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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7 (토) 후 : 홍콩 감기에 걸리다 오후 1시가 넘어 점심식사를 위해 들어간 피자익스프레스는 복잡하고 자리가 없었다. 스탠리플라자'라고 쓰인 공간에도 딱히 입맛 당기는 게 없어, 홍콩 중심부인 센트럴에 가기로 했다. 스탠리에서 센트럴 가는 6번 버스는 정말 다행히도 2층 버스가 아니었다. 버스에서 내려 센트럴 IFC몰로 들어가본다. 뭐 요기할 만한 게 있겠지 하며 여기저기 둘러보고 살펴봤지만, 마음에 와닿는 곳이 없었다. 그때 이미 우린 알아챘어야 했다. 내 몸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정신으로 신체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음식에 대한 날카로움으로 그 상태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치고 힘들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채로 바닷바람을 맞는 게 아니었나보다. 트램을 타고 숙소로 가서 그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게 나을 ..
1. 17 (토) 전 : 스탠리에 부는 바람 6시, 눈은 떠졌으나 어젯밤부터 심상치 않은 몸 상태가 아침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나른하면서도 몸이 후끈거리는 몸살 증세가 기침과 함께 몰려온다. 아침 식사를 하고는 잠시 호텔 건물 밖에 나갔는데, 남자 고등학생이 무언가를 주려다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멈칫한다. 살짝 서늘한 날씨, 다시 객실에 들러 가방을 챙겨들고는 호텔 근처의 기화병가로 간다. 센트럴 같은 번화가에 위치한 기화병가보다는 아주 작은 규모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듯하다. 기화병가에서 구입한 다양한 쿠키와 빵은 거의 선물용이다. 홍콩의 쿠키는 우리나라 것과 비슷한 맛이지만, 빵이나 케이크는 정확히 표현할 순 없으나 우리 빵과는 확실히 다르다. 독특한 향일 수도 있고 무언가 뒤섞인 묘한 맛일 수도 있는데, 우리가 미식가도 전문가도 아니니 제대로..
에필로그 2 : 쉔브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빈의 상징인 쉔브룬을 난 늘 정원만 본다. 궁전 내부는 이미 너덧 차례 관람했고 요새 같은 성 내부가 아니고서야 궁 내부는 별 관심이 없기에 이번에도 쉔브룬은 그저 정원만 본다. 사실 2014년에도, 이번에도 저 언덕 위 글로리에테에 올라 잔디에 앉아 전망도 보고 글로리에테 카페에서 아인슈패너도 마시고 싶었지만, 햇살 뜨거운 여름이라, 오르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여름엔 저곳에 오를 수 있을까.
에필로그 1 : 링 트램에서 국내든 다른 나라든 혼자 여행을 한 건 처음이다. 바삐 오가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기에, 정해진 때와 장소, 양식에 따라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그러기에 참 심심했다. 쉬려고, 심심하려고 선택한 여행이었지만, 편안하긴 했어도 참 심심했다. 귀국 후, 여행 후기를 물어본 남편의 한마디, '그러게, 뭘 혼자가, 앞으론 꼭 같이 가자구' 나홀로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영상 찍기~ 구시가 링을 따라가는 트램 71번 안, 7시도 안 된 이른 아침이다.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강제 이전 후 오류 : 동영상 삭제함.)
1. 16 (금) 후 : 침사추이 그리고 몽콕 50분간의 질주에서 벗어난 우리는 센트럴 페리선착장으로 향한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눈 앞에 보이는 바다를 따라 걸으면 금세 페리선착장이다.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의 좁은 바다를 이어주는 페리는 센트럴에서 침사추이를 오가는 코스는 물론, 완차이와 침사추이를 운행하는 노선도 있다. 2010년 여름에 홍콩을 여행했을 땐 숙소가 완차이였기에 완차이-침사추이 노선을 두어번 탔었다. 10-15분간의 짦은 뱃길, 규모가 크지 않은 도시에 반도와 섬을 오가는 낭만적인 바닷길이 있다니. 서울이, 아니 다른 도시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 우리는 이곳에 긴 교량을 건설했을 것이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기술력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자만심을 오래도록 드러내지 않았을까. 잔잔한 바다를 건너면 홍콩의 최중심인 침사추이다. 그 중..
7. 31 (금) : 다시 올 기약 빈을 떠나는 날, 새벽 내내 뒤척였다. LA에 도착한 남편과 톡으로 몇마디 주고 받은 후, 간단히 식사를 한 다음 짐을 쌌다. 근데, 어제 저녁에 짐을 캐리어에 챙겨볼 걸 그랬나보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캐리어만으로는 해결 불가다. 넘치는 물건은 일단 스파비닐쇼핑백과 면세품쇼핑백에 이중으로 넣어두고, 그것들을 공수할 백팩을 구입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상점들이 모여있는 그곳으로, 1주일동안 셀 수 없이 오갔던 그곳으로 간다. 어제 보았던 미용실 앞을 지나고, 뱀을 형상화한 간판이 걸린 약국-Apotheke, 약국 로고- 앞을 지난다. 고대의 뱀은 의술과 예지력을 상징했는데, 뱀이 지팡이를 오르는 모습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다. 맛있는 이탈리아 피자를 선사해 주었던 레스토랑 로마, S-Ba..
7. 30 (목) 후 : 안녕, 벨베데레 7박 동안 머무는 아파트는 벨베데레에서 가깝다. 천천히 걸어서도 20분이면 충분히 당도할 거리니, 빈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가보려 한다. 물론 1주일 교통카드-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지하철,트램,버스 모두이용, 16,2유로-가 있으니 걸어갈 일은 없다. 아들녀석과 보이스톡을 하며 우리의 똘이장군을 당부한 후, 5시반 벨베데레로 간다. 18번 트램으로 3-4정거장이면 벨베데레 앞이고 정문을 통해 바로 상궁으로 들어갔다. 6시면 내부 관람이 끝나기 때문에 출입문의 입구 쪽은 굳게 닫혀있고 출구만 열려있다. 상궁 내부에 들어가 본 건 7-8년만이다. 벨베데레에 들렀던 작년에도 내부는 들여다보지 않았고, 가족 모두 여행왔던 2010년엔 벨베데레는 아예 멀리했다. 빈에 살던 2007년쯤에 정식으로 내부관람을 한 ..
7. 30 (목) 전 : 그린칭과 프라터 오늘은 실질적으로 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오후 1시 출발 항공기를 타야하니, 아침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난밤의 꿈이 심상치 않다. 그렇게도 증오하는 제사를 혼자서 준비하는 꿈이었다. 꿈이란 자기가 대본을 쓰고 각색을 하고 출연까지 하는, 자신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정신상태란다. 무언가 모르게 불안함이 쌓여가고 있는 것인가. 아침 6시,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로스앤젤레스로 출발한다고 한다. 남편은 미국과 멕시코를 들렀다가 나보다 며칠 늦게 귀국한다. 마지막 남은 햇반으로 식사를 한 후 나선 바깥바람이 차다. 다시 들어와 긴소매옷을 챙기고 트램에 오른다. 8시다. 빈숲에 위치한 그린칭은 하일리겐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