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424) 썸네일형 리스트형 7. 29 (수) 후 : 다시 구시가로 시립공원의 파크링에서 트램 2번을 타고 캐른트너링에서 하차하면 오페라하우스 옆에 캐른트너 거리가 있다. 이 거리는 서울 명동에 비견할만한 곳으로, 명품샵을 비롯하여 각종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다. 슈테플백화점에도 살짝 들렀다가 캐른트너 거리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가장 오래된 빈 거리이자 우리들만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 캐른트너 거리는 고딕양식의 거대한 슈테판 성당과 만나고 슈테판은 다시 그라벤 거리로 이어진다. 빈 시민도, 여행객도 밝은 시선으로 가장 오래된 빈 거리를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커피 브랜드인 치보 매장이 있는 그라벤 거리의 끝엔 오스트리아커피 브랜드인 율리우스마이늘이 있다. 율리우스마이늘을 눈 앞에 두고 왼편의 길을 택하면 그곳은 콜마크트 거리다. 콜마크트 거리는 온.. 7. 29 (수) 전 : 쉼 그리고 시립공원 빗소리에 잠 깬 새벽, 어제 미술사박물관에서 무리한 탓에 허벅지는 물론 휴족시간을 붙인 발도 엄청나게 아프다. 아침 6시부터 내가 사랑하는 쎔멜을 뜯어먹으며 남편과 카톡을 했다. 당연히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남편은 내일 멕시코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비슷한 날짜에 가족과 함께 빈 여행을 하고 있던 L쌤은 오늘 프라하로 떠난다는 톡을 보내왔다. 김치찌개를 만들어 아침식사를 한 뒤 아픈 다리를 달래며 숙소에서 뒹굴거리다 늦은 아침, 밖으로 나선다. 빌라와 호퍼를 기웃거리고 동네 구경을 하다가 한눈에 봐도 이탈리안이 운영하는 피자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안에 들어가 풍기피자를 주문하고는 10분 넘게 기다리는 동안 약한 빗방울이 거리를 적시고 있다. 포장해서 받아온 피자는 한 덩어리다. 잘라주지 않은-오.. 7. 28 (화) 후 : 미술사박물관에서 12시 40분, 오늘 아침처럼 트램 O를 타고 또 71번 트램을 타고 구시가로 향했다. 맑고 푸른 오후의 목적지는 오로지 미술사 박물관. 미술사박물관은 전시된 미술 작품들도 훌륭한 볼거리지만, 건물 자체도 그에 못지 않은 출중한 작품이다. 미술사박물관 앞에서 거리 공연하는 사람들의 차림새가 특이하다. 동물 입체가면을 쓰고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주목을 끌기는 했으나 그다지 흥미로운 공연은 아니었던 듯 싶다. 스치듯 지나쳐 바로 미술사박물관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미술사박물관의 관람요금은 14유로이고, 미술사박물관을 비롯해 신왕궁 등까지 1년동안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는 연간회원 요금은 34유로다. 빈에 살 때, 연간회원으로 등록해서 이곳 관람을 자주 했으면 좋았을텐데, 왜 그땐 이런 생각을 안했을.. 7. 28 (화) 전 : 링을 따라서 3시 30분, 알람이라 생각했던 소음은 벨소리였다. 이곳 시각을 모르고 울린 번호에, 수신거부를 누르고 잠을 청했지만,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빈에서의 7박 중 벌써 4박이나 지났구나 하는 아쉬움에 내다본 5시의 하늘은 이미 밝아오고 있었다. 이 아파트 건물 측면의 저편 도로엔 철길이 있는데, 기차 지나는 소리가 아스라히 들려온다. 6시 40분,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해는 이미 중천이고 할 일이 없으니 숙소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길을 걷다가 허전한 느낌에 목걸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도보 길을 되밟아 숙소까지 들어가 찾아봤으나 오리무중. 오래지 않아 확인된 목걸이 발견지는 뜻밖에도 숙소 건물 0층-우리식으론 1층-의 출입문 발판 위였다. 비엔나 여행의 최고 교통수단은 트램이다. 지하철보다 이동.. 7. 