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44) 썸네일형 리스트형 제그로테 지하 동굴 속으로 7월 3일 일요일, 오늘 행선지는 비엔나 중심에서 17km 거리에 자리한 제그로테다. 제그로테 동굴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비밀 무기고로 사용되었던 지하 동굴로, 친절한 이정표를 따라 쉽게 찾아낸 제그로테의 첫 인상은 그저 평범하다. 입구 앞에 모여 있는 몇몇 관광객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듯한 모양새이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건네주는 직원이 20분 후 입장을 알려준다. 입구엔 동굴 내부 온도가 9도이며 담요를 빌려준다는 짧은 안내문이 걸려있다. 긴 소매옷 가져오길 잘 했네~ 기호는 기념품에 애태우다가 작은 열쇠고리 하나를 쟁취하고는 벙글거린다. 드디어 입장이다. 처음부터 차고 어둡다. 멋진 유니폼을 차려 입은 가이드가 독일어와 영어로 관광객들을 이끈다. 제그로테의 크기는 6,200평방미터이고 그 .. 비 오는 날의 미술사 박물관 전날 잠을 설쳤기 때문일까. 몸을 일으키기 힘든 일요일 아침이다.하늘을 보니 맑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늦은 아침을 먹으며 오늘 스케줄을 얘기하는데, 하나는 도나우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사 박물관이다. 날씨와 주차난을 핑계 삼아 도나우를 제외시키려니 기호가 약한(?) 반발을 한다. 비엔나 가는 길. 구불거리는 시골 도로에 세찬 비가 쏟아지는데, 자동 세차장에 들어온 것 같다며 재미있어하는 기호. 역시 아이들의 정서와 사고는 어른과는 다르다. 시골을 벗어나 더 가다보니 비엔나쪽 고속도로에는 비가 떨어지지 않는다. 역시 좋은 곳에 살아야 한다니까. 왕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 둘을 집어들었다. 100m도 못 가서 다시 비가 내린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700여년간 유럽에 군림했.. UN에서 서성이다 6월 21일 화요일~ IAEA 본부가 있는 비엔나의 UN에 방문하는 날. UN에 근무하는 지인의 반가운 초대다. 신분 확인을 거쳐 입구에 들었다. 중심을 향해 쏟아지는 분수와 세계 여러 나라 국기가 눈 앞에 펼쳐진다. 원기둥형의 건물을 중심으로 좌우에 20층이 훨씬 넘는 고층 빌딩이 서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인원은 8,000여 명. 한국인은 40여명이고, 그 중 10여명은 국내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라 한다.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친 후, 한바퀴 휘 둘러본다. 정원의 조각상 명칭은 WOMAN FREE~ 알을 깨고 나온 여성은 더이상 알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존재의 이름과 가치가 달라졌기에. 2층 정면에서 바라본 국기들. 태극기도 보인다. 2층 복도에 걸린 유명 행위예술가과 화가의 작품. 그리.. 크로이첸슈타인에 기대어 하늘 맑은 일요일. 늦은 아침을 들고 바람 든 강아지처럼 오늘도 집을 나선다. 빈숲으로 가자구~ 널따란 평원을 달려 비엔나로 가는 길에갑자기 남편이 제안을 한다. 비엔나 진입 고속도로 전인 트레스도르프에서 보이는 성에 가 보자는 것. 흔쾌히 동의를 하고 성을 향해 차를 올렸다. 생각보다 주차장에 차들이 그득하다. 나즈막한 숲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영화 속 정경 같은 성이 보인다. 입장권을 받고나니 1시 입장, 기다려야 할 시간이 길다. 잠시 산책을 하며 성을 바라본다. 마음 기대고 싶은 푸근함이 느껴진다. 입장 시각이다. 삐걱거리는 다리를 밟고 들어간다. 들어올리면 외부와 차단되는,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모양새를 가진 다리다. 중년의 멋진 가이드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을 인솔하며 친절하고 재미있게 독일어로.. 