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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토) : 카레짜 그리고 소프라볼차노 그제 밤에 이어 어젯밤에도 숙소 앞 골목길에서 10대들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예상치 못한 볼차노의 늦여름 더위로, 저녁에도 건물 온도가 내려가지 않았기에 우린 창문을 열어두고 시원하게 잠을 청했다.그런데 늦은 밤인데도 숙소 앞 좁은 골목에 있는 수전에서 물장난치며 지르는 큰소리에 이틀 내내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물론 창문을 닫으면 완벽하게 소음 차단이 되지만 대신 시원한 대기까지 온전히 차단하게 된다.그러나 숙면을 해야 하는 우린 어쩔 수 없이 창문을 걸어 닫고 선풍기 바람에 의존하여 다시 잠들 수밖에 없었다. 오전 6시, 알람이 울렸고, 환상적인 된장찌개로 이른 식사를 한 다음 어제처럼 오전 8시 전에 버스터미널로 간다.본래 우리가 아침형 인간이라 여행스타일도 이른 아침에 시작하여 저녁 이전에..
8월 23일 (금) : 알페디시우시의 구름 산을 싸인 볼차노답지 않게 어젯밤엔 기온이 내려가지 않더니 오늘 새벽 공기는 서늘하다.오전 6시반, 미역국과 진미채와 멸치볶음으로 차린 아침을 들고 오전 8시도 되기 전 근면성실하게 숙소를 나선다.볼차노 숙소는 구시가, 기차역, 버스터미널이 모두 500m 이내에 위치해 있어서 도보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천천히 동네 구경을 하면서 다다른 볼차노 버스터미널이 무척 한적하다. 오늘 우리 목적지는 서부 돌로미티의 중심도시인 '오르티세이'와 그곳에서 출발하는 산악 코스 중 '알페디시우시'다.어제 호스트가 건네준 볼차노카드-볼차노게스트카드-로 외관에 M자 적힌 모든 버스를 무료 이용할 수 있다.오전 8시반, 볼차노를 출발한 350번 버스는 50분 후인 9시 20분, 오르티세이에 당도했다. 볼차노보다 작고 오스트리아..
8월 22일 (목) : 볼차노에 가면 청소차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말 소리가 간간히 울려퍼지는 새벽 5시반.어디선가 알 수 없는 물 소리가 들려서 침실 밖으로 나왔는데 주방 옆 욕실2 앞이 물바다가 되어 있다.이게 무슨 일이래, 확인해보니 벽에 걸려있던 샤워기 헤드와 호스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전을 건드려 물이 끊임없이 솟구쳤고작은 욕실-샤워부스 없이 샤워커튼만 있음-의 원활하지 않은 배수가 2차 원인이 되어 욕실이 넘쳐 욕실 앞까지 물이 차 있있던 것이다. 낡디낡은 샤워기 헤드가 떨구어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어제 마지막으로 샤워한 내가 샤워기를 잘못 걸쳐놓은 것-가능성 적음-일 수도 있고, 부실한 샤워기가 조금씩 움직여 떨어졌을 수도 있다.샤워기 헤드가 떨어지다가 딱 하필 수전을 건드렸다는 것은 황당했으나, 그나마 다행인 건 물이 ..
8월 21일 (수) :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시간 숙면을 취한 아침, 일정을 점검한 후 대구조림과 짜장과 김치 그리고 커피까지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런데 2~3일 전부터는 피렌체 모기들의 행태가 변했으니 남편을 주로 공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나를 물어뜯던 모기들은 힘에 밀려 이곳을 떠났고, 더 강인하고 독한 모기떼들이 들어온 것이다. 오전 7시반, 숙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간 맞춰 도착한 6번 버스를 타고 산타트리니타 성당 근처에서 하차했다.성당에 입장하기 전, 트리니타 다리에 먼저 가보았는데 역시나 이곳에서 보는 베키오 다리가 가장 멋지다.다만, 사흘 전이나 오늘이나 모두 그러하듯 오전엔 역광이라 사진 찍기에는 오후가 더 제격이다. 무려 아침 7시부터 입구를 열어놓은 산타트리니타-성 삼위일체-성당.로마네스크 성당을 13-14세기에 고딕으로 재건했..
