날아가볼까. 홀씨처럼 풀풀 날아올라볼까. 이전 1 ··· 4 5 6 7 8 9 10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