노이지들러에 부는 바람 오스트리아 호수는 잘츠 카머구트에만 있는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바람 소리가 센 파도 같다. 비엔나에서 멀지 않는 곳, 헝가리 국경 근처에도 큰 호수가 있다 한다. 내륙인 오스트리아에 오면서부터 물기에 많이 목말라했다. 석회 가득한 도나우강빛은 한강 물빛과 달라서 기대를 걷었고, 잘츠 호수는 거리가 멀어 가까이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다니. 역사적인 발견을 한 듯한 심정으로 이른 오후 길을 나섰다. 노이지들러 호수. 지도 따라 이정표 따라 집에서 1시간반 만에 찾아 차를 세웠다. 햇살이 따가워도 바람은 여전하다. 멀리 호수가 보인다. 그 끝을 알아볼 수 없는 걸 보니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인가보다. 그런데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 색깔이 조금 이상하다. 다다가 보니 물이 .. 쉔브룬 가는 길 다시 차에 올랐다. 약간 흐려가던 날이 반짝이려고 한다. 또 비엔나 시내 지도를 펼쳐야 한다. 물론 직접 운전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공간지각력과 운동 신경이 둔한 내게 지도 보기는 참 재미없는 일이다. 신나게도 오늘은, 한 치의 오류 없이 지도에 그려진 길 그대로 쉔브룬까지 달렸다. 쉔브룬은 프랑스 왕비 마리앙트와네트 어머니인 마리아테레지아의 궁전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이다. 1713년에 건축되었고, 현재와 같은 화려한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18세기 마리아테레지아 시대라고 한다. 1441실 중 45실만 공개되고 있는데, 베르사유보다는 작지만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베르사유 못지 않다. 정원 끝 언덕 위에는 전승기념비인 글로리에테가 있다. 그런데, 오늘 오후 행선지는 쉔브룬 궁전이 아니다. 지.. 비엔나 중심 링에서 한 달만의 비엔나 나들이인가 보다. 일요일, 청명한 날이다. 비엔나 중심가인 링 도로가 오늘의 1차 행선지. 늘 그랬듯 주차는 왕궁 주차장이다. 링 도로는 비엔나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는 환상형 도로로, 1857년에 시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을 허물고 만든 것이다. 왕궁, 슈테판성당, 오페라극장 등의 명소가 링 안에 자리잡고 있다. 호프부르크(왕궁)는 13세기부터 650년 동안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제회의실, 국립박물관 등으로 쓰이고 있다. 슈테판 성당은 12세기 중반에 건축되기 시작하여 14세기에 완성된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양식 성당이다. 성당 앞과 내부는 많은 관광객들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지난 달에도 있던, 잘 생기고 멀쩡한 거지가 성당 입구에 .. 잘츠의 짧은 여정 5월 마지막 주는 잘츠로 간다. 토요일 아침 9시반, 점심 도시락과 아이스커피 그리고 몇 가지 물건만 챙겨 차에 올랐다. 2-3일 전부터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에 아침 기온이 심상치 않다. 잘츠부르크와 잘츠카머구트는 비엔나에서 승용차로 3시간 거리. 작년 여름, 잘츠카머구트를 보며 설레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끝이 보이지 않던 아터제, 동화 같던 몬트제, 아름다운 볼프강제, 눈부신 고사우제, 그리고 가슴 뛰는 할슈타트. 고속도로를 나와 이정표를 보니, 볼프강제가 가장 가깝다. 우선 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별 4개짜리 호텔에 들어갔다가 Zimmer로 발길을 돌렸다. Zimmer가 깔끔하고 더구나 주인 아저씨가 영어를 할 줄 아니 금상첨화~ 상트볼프강 마을의 아주 오래된 성당을 둘러보았다. 부조된 .. 이전 1 2 3 4 5 6 다음