8월 20일 (화) : 산마르코수도원의 안젤레코 식탁에 무려 대구조림과 진미채를 올린 서늘한 아침, 서둘러 산마르코 수도원으로 간다.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산마르코 수도원은 1433년에 코시모 데 메디치가 피렌체에서 추방될 때 고액의 금화을 맡겨놓고 귀환한 후 되찾은 사연이 있는 곳으로, 코시모의 지원을 받아 건축가 미켈로초가 15세기에 증개축했다.현재 산마르코 수도원의 정식 명칭은 산마르코 박물관이다.​​ 오전 8시 오프런으로 입장한 수도원, 주 회랑인 산안토니오 회랑부터 둘러본다.아래층 회랑 벽면에는 베아토 안젤리코의 대형 프레스코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애도하는 성도미니코'가 그려져 있고회랑 벽 루네트마다 17세기에 피렌체 화가들이 그린 '산안토니오의 일생'이 장식되어 있다. 산안토니오 회랑과 이어진 실내엔 사제단 회의실, 순례자의 방, 수도원 ..
8월 19일 (월) : 아레초, 인생은 아름다워 오전 5시반, 서늘한 아침에 눈을 떴다. 북엇국과 멸치볶음, 고추참치 등과 케이크, 쿠키, 커피로 아침식사를 챙긴 후 8시, 산타마리아노벨라역으로 향한다.SMN역 발매기에서 아레초 가는 티켓을 발급한 다음, 내일 입장할 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 외관을 둘러보았다. 돌아온 기차역, 9시 조금 넘어 피렌체를 출발한 기차는 10시 6분, Arrezzo에 도착했다.살짝 흐리지만 예상대로 덥지 않은 날씨, 어제처럼 오늘 최고 기온도 29도로 예보되어 있다.맑지 않은 날임을 알면서도 아레초 당일치기를 오늘로 결정한 이유는 높지 않은 기온 때문이다.시에나와 피사, 아씨시를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지난 금,토요일처럼 뜨거운 평일이라면 굳이 피렌체 근교 여행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레초역이 참 간결하고 단아하다.역 앞 ..
8월 18일 (일) : 피렌체 구시가 거닐기 시차 적응이 되나 했으나 그럴 리가, 새벽 3시반에 눈이 떠졌다.일기예보를 고려하여 피렌체 일정을 변경하기로 하고, 된장찌개와 계란버섯구이 그리고 아이스커피와 납작복숭아로 식사를 마쳤다.그런데 모기가 쏘아붙인 흔적이 팔과 다리에 30군데쯤 되나 보다. 밤새 거실과 침실에 전기모기향을 켜놓았는데, 도대체 왜 내게만이런 시련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다. 남편과 나는 혈액형이 동일한데도 말이다. 오전 8시, 구시가로 향한다.하늘엔 구름이 빼곡하고 두오모 광장엔 토요일인 어제보다 인파가 적어 한적하다.관람객은 두오모성당에 입장할 수 없는 일요일이라, 매일 끝없던 성당 입장 대기줄이 전혀 없으니 그럴수밖에. 덥지 않은 일요일 아침, 오르산미켈레에 이르러 외관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본다.오르산미켈레는 곡물 보관창고였으..
8월 17일 (토) : 산티시마 안눈치아타와 산조반니 세례당 새벽 5시가 넘어 눈뜬 토요일.밤새 전기모기향이 작동했건만 다리엔 모기에게 뜯긴 자국들이 선명하다.다른 집들도 창가에 소용돌이형 모기향을 켜놓은 걸 보면 모기가 많은 것은 이 숙소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침 일찍 아들과 톡을 하며 안부를 묻고, 된장찌개 성찬을 차려 식사를 했다.납작복숭아와 아이스커피까지 챙겨먹고는 오전 8시 20분, 지난 이틀간 신었던 운동화 대신 높지 않은 통굽 샌들과 함께 나선다. 산마르코 수도원 앞을 지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에 도착했다.산티시마 안눈치아타 성당과 피렌체 고아원이 자리해 있는 이 광장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기도 하다.이른 아침부터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입은 한국인 4인 가족이 스냅사진을 찍는지 사진기사와 함께 아주 분주하다. 산티시마 안눈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