27 (월) 후 : 쉔브룬과 마욜리카하우스 어느 새 오후 1시, 아침 일찍부터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배가 몹시 고팠다. 숙소로 가서 점심식사를 할까 하다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혼자 식당에 들어가기로 한다. 생전 처음 나홀로여행을 하다보니 숙소 아닌 밖에서 혼자 식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생각해보니 서울에서도 한번도 식당에서 혼밥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작년에 아들녀석과도 와서 맛있게 먹었던 곳, 물론 이곳이 맛집은 아니다. 그저 빈에 살 때의 추억이 있는 곳이고 익숙해서 편안한 곳이다. 평일 점심엔 아주 착한 가격. 출입문을 밀고 들어가 2층에서 미네랄워터를 주문하고는 회전테이블에서 열심히 연어초밥과 새우튀김을 골라놓는다. 연어는 아주 뛰어난 품질은 아니지만 자연산인 듯한 빛깔과 식감으로 괜찮은 맛을 선사해 준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친 후 .. 7. 27 (월) 전 : 그라피티 천국, 도나우 이미 해가 오른 아침 5시 반에 떠진 눈, 시차 적응은 물 건너 간 듯하다. 오늘의 계획을 천천히 세우고, 카톡을 주고 받은 후 8시가 조금 넘어 길을 나선다. 트램 O를 타고 라데츠키플라츠에서 내리면 쿤스트하우스빈과 훈더트바써하우스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바로 보인다. 먼저 이정표 중 쿤스트하우스빈을 먼저 고른다. 내부 관람을 정식으로 한 적은 없지만 수없이 지났던 곳이다. 건축가 훈더트바써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이 건축물의 정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가려니 10시에 오픈이라고 말하는 직원. 물론 꼭 관람을 하려는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지만 왠지 시큰둥해지려는 마음을 잡으며 시계를 보니 겨우 9시다. 그래, 그럼 훈더트바써하우스로 가지 뭐. 역시나 친절한 이정표를 잘 따르면 식은죽먹기로 이곳에 안전하게 도.. 7. 26 (일) 후 : 구시가를 걷다 7시간 너머의 먼 서울에서 남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두 남자는 저녁 식사 중이라며, 빈에서의 내 점심 메뉴를 궁금해한다. 오늘 점심으론 피맥이고, 와이파이로 열심히 관람하는 야구 중계는 덤이다. 일만킬로 저편에서 뛰는 선수들을 작은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가장 큰 증상은 낮잠이다. 서울의 밤에 해당되는 오후 3-4시 무렵엔 엄청난 무게의 눈꺼풀이 얼굴을 덮는다. 서울에선 웬만해선 낮잠을 안 자는 나도 이 눈꺼풀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3시간을 뒤척이다 저녁 7시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서머타임 생생한 7월이라 밖은 여전히 밝다. 18번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가서 U1을 타면 구시가로 가는 최단 코스다. 빈의 구시가는 빈 자체다. 궁전과 극장과 미술관과.. 7. 26 (일) 전 : 휴일의 묘지 새벽 3시에 눈을 뜬, 빈에서 맞는 두번째 아침이다.새벽인데도 어수선한 소음에 바깥을 보니 여행을 떠나는지 몇 사람이 주차된 승용차 앞에 서 있다. 남편과 1시간 동안 카톡을 주고받은 후 아침식사를 챙기고는 길을 나선다. 오늘 오전의 행선지는 묘지들이다.우선 상트막스 묘지부터 들른 후, 중앙 묘지로 향하기로 했다. 오늘은 24시간 교통권-다음날부터는 1주일권 구입, 1주일권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으로 움직인다.숙소 앞에서 18번 트램을 타고 상트막스 역 앞에서 내린 후 71번 트램으로 한 정거장이면 상트막스 묘지가 있다.그런데, 처음 가는 그곳을, 지도를 들고 약도를 익혀 근처를 오락가락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이런이런, 최강 길치의 본색이 드러나는가. 이러다가 아무데도 못 가게 생겼으니 순서를 .. 이전 1 ··· 39 40 41 42 43 44 45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