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44)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라츠 가는 길 휴일만 되면 하늘에 심술통이 달리는지. 햇살이 쏟아지는가 하면 비가 떨어지고 다시 햇살 편인 듯하다가는 잠시 뒤엔 또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그라츠 가는 길~ 그라츠는 비엔나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져 자리한 도시로, 구시가는 잘츠부르크나 비엔나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목적지를 30여분 남겨놓았을까. 눈에 익은 지명이 출현하자 잠시 멈추기로 했다. 블루마우다. 스페인 가우디에 비견되는, 화가이며 건축가인 훈더트바써가 설계한 휴양지가 있는 곳이다. 창문 하나 기둥 하나가 각기 다른 색깔과 형태로 지어져 동화 속에 서 있는 듯한 환상을 준다. 독특한 색채와 문양에 빠져 블루마우에 한참을 머물렀나보다. 예정 시간을 넘겨 그라츠에 안착했으니. 휴일이라 유난히 문 닫은 레스토랑이 많아 거리.. 왕궁 - 악기 박물관 합스부르크 왕가의 신 왕궁엔 무기 박물관과 함께 악기 박물관이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이 한 곳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묘하다. 우리를 제일 먼저 끌어들이는 중세의 악기들은 15-16 세기 것들이다. 줄이 있으면 현악기이고 입으로 부는 것은 관악기, 그리고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은 건반악기. 이것이 내 악기 분별법의 전부. 악기들이 놓여져 있는 전시실은 시대별로 분류가 되어 있었는데, 음악 문외한이라 시대에 따른 악기의 차이점을 식별할 수 없다. 손때와 낡고 삭은 정도로나 겨우 알아볼 수 있을까. 첫번째는 16세기 오르간. 많이 낡았지만 화려했던 옛 모습을 엿보기는 어렵지 않다. 다음은 17세기, 그다음은 18세기 것들로 공 들인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19세기의 피아노는 피아노 뿐 아니라 의자.. 왕궁 - 무기 박물관 빈 중심에 위치한 왕궁은 650여년 간 오스트리아와 중부 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으로, 13세기부터 합스부르크 왕가의 종말이 가까웠던 1913년까지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복합건물이다. 무기박물관은 1881년부터 1913년까지 지어진 네오바로크 양식의 신 왕궁에 자리잡고 있다. 이 신 왕궁의 2층 테라스에서 히틀러는 1938년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합병을 선포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와 더불어 과거 유럽의 축을 이뤘던 합스부르크 왕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신 왕궁의 실내, 마치 전쟁 중인 모습으로 말 탄 기사의 갑옷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전장을 묘사한 벽면 테피스트리엔 잔인한 전쟁 장면들이 전혀 잔인하지 않은 듯 펼쳐져 있다. 유심히 그리고 세심히 바라보.. 슈툴렉 스키장에서 눈요기가 아닌, 몸 놀리기 목적으로는 처음 찾는 오스트리아 스키장. 지난 번 답사를 마친 셈머링 스키장에 바로 아웃한 슈툴렉 스키장에 이르자, 눈가루들이 연신 인사를 건넨다. 비엔나 남쪽으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 주차장엔 벌써 차들이 그득하다. 스키 장비를 빌리러 대여점에 들렀는데, 대여비용이 만만치 않고보니 우리나라에 고이 모셔두고 온 스키가 아쉽다. 대여점 입구에 전시된 나무 재질의 골동품 같은, 오래된 스키 플레이트가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리프트권을 받고 스키를 챙겨 신은 다음, 이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볼까. 오스트리아는 국토의 2/3가 알프스 자락으로 둘러싸여 있어 겨울엔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그러다보니 스키장 슬로프는 당연히 쉴 새 없이 퍼부어대는 천연 눈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 오페라와 모차르트 카페 오페라극장 뒤편엔 극장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다. 그곳엔 2차 세계대전 당시 무너진 오페라극장 사진과 재건 중인 1948년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령이었으니 전쟁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 듯. 페허 속에서 국회의사당보다 오페라극장을 먼저 재건했다고 한다. 잠깐 오스트리아 역사 시간. 유럽을 장악했던 합스부르크가는 1867년에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을 형성하였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여 600년이상 번성하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는 멸망하고 1938년에는 결국 독일에 병합되었다. 2차 대전 후, 4개국에 분할 점령 되었다가 1955년에 주권을 회복하여 영세중립국이 되었다고 한다. 자그마한 박물관 내부엔 오페라극장이 새로 지어진 1955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가 그대로 간직되.. 빈 오페라극장에서 오후 들면서 매서워진 일요일, 전날과는 달리 비엔나 중심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늘 서성이고 지나치기만 했던 그곳엘 추위도 피할 겸 들어가 보기로 했다. 빈 오페라극장은 파리 오페라극장, 밀라노 스칼라극장과 함께 유럽 3대 오페라극장 중 하나로, 1869년 궁정오페라극장으로 개관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오페라극장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던 것을 1955년에 재건한 것이다. 7,8월을 제외한 거의 매일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있으며 극장 내부투어는 하루 2-4번 진행되는데,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로 안내 받을 수 있다. 간혹 내부투어가 없는 날도 있다. 대기 줄에서 한참을 기다려, 제 시간을 넘겨 나타난 영어가이드를 따른다. 입구에서 힐끗거리며 쳐다보던 모습보다는 화려하긴 했지만, 공연과 관객이.. 안개 속의 셈머링 비엔나로 돌아온지 며칠이나 지났건만, 신통찮은 체력으로 비실거리기만 하던 날들. 토요일 오후, 비엔나 남서쪽의 셈머링 스키장으로 답사를 간다. 잔뜩 찌푸린 하늘, 고속도로 위의 차량은 드문드문 보일 뿐. 한 시간을 달려 셈머링과 마주치자 온 세상을 무섭게 휘감는 희뿌연 안개~ 무시무시하게 쌓여있는 눈더미들에 다시 놀라고 이미 내린 눈들로는 부족한지 또 쏟아지는 눈발. 레스토랑도, 스키 대여점도 하얀 세상 속에 이마만 내민다. 스키장 입구엔 눈을 헤치고 스키장으로 향하는 스키어들이 보이고 안내판 앞 장난꾸러기는 눈뭉치에 홀려있는데~ 리프트와 곤돌라에 올라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 눈에 슬로프는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 속 허연 불빛 아래 곡예를 하는듯 드러났다 사라지고 다시또 나.. 빈의 겨울 거리 오후 5시, 겨울의 짧은 해가 자취를 지운지 이미 오래~ 빈 중심가인 링 안쪽 거리에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장식하는 불빛들이 터져나온다. 오페라 극장에서 가장 번화가인 케른트너 거리로 가는 길~ 야외 상점들의 정수리에도, 오페라 앞 호텔에도 따스한 빛들이 공기를 적신다. 케른트너 거리의 호화로운 색채에 취해버린 사람들~ 거리마다 공휴일을 맞은 즐거운 표정들이 넘쳐난다. 케른트너 옆 그라벤 거리엔 하늘에 매달린 화려한 조명등의 행렬과 그 사이로 보이는 페스트 기념탑. 만만찮은 무게를 몇 안 되는 전선으로 어찌 견디어내는지 신비로울 정도다. 그라벤에서 왕궁으로 가는 길, 장막을 친 듯한 호화로운 불빛들의 행진~ 카페를 나서는 사람들은 향기로운 표정을 내뿜는다. 지나는 사람들을 흡인하는 공연들~ 숙련된 악사들..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